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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09 16:08:32
  • 최종수정2015.12.09 16:08:32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기원전 5세기의 아테네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장안의 화제였다. 그리고 그에 필적할 만한 사람들로, 후일에 궤변론자로 평가받는 소피스트들이 있었다. 그리스어로 소피아(sophia)는 지혜를 뜻한다. 여기에 연원을 둔 소피스트(sophist)는 지혜로운 자를 의미한다. 소피스트들은 고액의 돈을 받고 말하는 법을 가르쳐 먹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말하는 법은 총칼 대신에 말을 무기삼아 싸워 이기는 방법(論爭術·eristic)을 말한다. 그들의 목표는 상대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데 있다.

소피스트들은 모든 상황에서 찬·반의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兩面論證·double argument)을 갖고 있어서 어떤 상황에서도 말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다. 그들은 정해진 주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에서 논증을 전개함과 동시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논증을 전개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돈을 받고 가르쳤다.

소피스트에게 수업을 받은 학생이 수업료를 지급하지 않아서 소송에 들어갔다. 소피스트가 말한다. 자네는 소송에 이기든 지든 나에게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다. 이기면 내가 잘 가르친 것이기 때문에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며, 지면 소송에 졌기 때문에 법에 따라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학생이 말한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수업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기면 법에 따라서 지급하지 않아도 되며, 질 경우에는 배운 것이 없기 때문에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말싸움이 이 정도가 되면 말장난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현실세계에서 이와 같은 말법은 수시로 사용된다. 이런 말법에 가장 근접해 있는 사람들이 정치인과 법조인이다. 철새 정치인은 A당에 있을 때와 B당에 있을 때 입장을 180도로 바꿔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철새 정치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야당이 여당이 된 이후에는 말을 180도로 바꾸지 않으면 여당 노릇하기 어렵다.

검사는 피고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변호인은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검사가 옷을 벗고 나오면 변호인이 되어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검사 시절 담당했던 사건을 변호인이 되어 맡는다면 동일 사건에 대해 한 번은 유죄를 입증해야 하고 한 번은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현실세계에 이런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래야만 하다.

요즘 사법시험제도 유지 여부를 둘러싸고 시끌시끌하다.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시한을 2021년까지 4년 연장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시끄럽다.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찬성하고 반대하는 두 입장을 동시에 들어다보면 사법시험 제도에도 장단점이 있으며 로스쿨 제도에도 장단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법시험제도는 모든 사람들에게 법조인이 될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점도 있지만 고시폐인을 양산하고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단점이 있다. 로스쿨 제도는 다양한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고 교육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이점이 있지만 고액 등록금 때문에 문턱이 너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모든 사안에 대해 찬성의 논증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반대의 논증도 만들어내는 소피스트들의 논리에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있다. 곧 모든 사안은 서로 대립하는 양면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소피스트들의 논리가 적용된다. 즉 소피스트들은 모든 사안이 정부(正否), 시비(是非), 장단(長短)의 측면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머리 좋은 우리나라 법조인들도 두 제도에 각기 장단점이 있다는 걸 모를 리는 없다. 그들도 자기가 지지하는 제도의 단점과 상대 제도의 장점을 알고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각자 자기가 지지하는 제도의 장점과 상대가 주장하는 제도의 단점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들이 언론에서 벌이고 있는 논쟁만을 봐서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본질적일 수 있는 그 이유를 그들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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