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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사관학교 송주호 생도의 '첫 비행'

베테랑 교관과 초보 조종사의 아름다운 비상
꿈을 잇고 이루다

  • 웹출고시간2016.01.03 17:56:09
  • 최종수정2016.01.06 10:58:26
[충북일보] "첫 울음, 첫 걸음, 첫 만남, 첫 키스, 첫 사랑. 처음이란 낱말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한다."

이 말은 영화 '라디오 스타'의 주인공 최곤(배우 박중훈)의 대사다. 가수로서 오랜 방황 끝에 지방 방송국에서 첫 음악방송 DJ로 일하게 된 설레고 소중한 마음을 주인공은 '첫'이라는 접두어에 접목시켰다. 무엇이든 처음의 경험은 낯설고 두렵기도 하지만, 새로운 삶으로의 비상을 꿈꾸게 한다.

'첫 비행'

지난 12월 8일, 생애 첫 비행을 마친 공군사관생도 송주호(22·4년)군은 아직도 마음은 자유롭게 유영하는 새처럼 창공에 남아 있다. 새해부터는 그동안의 기초비행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비행훈련에 들어간다.

"첫 비행의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순간, 오랫동안 갈망했던 꿈을 이뤘다는 벅찬 감동이 가득 밀려왔다. 내 손으로 직접 움직인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조종스틱을 움직이자 순한 소처럼 반응하는 비행기를 몸으로 느끼며 꿈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주호 생도의 눈빛에는 아직도 푸른 하늘이 담겨 있었다. 초보 조종사의 긴장된 눈빛을 든든하게 받쳐주며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는 이는 빨간마후라가 돋보이는 35년 베테랑 조종사 이두희(58) 교관이다.

이제 막 조종의 첫 발을 뗀 송주호 생도는 공사64기다. 선배인 이두희 교관은 29기다. 둘 사이에 35년의 간극이 존재한다. 교관이 연륜으로 쌓인 경험과 지혜를 전수하면 생도는 그것을 남김없이 받아들여 훌륭한 조종사로 성장한다. 스승과 제자로, 혹은 아버지와 아들 같은 마음으로 대를 잇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야말로 삶과 꿈이 비상하며 미래에 대한 안도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조종기술도 중요하지만, 조종사로서의 경험과 삶을 들려준다. 평생 조종사로 살아왔고 대령으로 예편해서 공군생도를 가르치는 교수가 됐다. 조종사로 임무를 수행할 때와 다르게 후배를 가르쳐보니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이 나라의 군인으로서, 조종사로서 살아가야 하는 것들을 말해 준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조종사는 하늘에서 산다. 그러나 밥은 땅 위에서 먹는다. 땅을 굳건히 디디고 서서 성실하게 사는 자만이 하늘에서도 용감하게 싸울 수 있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종사로써 삶의 가치가 바르게 서있어야 한다. 가르치고 전해 받는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어쩌면 소통을 넘어 교감이 이뤄져야 된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믿게 된다. 이번에 졸업할 생도는 64기고 나는 29기다. 자식보다 더 어리다. 틈나면 운동도 같이하고 티타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면서 교감을 나눈다."

꿈과 이상도 결국은 현실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의미였으리라. 하늘과 땅 사이에는 분명 사람이 존재한다. 그것이 우리 고유의 삼재(三才)다. 땅을 디디고 사는 이가 사람이다. 그 땅에서의 가치와 신념이 올곧게 서면, 하늘에서도 뚜렷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것이라는 것이 35년 선배의 조언이다.

청주 대성고를 졸업한 송주호 생도가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은 어느 때부터 품었을까. 그리고 꿈과 현실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의 부친이 유독 공군조종사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구체적으로 친구들과 꿈을 교감하다보니 F-16 전투기를 모는 조종사가 되고 싶었다. 사관학교에 입학해서는 조종사가 되기 위한 종합기초과정을 이수했다. 이 과정에서 인내를 배웠고 이제 비행훈련에 집중하면 된다. 청주에서의 비행입문과정은 전투조종사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하늘을 향한 첫 발걸음이다."

