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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이 좋아 山에 산다' 고광웅·최고만씨

설악산 사진가 고광웅씨, 속리산 지게꾼 최고만씨 이야기

  • 웹출고시간2015.11.19 09:00:01
  • 최종수정2015.11.21 13:19:23

편집자

설악산 울산바위 정상에서 등산객들에게 무료로 사진촬영을 해주는 고광웅(왼쪽)씨와 김창혁씨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성홍규기자
'논어'에는 '지자요수 인자요산(仁者樂山 智者樂水)'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며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의미다.

또 '지자동 인자정 지자락 인자수(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라 하여 '지혜로운 사람은 動的(동적)이고 어진사람은 靜的(정적)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게 살고 어진 사람은 오래 산다'고 했다.

논어의 표현을 빌려 '어진사람'이라고 그의 삶을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허허 웃으며 "산이 좋아 산에 산다" 하는 말로 간단히 그의 생활을 대신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산사나이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명산, 설악산 울산바위 꼭대기와 속리산 중턱에서 등산객들을 위로하며 쉴 곳을 내어주는 고광웅(53)씨와 최고만(43)씨를 만나봤다.
◇설악산 울산바위 정상의 사진가 고광웅씨

[충북일보] 울산바위 정상에 자리잡은 고광웅씨는 "산이 좋아서 오르내리다 보니 산악구조대원이 됐고, 또 사람이 좋으니 여기 서서 사진도 찍어주고 그렇게 됐다"고 말하며 웃음 짓는다.

그는 울산바위 정상에 오른 사람들에게 '기념사진'을 촬영해 주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종종 산악구조대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발생한다는 것이 그가 그곳에 머무는 이유다.

고광웅씨가 울산바위 정상에 오른 등산객들에게 무료로 기념사진 촬영을 해주고 있다.

ⓒ 성홍규기자
고씨는 "울산바위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속이 뻥 뚫리는 속초 일대의 바다 풍경이 보인다"며 "그 시원한 바다풍경과 울산바위 앞에 활짝 웃으며 선 등산객의 사진을 찍어줄 땐 오히려 내가 더 신나는 기분을 느낀다"고 말한다.

고씨는 울산바위를 찾은 등산객들에게 "카메라 이리 주시고 저기 가 서세요. 사진 찍어드립니다"라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주고 있다.

그는 20여년 전부터 적십자 산악구조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고씨는 "등산 중 다리를 삐거나 심정지를 일으키면 얼른 업고 내려간다"며 "그렇게 업어 내려간 환자들이 나중에 고맙다고 전화를 하기도 하는데 그럴땐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즘 단풍철을 맞아 전국에선 매일 수천명이 설악산을 찾아 울산바위에 오른다.

그런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고씨는 해가 뜨기도 전부터 따뜻한 차와 갖가지 짐을 챙겨 누구보다 먼저 울산바위에 오른다.

고씨는 "매일 짐을 챙겨 산을 오르다보니 무릎도 아프고 힘도 든다"며 "하지만 따뜻한 차 한 잔에 몸을 녹이며 '이제 살 것 같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설악산 등산로에 있는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를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각 탐방로에는 1970년대 조성된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데 40년 넘은 낡은 건물들의 미관상 문제와, 오·폐수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됐다는 게 철거 이유다.

설악산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최근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정한 녹색목록에도 오른 만큼 명성에 걸맞게 자연을 복원하겠다는 취지에서 철거를 진행키로 했다.

가게들이 철거된 자리에는 나무를 심고 등산로를 넓히는 환경 복원 사업을 한다.

설악산 중턱에서 올려다 본 울산바위.

ⓒ 성홍규기자
실제로 울산바위로 향하는 등산로 곳곳에선 굴삭기를 동원해 크고작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몇몇 인부들이 새로운 돌길을 만드는 모습도 보인다.

고씨의 작은 가건물도 철거 대상이다.

고씨는 "개인적인 내 일보다 나라에서 하는 일이 우선"이라며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환경과 미관을 위한 일이니 당연히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상 좋은 얼굴로 "철거는 철거고 인생은 인생이지. 다른 일 찾아보면 된다"며 "설악산은 늘 여기 있지 않나. 사람 인생이라고 어디 가겠나. 우리 살 길은 이 산 근처 어디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허허 웃는 그의 뒤에서 울산바위가 인자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속리산에 나고 자란 '산사나이' 최고만씨
빨갛게 무르익은 단풍잎이 찬 가을 비바람에 흩날리는 날 '우리나라 15대 명산' 속리산을 오른다.

