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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솟대 - 이영석 청주 라포르짜오페라단장

'오페라 불모지'와 다름없는 청주서 오페라단 창단
찾아가는 음악회·복지시설 공연 등 활발한 활동
"음악 통해 소외이웃에 희망 선물하고 싶어"

  • 웹출고시간2015.12.06 15:30:54
  • 최종수정2015.12.06 19:27:30
[충북일보] 젊은 시절의 꿈과 사랑, 그리고 상실(喪失)을 노래한 푸치니의 3대 걸작 오페라 '라보엠'이 지난달 20~22일 청주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감성을 촉촉이 적셨다.

이영석(51·사진) 단장의 지휘로 감동의 '라보엠' 하모니를 선보인 라포르짜오페라단. 이탈리아어 라포르짜(La Forza)는 우리말로 '힘'을 뜻한다. 작은 힘들을 모아 긍정적인 큰 힘을 만들어내자는 의미다.

지난 2010년 창단된 청주지역 연고의 라포르짜오페라단은 합창단, 오케스트라, 성악가 등 단원만 90여명에 이른다. 이영석 단장에게 '오페라 불모지'와 다름없는 청주에서 오페라단을 창단한 이유를 물었다.

"한국에서 작곡과 지휘를 공부하다 5년 과정의 러시아 유학길에 오르게 됐어요. 그때 함께 공부했던 지인과 맥주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했어요. 힘들게 공부했으니 한국에 가면 고향을 위해 무엇인가 해보자."

그렇게 라포르짜오페라단이 첫 걸음마를 뗐다. 이후 오페라를 사랑하는 지역음악인들이 하나둘씩 모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들은 1년에 두 차례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고, 복지시설에서 작은 공연을 펼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단장은 음악을 통해 소외된 이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한다.

팽목항에 슬픔을 정박한 지 150일이 되던 지난해 9월, 라포르짜오페라단은 G.포레의 레퀴엠(requiem·진혼곡)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비통하고 먹먹해진 가슴으로 준비했던 그때의 공연은 잔상이 오래 남아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연주한 첫 추모음악회, 그리고 더 이상 고통 없는 세상에서 편안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것이 두 번째 포레의 레퀴엠이었죠."

대중에게 감동과 위로를 선사하는 여러 음악 중 우리소리 '창'과 서양의 소리 '오페라'가 유사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실제로 한 대학 교수는 이를 비교 연구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극의 전개를 보면 사실 유사한 부분이 많죠. 뮤지컬도 그렇고요. 하지만 기본 소스(source) 가 달라요. 창은 우리 고유의 소리, 오페라는 서양의 순수음악을 기초로 하죠. 창은 단음 하나에도 철학이 담긴 깊은 울림이 있어요. 정확한 음폭보다 소리의 '정신'을 중요시해요. 서양음악은 하나의 음이라도 엇나가면 전체의 하모니가 무너져요. 수학적으로 정확한 피치와 화음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죠."

오페라와 뮤지컬의 구분을 어려워하는 대중들이 많다. 이 단장은 '뿌리와 음향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절정기에 탄생한 것이 오페라에요. 그 뿌리는 서양의 교회음악, 즉 순수음악이죠. 뮤지컬은 대중음악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어요. 음향에서도 차이가 있어요. 오페라는 마이크 없이 순수한 성악가의 소리로만 진행되고, 뮤지컬은 핀 마이크를 사용하죠. 그래서 오페라 공연은 음향 반사판의 역할이 커요. 공연 리허설에서 성악가들은 '내 소리 빠져, 안 빠져?'라고 물으며 음향 상태를 확인하죠."

지역예술인들이 경제적인 이유나 타 지역 유출 등의 영향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들을 양성하는 충북도내 대학들도 순수 예술학과를 축소하는 추세다.
"심각하죠. 그런 점이 늘 안타까워요. K-pop이 급성장하면서 클래식 관련 학과에 비해 실용음악과 입학 경쟁률이 굉장히 높다고 해요. 하지만 순수음악은 잠시 소강상태일 뿐 절대로 소멸되진 않을 거예요.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 받던 클래식의 매력에 다시 빠져드는 대중들이 늘고 있으니까요."

오페라 대중성의 한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음악인들은 새로운 시도를 한다. '현대음악의 시초'라 불리는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는 클래식을 전자음악과 접목한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클래식을 폄하하지 않는 선에서의 컬래버레이션은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대중들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도록 여러 시도가 이뤄져야죠. 오페라 연출의 완성도가 사실 가장 큰 숙제에요. 고전에 맞춰 하는 게 정석인데, 지난번 라보엠 공연 때 연출만이라도 현대적으로 바꿔볼까 고민했었죠. 앞으로 라트라비아타 등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에요."

보통 오페라 공연 한 작품의 연습기간은 3개월여. 이영석 단장은 '힘들었지만 한동안 역할에 흠뻑 빠져있었다'고 말하는 단원들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한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좋은 연주자들과 좋은 음악을 계속 해나가고 싶어요. 구체적으로는 지역 예술포럼 발족을 준비 중이에요. 예술인들끼리 현안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며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죠. 그리고 지역에 특성화된 '창작 오페라'를 만드는 게 목표에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존의 창작 오페라보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만들어 해외까지 널리 알리고 싶어요."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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