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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누들' 면(麵) 탐미 - 청주 내덕동 '속초회냉면'

입안에 살아 있는 명태의 추억

  • 웹출고시간2015.11.19 15:11:02
  • 최종수정2015.11.19 15:26:09
[충북일보] 푸른 바다가 그리운 것일까. 액자 안의 명태가 바다색 그대로 푸르다. 명태그림 아래 농지거리처럼 풀어놓은 말들이 정겹다.

'함경도에서 잡은 것은 왜태, 강원도에서 잡힌 것은 강태,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 북방에서 잡힌 것은 북어, 딱딱하게 말린 것은 깡태, 검게 말린 것은 흑태, 하얗게 말린 것은 백태, 반 건조 상태인 것은 코다리, 얼리고 녹여 된 것은 황태, 바짝 말린 것은 북어, 꽁꽁 얼린 것은 동태, 생물일 때는 생태.'

속초 회냉면

속초 회냉면을 찾게 된 경위는 순전히 아내 때문이다. 평소 회를 즐기지 않는 아내가 "지인들과 우연히 들렸는데, 회냉면이 정말 맛있다."라며 다시 가고 싶다는 것이다.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맛있다'고 추천한 것은 그야말로 맛의 혁명과도 같은 일이다. 고기와 생선류를 유독 좋아하는 남편과 25 여 년을 함께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입맛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런 아내가 '회냉면'이 맛있다고 추천하는 곳이니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덕동 KT&G 뒤편, 붉은 벽돌로 장식된 외벽에 인장 찍힌 '맛집멋집'이라는 간판까지 그럴 듯한 '속초회냉면'집이다. 12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지만, 벌써부터 손님들은 꽉 들어차 있었다. 우중충한 날씨에는 노란 주전자에 내 온 따뜻한 육수가 입맛을 살짝 돋궈주면서 몸을 적당히 데워줘 제격이다.

"회 냉면 둘과 만두 한 접시요."

주문하면서 살짝 입안에 침이 고인다. 액자에서 익힌 다양한 명태 종류(강태, 조태, 망태, 북어, 황태 등)중 이곳 회냉면에는 무엇이 얹혀 나올까. 보통 회냉면은 광어나 우럭 같은 바다생선회를 생각하지만, 이곳에서는 정확히 '명태회'를 말한다. 벽면에 써있는 '냉면을 맛있게 먹는 법'에서 '차가운 육수를 적당히 붓고 입맛에 따라 설탕, 겨자, 식초를 적당량 넣은 후, 명태회와 양념이 골고루 섞이도록 비벼서 시기한다.'라고 안내해 준다. 추가로 '달걀은 처음 시식해야 입안의 잡냄새를 없앤 후, 냉면 고유의 맛을 음미하는데 도움을 준다.'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붉은 양념장에 섞인 냉면사리가 잘게 썬 배와 계란을 화관처럼 쓰고 등장했다. 주인집 설명 그대로 계란으로 입안을 헹구고 난 후, 탱탱한 명태회를 얹어 입안에 넣었다. 바다향이 그대로 담긴 듯, 명태 특유의 맛이 냉면사리와 어울려 입안에 감돈다. 쫀득하면서 진한 풍미가 깃들어 있다.

속초회냉면의 감자메밀찐만두

원래 명태회는 함경도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속초 아바이마을에서 냉면 위에 명태회나 가자미회 무침을 올려먹는 것으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명태회는 싱싱한 명태를 골라 깨끗이 씻고 포를 떠서 어슷하게 채 썰어 무와 배 소금, 설탕, 식초를 배합해 꼬들꼬들해질 때까지 함께 절인다. 절여진 명태와 무를 건져 물기를 짜낸 후, 파와 마늘, 참기름, 깨소금, 배, 고춧가루를 넣어 골고루 무쳐 냉면과 먹기도 했다.

명태란 이름이 지어진 시기는 조선 인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씨 성을 가진 함경도 관찰사가 명천군을 순시하던 중, 밥상에 어떤 생선이 올라 먹어보니 담백하고 맛이 좋았다. 부하에게서 '명천에 사는 태씨 성의 어부가 잡아온 고기'라는 말을 듣고 그때부터 명태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명태란 이름은 성어가 되기까지 이름이 여러 차례 바뀐다. 가장 크기가 작은 명태는 '앵치', 그보다 몸집이 커지면 '노가리', 그것보다 커지면 '얼치기', 나중 다 자라 성어가 되면 비로소 명태라고 한다. 또 명태는 생태, 동태, 북어, 황태, 코다리, 노가리 등 가공방식이나 생육상태에 따라 이름도 가지가지다.

"어? 이거 회냉면 맞아? 바다생선회(광어나 우럭)가 아니라 명태야?"

옆 테이블의 젊은 커플이 난감하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본다. 그래도 난, 회냉면에 흔한 '광어나 우럭'보다 간간한 명태가 들어간 회냉면이 은근한 맛이 있다. 옛 추억과 관련 있을지 모르지만, 입안의 명태 향이 뜻 모를 상상을 몰고 온다. 끝없는 수평선과 깊은 해심을 맘껏 누비는 명태들의 추억 같은 것들. 명태들이 꼬리를 힘차게 친다. 살아 퍼덕거리는 바다의 맛이 입안에서 아릿하다.

회냉면과 함께 주문한 감자메밀찐만두(6천원)는 손으로 직접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평범했다. 다만 만두 한 접시에도 곁들여 나오는 명태회가 특별하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명태회보다는 명태무침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명태비빔냉면은 7천원, 물냉면은 6천5백원이다. 이 집의 인기메뉴는 단연 비빔회냉면이지만 사골육개장(7천원)도 맛있다는 소문이다.

/ 윤기윤 기자

속초회냉면 전경

속초회냉면

청주시 내덕동 / 222-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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