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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문방사우 - 청송전통한지 장인 이자성씨

경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23호 … '7대째 생산'
수많은 과정 거쳐야만 비로소 한지 한 장 탄생
반지르르한 윤기 다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어

  • 웹출고시간2015.12.02 18:25:04
  • 최종수정2015.12.02 18:25:04

편집자

경북 청송에는 예부터 전통한지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닥나무 중 가장 좋은 참닥나무가 전역에 분포한다.
청송의 깨끗한 물을 먹고 자란 참닥나무와 그 물로 만든 한지의 색깔은 아름답고 쉽게 변하지 않으며 질감이 부드럽다.
그런 이유로 청송은 신라시대부터 질 좋은 종이를 만드는 제지마을로 전해오고 있으며 1920년대 까지는 20여 가구의 제지공장이 있어 '한지의 고장'으로 불렸다.
청송 파천면에서 7대째 전통한지를 생산하며 체험공방을 운연하고 있는 이자성(66) 한지장을 만나 청송전통한지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자성 한지장의 동생 병환씨가 청송전통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송전통한지

[충북일보] 경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23호인 이자성 한지장은 청송군 파천면 송강리에서 7대째 전통 한지를 생산하고 있다.

'청송전통한지'라고 쓰인 나무 명판이 커다랗게 내 걸린 건물 앞 광장엔 금방 잘라낸 닥나무 가지가 파란 가을하늘빛 아래 줄을 지어 켜켜이 누워 있다.

이 장인이 직접 재배한 참닥나무를 베어내 말리는 작업 중이다. 이 장인은 직접 재배한 참닥나무를 낫으로 일일이 베는 작업으로 한지 만드는 일을 시작한다.

참닥나무 중에서도 1년생 미만으로 몸체에 생채기가 없는 것들이 섬유가 여리고 부드러워 품질 좋은 한지를 만들 수 있다.

참닥나무는 한아름씩 묶어 삶는 동안 증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비닐을 여러겹 씌워 쪄 낸다. 7시간 가량 증기를 쐰 참닥나무는 껍질과 나무대를 분리한다.

나무대는 장작으로 사용되고 '피닥'이라고 불리는 껍질은 한지가 된다.

피닥이 마르기 전 일일이 칼을 사용해 갈색빛이 도는 겉껍질을 긁는다. 이 작업을 오래오래 정성들여 해야만 순백의 빛깔을 지닌 한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손이 부르트고 칼에 베이기도 하는 험난한 시간이다.

피닥에서 겉 껍질을 한 번 더 벗겨낸 '백닥'은 하룻동안 뜨거운 햇볕에 바삭해질 정도로 말려 1차 자연표백을 한다. 그리고는 바람이 통하도록 잘 묶어 그늘에 보관해둔다. 이 상태에선 아직 '백옥빛'이 도는 한지의 색이 아닌 누르스름한 나무빛이 남아 있다.

백닥을 부드럽게 하고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잿물에 삶는다.

이때 콩깍지로 만든 잿물을 사용하는데 천연 잿물을 사용하면 종이가 더 질겨지고 오래가게 된다.

잿물에 4시간 정도 삶은 뒤 1시간 가량 뜸을 들이고 꺼낸 백닥은 이름과는 다르게 새카맣게 콩 잿물이 배 있다.

이자성 한지장의 동생 병환씨가 백닥을 세척하고 있다.

새카맣게 잿물이 밴 백닥은 여러 차례의 세척을 거쳐야만 비로소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백닥에서 잿물이 빠지고 하얀 빛을 드러내야만 한지를 만들기 위한 작업 절반에 다다른 것이다.

흐물흐물하고 질퍽해진 백닥은 커다란 돌에 커다란 뭉치로 올려놓고 나무 떡메로 두드려 섬유질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닥피 속에 숨어 있는 불순물과 덜 삶아진 부분을 솎아낸다.

이 장인은 한지를 만들때 필요한 '닥풀'도 직접 재배한 황촉규의 뿌리로 만든다.

황촉규 뿌리를 물에 넣고 밟아 끈끈한 점액이 나오면 초지통에 닥풀을 넣는다.

이 장인은 "닥풀의 양에 따라 한지의 내구성이 달라진다. 많이 넣으면 종이가 얇아지고 조금 넣으면 두꺼워진다"며 "닥풀을 적당히 넣어야 종이가 질기로 오래간다"고 비법을 전했다.

초지통에 닥풀과 함께 잘 두드린 백닥을 넣고 섬유가 솜처럼 풀리도록 막대를 이용해 잘 젓는다.

이제야 한지를 뜰 차례다.

이자성 한지장의 동생 병환씨가 전통방식으로 한지 외발뜨기를 하고 있다.