법주사를 끼고 오른쪽 숲길을 걷다보면 깊게 넘실대는 저수지가 펼쳐지고 상류로 올라가면 갈대숲 사이로 작은 다리를 건넌다. 툭툭 무심히 내리는 찬 가을비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갈대가 어서 오라 인사를 한다.

초보 등산객이 천천히 걸어 오르며 '이제 한 시간쯤 됐나…' 싶은 기분이 들 즈음 세심정에 다다른다. 세심정에서 왼쪽으로 난 문장대쪽 길로 올라선다.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는 가을비에 장단을 맞추며 터덜터덜 걷다보면 복천암과 용바위골 휴게소가 보인다. 용바위골 휴게소에서 잠시 숨 좀 돌리고 왼쪽길로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이제 제법 산길다운 산길이 펼쳐진다.

얼마간의 흙길과 나무길과 돌길을 걷다보니 숨이 할딱할딱 차오르려는데 '할딱고개'라는 팻말과 함께 휴게소가 하나 보인다. 할딱고개의 보현재휴게소 옆 공터에선 긴 생머리를 질끈 묶은 최고만씨가 저 아래에서 지고 올라온 지게를 내려놓던 참이다.

최씨는 가스통이 올라 앉은 알루미늄 지게를 내려 놓으며 "편하게 쉬었다 가세요. 더우면 밖에서 쉬시고 추우면 안으로 들어가시고…" 낯선 등산객에서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김해용 할머니가 직접 쑨 도토리묵으로 묵무침을 만들고 있다.

ⓒ 성홍규기자
휴게소 안에는 최씨의 어머니인 김해용(75) 할머니가 구들장을 청소하고 있다. 완전 개방형의 두평(6.6㎡) 남짓한 구들장 앞에는 쉬어 가는 등산객을 위한 길다란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김 할머니는 60여년 전 속리산 산골로 시집을 와 그 곳에서 지금까지 휴게소를 지키고 있다. 3남매도 그 곳에서 낳았다. 최씨는 김 할머니의 막내아들이다. 보은 읍내에 거처가 마련돼 있지만 모자는 매일같이 속리산에 올라 휴게소를 지킨다.

최씨는 철이 들던 무렵부터 산 아래에서 보현재휴게소까지 짐을 지어 날랐다고 한다. 최씨는 "원래 세심정에서부터 짐을 지고 올라왔는데 2시간30분씩 걸렸다"며 "복천암에서 길을 만들어 준 덕에 1시간이면 올라올 수 있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맑은 웃음에서 '참 다행이지 뭡니까'하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음료수캔과 각종 식료품, 가스통 등 수십㎏의 짐을 지게에 지고 1시간씩 올라오는 길이 편할리 없다. 최씨는 하루에 두세번 정도 짐을 지고 올라온다. 수십년째 횟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산을 오르내리다보니 젊은 나이에도 무릎 연골이 많이 닳아 없어졌다고 한다. 무릎 연골은 연골대로 닳아 없어지고 신발은 또 신발대로 닳아 없어지는 게 산을 오르내리는 지게꾼의 숙명이다.

최씨는 발목에 두른 각반을 풀며 "1년이면 등산화가 세 켤레 이상 닳아 없어진다"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맞춰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고가 날수도 있고 발목에 더 무리가 온다"고 말했다.

최고만씨가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 성홍규기자
어려서부터 미술과 음악에 소질이 있던 최씨는 날씨가 좋은날엔 휴게소 옆 공터에서 색소폰을 연주한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혼자만의 연습이 되고 산길을 오며가며 듣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는 최씨의 작은 연주회가 된다.

'특별할 것 없는 산중생활'이라는 모자는 가끔 세상을 등지러, 자살할 자리를 찾기 위해 속리산을 찾은 사람들을 설득해 돌려보낸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작년에도 그 전 해에도 몇몇의 사람들이 휴게소에 와서는 그런 이야기를 했다"며 "아들 같아 보이는 안쓰러운 사람들을 다독여서 돌려보내고 나면 마음 한 켠이 짜한게 슬프고 답답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나중에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았다'는 감사인사를 전하는 사람들도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휴게소 밖 돌계단에 가을 비바람을 뚫고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보이자 최씨는 "추우면 들어와서 쉬다 가세요. 더우면 밖에서 숨 좀 돌리시고요"하며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속리산 깊은 산으로 향하는 그 길목에 오롯이 선 보현재휴게소엔 마음 따뜻한 모자가 등산객을 기다리고 있다.

/ 김병학·성홍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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