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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09 18:21:22
  • 최종수정2015.12.09 18:27:10
[충북일보] 인터넷과 SNS가 판을 치는 뉴미디어시대에도 선거철만 가까와지면 전국적으로 봇물을 이루는 행사가 있다.

바로 출판기념회다. 이 행사는 예부터 주로 학자들이 낸 책을 기념하기 위해 베푸는 모임을 뜻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지 출판기념회가 정치인들이 벌이는 주요 이벤트가 되면서, 대중에게는 부정적 이미지로 비쳐지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각종 매체에 발표했던 기사나 기고문 등 '함량 미달 콘텐츠'를 제3자에게 부탁, 책으로 만들어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저자와 기념회 참석자는 대체로 '갑과 을' 관계다. 그러다 보니 '을' 입장인 참석자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거금을 책값으로 낸다.

최근 사회 문제가 된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청주 흥덕을) 국회의원의 시집 강매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문제가 된 노 의원의 시집 '하늘 아래 딱 한송이'는 하루에만 무려 5천여권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시인이 낸 시집도 몇 년에 1천권이 팔리기 힘든 오늘날 국내 출판시장 현실에서, 대단한 '갑(甲)질 효과'라 아니할 수 없다. 책 판매 당시 노 의원이 위원장이던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산하기관 중 하나인 대한석탄공사는 시집을 신용카드로 구매한 뒤 출판사 명의로 50만원 어치의 전자영수증을 발급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4·13 총선에 출마할 예비후보들이 '출판기념회' 개최 문제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노 의원 사건의 후유증이다. 세종시 예비후보 중 처음으로 새누리당 김동주 변호사가 지난 5일 오후 홍익대 세종캠퍼스 아트홀에서 연 '김동주의 동분서주' 출판기념회에서는 실제 책은 전혀 구경할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졌다.새누리당이 소속 당원들에게 출판기념회에서 책 홍보 외에 유료 판매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이날 저자는 단상에 올라 '클린 출판기념회' 퍼포먼스를 열기도 했다.

그는 "최근 출판기념회 '갑질 사례'가 보도된 것을 계기로 이번에 낸 책은 서점 등에서 일반 판매만 하고, 오늘 기념회에서는 축하금도 사절한다"고 선언했다.

행사가 끝난 뒤 김 변호사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책 판매는 당론으로 금지됐고, 무상 제공은 선거법에 저촉된다"며 "그렇다고 책을 현장에 전시만 하면 참석자들과의 관계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예 가져오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 없는 돌 잔치', '팥소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는 행사가 벌어진 것이다.

국회의원과 같은 막강한 권력자가 사실상의 '책 강매'를 하는 악습은 이제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노 의원으로 인해 수많은 정치신인들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자신을 제대로 홍보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 것은 한국 정치의 비극이다. 의정보고회를 열거나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현역의원들과 비교할 때 너무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기자의 경험이 생각난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시대가 개막되기 직전인 지난 1995년 4월, 모 중앙언론사 사회부에서 서울시청과 행정자치부(당시 내무부)를 출입하던 기자는 같은 회사 지방주재기자 11명을 이끌고 '작은 나라 대통령들'이란 책을 펴냈다.

전국의 역대 시·도지사 324명의 치적 등을 정리한 '지방행정 분야' 서적이다. 일반인이 읽기엔 다소 딱딱한 데다, 가격이 당시로서는 꽤 비싼 7천500원(470쪽)짜리를 1만권이나 찍었으니 판매 방법을 찾는 게 문제였다. 주위에서는 "전국 기자들을 동원해 출판기념회를 열고, 지자체에 판매 협조 요청을 하라"는 조언도 해 왔다. 이른바 '갑질'을 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자는 달콤한 유혹을 끝내 거부했다.

제대로 된 책이 나오면 기념회를 열고 축하해 줄 일이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갑질 출판기념회'는 이제 이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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