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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30 17:24:47
  • 최종수정2015.12.30 17:24:47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아쉽고 섭섭했던 일들일랑 세월자락에 묻어 버리고, 차분히 2016년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해돋이는 동해, 해넘이는 서해가 좋다고들 하지만, 나는 해마다 우리 동네 머리산(우암산)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 해의 끝자락에는 대청호반을 찾아 온 가족의 건강과 행운을 축원하는 소지 올리기를 한다.

내륙의 한 복판 청주에도 바다가 있다. 청남대 뒷산 전망대에 올라 서 호수를 보라. 거기 남해 다도해보다도 넉넉한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와 입에서 탄성이 절로 터지게 한다. 환상의 오솔길을 따라 초가정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세속에 찌든 때를 말끔히 헹구어 내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

대청호반의 일몰은 댐의 북편 산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이 더 볼만하다.

엊그제, 구룡산 중턱에 있는 현암사에 올라 해넘이를 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잠시 묵도를 올리는데 함께 간 문우가 읊조리는 시 한 자락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신동문 시인의 모친상 때 다녀가며 썼다는 고은의 시였다.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꽉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모든 것이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선지자 같은 시인도 '삶에서 죽음의 의미를 깨닫기란 높고 먼 일'이라 했는가. 귀에 익은 대목을 따라 낭송하다 보니 지난 가을 뜻밖에 들이닥친 병상(病床)에서 고독을 씹던 아픈 기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 같은 개운함이 느껴졌다. 지는 해는 눈이 부시지는 않지만 사람의 나갈 길을 밝히어 준다고 했던가.

세상은 작은 인연들로 하여 아름답다. 아픔 속에도 희망의 꽃이 핀다.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하는 감사, 겸허, 봉사의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시작하자.

바야흐로 백세시대, 병신년 건배사는 '청바지!, 백두산!'이라 하고 싶다. 무슨 뜻이냐고 묻거든 '청춘은, 바로, 지금이다', '백 살 까지, 두 발로 걸어서, 산에 올라가자!'라고 전해라.

단양에서 발굴된 3만5천 년 전 돌 얼굴의 구석기인도 씨익 웃는 모습이다. 갓 난 아이는 자면서도 방긋방긋 웃는다. 각박한 세상 탓만 할 것인가. 새해에는 우리 모두 웃으며 살자. 서로를 웃기며 살자.

/글=박영수 수필가 /사진=문상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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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