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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힘이다 - ㈜킹텍스

벼랑 끝에서 국내 '섬유 왕'으로 우뚝 서다
법정관리 졸업 후 연 매출 700억 눈앞
제일모직 등 유명 신사복에 원단 공급
교복·경찰복 안 쓰이는 제품 없을 정도
62년 기술 집적… 세계 시장서도 NO. 1

  • 웹출고시간2015.11.26 18:56:20
  • 최종수정2015.12.17 19:41:53

청주산업단지 내 (주)킹텍스 공장 전경.

[충북일보] 흔히들 한 분야에서 10년을 일하면 '전문가' 또는 '달인'이라 부른다. 그만큼 그 분야에 대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인정한다는 얘기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건만, 60년 세월 한 우물만 팠다면 그 실력은 어떠할까.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전문가·달인을 넘어서 '왕좌'에까지 오른 '㈜킹텍스'. 섬유 분야에서 국내, 나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이 기업은 62년 영욕의 세월을 지켜오며 우리나라 섬유산업을 이끌어온 산 증인이다.

◇벼랑 끝에서 정상으로

킹텍스의 전신은 한국견방㈜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년 8월 서울에서 설립됐다.

방적기계에서 미세한 실이 뽑아져 나오는 모습.

ⓒ 임장규기자
1961년부터는 '섬유의 왕'이라는 뜻을 담은 '킹텍스(KINGTEX)' 상표로 모직물을 생산했다. 이후 한국모방, 원풍산업, 국제그룹, 우성산업 등의 사주를 거치면서 섬유 분야의 왕좌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한다.

1987년에는 서울에서 청주공장으로 이전, 충북의 향토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당시만 해도 섬유는 우리나라 현대 산업의 원동력이었다. 킹텍스는 오랜 세월 다져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 섬유산업을 이끌다시피 했다.

그러던 1997년. 킹텍스 역시 IMF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한다. 당시 모기업이던 우성산업이 부도를 맞으면서 법정관리에 돌입한 것이다.

하지만 킹텍스는 무너지지 않았다. '죽을 때 죽더라도 가장 늦게 죽자'는 필사의 각오로 몸부림쳤다. 역시나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킹텍스는 10년 만인 2007년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이제는 연간 매출 700억원을 바라보는 강소기업으로 거듭났다.

벼랑 끝에서 돌아온 킹텍스, 그들에겐 절박함이 있었다.

◇최고급 원단, 안 들어가는 옷이 없다

킹텍스가 생산하는 주요 품목은 '소모방(梳毛紡)'이다. 털로 실을 만들거나 모직물(원단)을 짜는 일을 총칭한다.

킹텍스 공장 직원이 합사기 앞에서 방적 작업을 하고 있다.

ⓒ 임장규기자
킹텍스는 62년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고의 원단 가공능력을 자랑한다. 이 업체의 원단이 쓰이지 않은 국내 신사복이 없을 정도다.

현재 킹텍스의 원단을 쓰는 신사복 업체는 제일모직의 갤럭시, LG패션의 마에스트로, 코오롱의 캠브리지, 바소, 파크랜드 등 30여개 업체에 달한다.

육·해·공군의 정복과 교도관복, 경찰 정복, 각종 단체복 등도 킹텍스의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스쿨룩스, 스마트, 엘리트 같은 학생복에도 연간 155만m 분량의 원단이 공급된다. 양털에서 뽑은 최고급 실(絲)은 군 양말과 항공기·열차 시트 제조용으로 쓰인다.

킹텍스 제품은 외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다. 유럽, 미주지역의 26개 업체가 우리나라 원단으로 신사복과 항공사 유니폼, 학생복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공급되는 원단이 연간 약 700만m 규모. 서울~부산 고속도로를 왕복 8~9번 깔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야말로 세계 최고 '레드카펫'인 셈이다.

◇국내 최초 모사·모직물 KS인증

킹텍스의 성공 배경에는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기술력이 깔려 있다.

설계-염색-방적-제직-가공 등 모든 공정을 한 공장에서 라인화 하고 있는 킹텍스는 섬유업계에서는 국내 최초로 모사·모직물 분야 KS표시 인증 및 품질관리 1등급 공장으로 지정됐다.

모든 공정이 끝난 원단을 공작 직원이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 임장규기자
'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것을 만들어야 살아남는다'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은나노 제품, 발수가공, 방오가공, 방향가공, 젠트라직물, 죽섬유, 아라미드 직물, 쿨맥스 직물, 써모라이트직물, 슈퍼블랙, 코튜라 직물에 대한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정부 국책사업으로 진행된 '아라미드 직물'은 강하고 곧은 분조 구조를 가진 고강력 섬유로 군용 방탄조끼 제조에 쓰이고 있다. 앞으로는 학생복, 군복, 난연특수복 상용화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 중이다.

킹텍스 원단으로 만든 신사복. 이 회사 직영매장에 가면 160수 고급 신사복을 29만원에 만나볼 수 있다.

ⓒ 임장규기자
킹텍스 관계자는 "지난 60여년 간 모진 풍파를 헤치고 소모방업계 1인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이라며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더욱 만족할만한 최고급 원단을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신사복 직영매장도 운영

청주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킹텍스는 공장 사무실에 별도의 신사복 직영매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 유명 신사복에 쓰이는 똑같은 원단과 똑같은 제조공법으로 만든 옷들인데, 다른 곳에는 유통하지 않고 오로지 여기 한 곳에서만 판다. 질 좋고 값 싼 신사복을 청주시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 환원이다.

가격도 엄청나게 저렴하다. 신사복 한 벌이 10만원대~20만원대다. 보통 100만원을 호가하는 160수 양복이 이곳에서는 29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와이셔츠 역시 2만원~3만원이면 산다.

매장 판매원은 "한 번 입어본 사람들은 꾸준히 매장을 찾는다"며 "향토기업의 값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좀 더 많은 청주시민들께 입혀드리고 싶다"고 했다.

/ 임장규기자

"열정 하나로 달려온 36년 외길 인생"

이기성 대표이사 인터뷰

㈜킹텍스를 이끌고 있는 이기성(55) 대표이사는 이 회사의 말단사원으로 입사, 대표직까지 오른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36년간 한 우물을 판 그는 회사가 잘나갈 때나 어려울 때 모두 회사를 지키면서 지금의 킹텍스를 일궈냈다. 법정관리 당시에도 대표직을 맡아 2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시켰다. 그 원동력은 오로지 '열정'이었다.

- 회사를 정말 사랑하는 것 같다.

"그렇다. 킹텍스는 나의 젊음을 바친 곳이다. 오로지 섬유계의 1인자가 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이 길을 달려왔다. 당시로는 아주 젊은 나이인 45세에 대표직을 맡았는데, 이 역시 열정이 일궈낸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회사의 어려움을 이겨낸 것은 나 혼자의 힘이 아니었다. 300여 직원 모두가 회사를 내 집 같이, 내 가족 같이 생각해준 덕분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직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회사 자랑을 하자면.

"지난해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이거는 정말 어려운 거다.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는 경영자의 마인드부터 근로조건, 복지후생 등에서 모두 우수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해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가족처럼 생각한 결과다. 다른 상도 많이 받았지만, 가족친화기업 인증패는 정말 자랑스럽다."

- 앞으로의 계획은.

"국내 섬유산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렵다. 중국, 동남아의 저가 물량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은 업체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다. 섬유업계가 다 문 닫으면 양복은 누가 만들겠는가(웃음). 지금껏 그래왔듯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섬유계의 왕, 다시 말해 '킹텍스'의 자리를 지켜나갈 것이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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