'발뜨기'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외발뜨기 기법은 질기고 튼튼한 한지를 만든다.

이 장인은 "앞물을 떠서 초지를 받아들이고 옆물을 켜서 한지의 두께를 조절한다"며 "이 작업이 반복, 교차되면서 견고한 섬유조직이 생긴다"고 질기고 튼튼한 한지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려줬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팔다리가 불편한 그를 대신해 동생 병환(60)씨가 발뜨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은 종이는 전통식 외발로, 큰 종이는 쌍발을 사용한다.

외발뜨기한 한지는 한 장 한 장 실을 끼워 포개 쌓는다. 한지 사이사이에 실을 끼워 두면 한지를 분리하는 작업이 쉬워진다.

두툼하게 쌓아 올린 한지는 '굴렁대'라는 도구를 이용해 물기를 한 번 더 제거한 뒤 압착기를 이용해 물을 짜낸다.

이자성 한지장이 한지를 양쪽 외부 벽면에 부착해 건조하는 장치인 철재 건조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물이 빠진 눅눅한 한지는 한 장 한 장 떼어내 직접 만든 철재 건조대에 정성스럽게 붙인다.

이 장인의 부인 김화순(68)씨가 능숙한 손길로 한지를 건조대에 붙이고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솔로 펴 주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건조대 안쪽에서 닥나무가 타는 열기로 한지의 습기가 제거되면 조심스럽게 떼어내 차곡차곡 쌓는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한 장의 한지가 탄생하게 된다.

이 장인이 만든 한지는 시중에서 보는 한지보다 질기고 부드러우며 윤기가 흐른다. 반지르르한 윤기는 다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이 장인이 만든 한지만의 특징이다.

이 장인은 "이 윤기나는 한지를 보고 사람들은 '무얼 넣어서 만들었기에 이렇게 빛이 나느냐'고 묻는다"며 "따로 무얼 넣는게 아니라 사계절이 뚜렷한 청송의 날씨와 어디에 내 놓아도 부럽지 않을 만큼 맑고 깨끗한 청송의 물이 자연스럽게 빚어낸 윤기"라고 말했다.

◇가람공방

이 장인의 한지 작업장 옆엔 '가람공방'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청송한지 체험관이 자리잡고 있다.

청송군의 지원으로 지어진 이곳에서는 학생들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지·공예제작 체험학습이 이뤄진다.

이자성 한지장이 건조된 한지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닥나무 껍질 벗기기, 한지 뜨기, 한지공예 체험 등의 프로그램은 지역 청소년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청송지역 필수여행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에만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26개 팀 518명의 학생들이 다녀갔다.

학생들이 한지에 그린 그림과 종이상자 등을 들어보이며 설명하는 이 장인의 얼굴엔 밝은 미소가 번졌다.

이 장인은 "학생들이 와서 전통한지를 만들어보고 한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하는 일이 우리의 전통을 잇는데 작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며 "수입종이들에 밀리고 설자리를 빼앗긴 상황에서 한지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힘이 된다"고 말했다.

한지체험 교육은 이 장인의 장녀인 규자(40)씨가 직접 맡고 있다.

이 장인은 "관광객들 체험 교육도 잘 하고 한지 뜨는 기술도 가장 뛰어나다"며 "집사람이 보통 하루에 300~400장의 한지를 뜨는데 딸 애는 600장도 뜬다"며 규자씨에 대한 자랑도 덧붙였다.

7대째 가업을 묵묵히 이어오고 있는 이 장인과 그의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돕는 가족들이 청송한지의 200여년 역사를 잇고 있다.

이 장인의 가족들이 품고 있는 우리 것에 대한 확실한 자부심과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굳은 심지가 청송한지의 역사를 계속 써 내려가고 있다.

이 장인이 현재 생산하고 있는 한지의 종류는 소재지, 책지, 창호지, 화선지, 미술지, 벽지, 장판지, 미표백지 등이며 두께에 따라 2합지와 3합지, 4합지, 5합지에서 10합지까지 있다.

주문 생산하는 이 장인의 한지는 전업 작가와 대학교수, 서예나 동양화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주 고객이다. 전국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해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장인은 "1980년부터 지금까지 30년이 넘도록 전통을 고수하며 청송한지 생산에만 매달렸다. 값싼 중국산이나 타지의 닥나무에 일절 손대지 않은 것도 지금은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사림들이 우리 것을 귀히 여겨 찾아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닥나무가 부족하고 일손이 달리더라도 수 대조 조상님들께서 오래전부터 청송한지를 지켜오셨듯이 돈보다는 전통을 고수하고 가치를 보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병학·김주철·김성훈·성홍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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