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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배추의 계절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노란 은행이파리가 길에 주단을 깔 즈음이면 재래시장은 물론 동네상점마다 배추가 산더미처럼 쌓여 인도까지 점령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재래시장이든 동네든 그런 풍경이 별로 없고 약간정도만 보인다. 우리의 배추김치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음에도 노상에 쌓인 배추가 줄어드는 현상은 왜일까· 다름 아닌 배추김치 담그는 방법의 진화, 즉 절임배추시장이 새로운 아이템으로 형성되어서다. 여성들에겐 선물 같은 김장 법 진화다.

어떤 전통이든 깨지려면 소리가 난다. 김장을 대량 담그는 교회에서 방법에 대한 논쟁으로 갑론을박이다. 절임배추로 김장을 하자는 신세대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기성세대세간 주장이 서로 만만찮다. 해마다 논쟁이 있지만 작년까진 기성세대 주장에 밀려 배추를 산더미처럼 들여왔었다. 다듬어 절이고 밤중에 나와 뒤집고, 새벽기도 마치고 씻어 양념하여 버무렸다. 그리곤 대다수가 허리를 앓았다.

그런데 올해엔 신세대들의 주장이 만만찮다. 요즘은 배추농가에서 조합을 만들어 절임배추 시스템을 갖추고 판매를 하기도하고, 밭을 사서 절임배추 사업을 하는 곳도 많아 전화 한통이면 배달까지 해준다는 거다. 젊은 연합회장의 능력을 보겠다며 내게 총대를 메라고 압력이 들어와 마음이 심란했다. 개인일이라면 문제 될 것 없지만 공동의 일이라 쉽게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개인적으로 절임배추로 김장을 한지 오래 됐다. 아파트에서 절이는 일이 어렵기도 하지만, 김장 뒤에 어김없이 도지는 허리 병으로 고생하다 어느 해 부턴지 절임배추로 전환했다. 처음엔 나도 많이 망설였다. 비용도 문제지만, 중국산 배추면 어쩌나 질 나쁜 소금을 쓰면 배추가 무른다는데 하고 걱정 됐었다. 김치냉장고가 생기면서 김장김치가 거의 일 년 간 밥상에 오르니 왜 고민이 되지 않겠는가.

결론은 절임배추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늪 같은 존재더라는 거다. 겉은 파랗고 속은 계란노른자처럼 노란, 네 쪽 낸 배추를 보는 순간 감탄이 나올 정도로 흐뭇해진다. 과학적 소금비율로 절인 배추 잎을 뜯어 먹어보면 식감이 과자처럼 아삭거리면서 달달한 것이 맛있다. 중국산 배추면 어쩌나 하는 염려도 초록배추바다와 산처럼 쌓인 천일염, 강한 물살로 씻는 것을 보는 순간 절로 믿음이 간다.

황의정승 일화가 있다. 하루는 황의가 퇴청하는데 아내가 밭에서 상추를 뜯고 있었다. 황의는 사람을 불러 상추 밭을 갈아엎게 했다. 시장에 상추 파는 이가 있으니 사다 먹으라는 거다. 근검청빈을 덕목으로 삼는 황의가 단순한 생각으로 그리 할리는 만무하다. 절임배추를 팔아야만 하는 이가 있다면, 김장의 절반이상 작업을 해결하여 여성들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거다. 그리곤 정승처럼 커피를 마시자.

마음을 정하고 조심스레 윗세대에 말씀드렸더니, 비싼 비용을 들면서 당신들이 배추를 절여 놓겠으니 젊은이들은 버무릴 때나 오라는 거다. 디스크수술과 무릎관절 수술로 고생하며 생활하는 분들이 그리 말하니 어찌 마음이 편하겠는가. 시어머니가 일하는 것을 구경하는 심정이다. 윗세대의 생각을 그대로 묵수하시라고 할 수도 없고 무시할 수도 없어, 다시 시작된 논쟁으로 골치가 아플 지경이 됐다.

젊은 층 여전도회 회장들을 모았다. 우리세대는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낀 세대로서 개혁을 해가는 세대이나, 윗세대의 근검생활을 존중하면서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자고 역설했다. 그때 누군가 젊은 회원들의 연말 회식비를 절임배추비용으로 내놓자 제안했고 모두 찬성했다. 우리는 절임배추로 축제처럼 김장을 했다. 그리곤 우아하게 커피를 마셨다. "절임배추 좋~네?" 어른들이 속을 넣으며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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