청주에서 비행입문과정을 마치면 '파란마후라'를 목에 두른다. 이후 사천비행장으로 가서는 KT-1기로 7개월간의 기본과정을 수료한다. 이어 고등과정인 광주비행장에서 T-50기로 훈련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무사히 마치면 정식으로 공군조종사가 되면서 공군참모총장이 직접 조종사에게 '빨간마후라'를 목에 둘러준다.

송주호 생도가 꿈꾸는 전투조종사는 이런 단계를 거쳐 작전가능훈련기인 F-5기, KF-15, F-15K기로 6개월 과정의 강도 높은 훈련과정을 받는다. 고성능 전투기 조종사들은 각종 고난도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높은 수준의 비행기량은 물론, 임무수행 중 온몸에 가해지는 9배의 중력가속도를 견딜 수 있는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된다. 그런 과정을 마쳐야만 마침내 꿈에 그리던 전투조종사가 되어 전투비행대대로 배속을 받는 것이다.

"빨간마후라는 조종사의 자랑이며, 불같은 애국심과 피처럼 붉고 맑은 양심을 상징한다. 어쩌면 거기에는 희생의 의미도 담겨 있다."

이두희 교관의 말을 경청하는 송주호 생도의 눈빛에 열정과 꿈이 일렁였다.

"공중에서 기체와 한 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따로 노는 느낌이 들지만, 어느 순간부터 기체가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수영선수가 물살을 타듯 조종사도 공기를 타는 것이다. 그것은 경험이 쌓이면서 몸에 절로 체득된다. 지금은 좋은 자세를 몸에 새겨야 한다. 그리고 조종은 몸이 아닌 냉철한 생각으로 한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때로 몸은 잘못된 정보를 주기도 한다. 그럴 때, 조종사는 몸의 느낌이나 생각과 싸우게 된다. 무엇보다 내 생각과 계기판을 믿어야 한다. 그런 훈련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송주호 생도의 목에 두른 파란 마후라는 시간이 지나 완숙 단계에 이르면, 파란 단풍잎에 붉게 단풍지듯 언젠가는 빨간마후라로 변할 것이다.
"하늘에서 처음 급강하를 경험했을 때, 순간적으로 조종간을 놔버렸다. 그대로 추락하는 줄 알았다. 옆자리 교관님의 불호령에 다시 조종간을 잡아당겼다. 다시 파란 하늘이 보였다. 이제 다시는 조종간을 놓지 않을 것이다. 내 오랜 꿈을 놓을 수는 없으니까."

그의 젊음은 목에 건 마후라(머플러)처럼 푸르다. 이두희 교관의 목에 맨 빨간 마후라는 오랜 경험이 배인 듯 깊고, 그윽하다.

이제 2016년이 밝았다. 시간이 분절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월에 숫자를 매기는 것은 다가오는 날에 대비하여 마음을 씻고 헹구기 위함이리라. 붉은 원숭이의 새해, 35년 관록에 빛나는 전투조종사의 경험과 지혜가 새날의 뜨거운 햇살처럼 초보 조종사의 핏줄에 스미어 이어진다. 이제 시작되는 아침에도 조국의 창공은 이들의 푸른 기상과 붉은 열정의'마후라'로 지켜질 것이다. 그들의 비상(飛翔)으로 모든 이들의 꿈이 비상(飛上)할 수 있도록….

/ 윤기윤기자

◇이두희(58)교관 프로필

-공군사관학교 29기 졸업
-전투기조종사(비행시간 3,100시간)
-예비역대령
-現 공국사관학교 비행교수

송주호(22)생도 프로필

-청주 대성고 졸업
-2012년 공군사관학교 64기로 입학
-現 공군사관학교 4학년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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