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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1.18 13:56:11
  • 최종수정2015.11.18 13:56:11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청주시 내수읍의 묵방리는 본래 청주군 산외일면(山外一面)의 지역으로서 묵뱅이, 또는 먹뱅이라는 이름으로 구전되고 있다. 먹을 만드는 먹방이 있었으므로 묵방(墨坊)이라고 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이는 묵뱅이를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묵'은 먹을 연상하였고 '뱅이'는 그 의미를 알기가 어려우므로 비슷한 발음과 함께 먹과 관련된 의미를 더하여 자연스럽게 묵방리(墨坊里)라 표기하게 된 것이다.

땅의 이름은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알기 쉽고 여러 사람들에게 그 위치를 전달하는데 효율적이므로 지형의 특징들을 가지고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다. '뱅이'라는 말은 땅이름에서 '배미'라는 말이 음운변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배미'라는 것은 '논 농사를 짓는 한덩어리의 땅'을 뜻하는 말로 농업을 주업으로 하던 옛날에는 농민들이 아주 빈번히 쓰던 용어였으며, 높은 배미, 낮은 배미, 큰배미, 작은 배미, 긴배미 등이 지명으로 쓰인 예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세종시 부용면의 '진배미들'은 땅 모양이 길게 생긴 논 한 덩어리를 일컫는 말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충청북도 도청이 있는 자리에 예전에 큰 논이 있었는데 옆에 개울이 있어서 물을 대기가 좋아 잉어를 기르면서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쓰이기도 하였으므로 이곳을 '잉어배미'라고 불렸다고 한다. 따라서 '뱅이'가 '배미'라는 의미라면 '묵뱅이'는 '묵은 배미'가 된다. 농촌에서 여러 가지 사정으로 농사를 포기하고 묵밭, 또는 묵은 논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기에 '묵은 배미'가 자연스럽게 땅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예로는 청주시 오창읍 성우리의 '먹방고개', 오창읍 양청리의 '먹방골·먹방이', 미원면 내산리의 '묵방골·묵방들·묵방들보', 음성 금왕읍 육령리의 '묵뱅이·먹뱅이(墨防里)' 등을 들 수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묵방리·먹뱅이'라는 지명이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배미가 원형대로 쓰이고 있는 지명은 너무 많아서 충북의 음성 지역에만 해도 맹동면 신돈리의 방죽배미, 금왕읍 호산리의 방죽배미, 원남면 문암리의 장배미, 소이면 비산리의 장배미, 음성읍 평곡리의 인배미, 금왕읍 삼봉리의 승배미들, 금왕읍 육령리의 엄배미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장호원 오남리의 천뱅이, 금왕읍 사정리의 퉁뱅이, 금왕읍 행제리의 천뱅이, 천방구레, 천방들처럼 배미가 '뱅이' 또는 '방'으로 변이되어 쓰이는 지명도 전국 각지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보인다.

또한 배미를 음의 유사성으로 인하여 '밤(栗)'의 의미로 밤고개(방고개), 밤나무골, 밤가울(방개울)로 쓰이다보니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율리(栗里), 율현(栗峴)과 같이 '율(栗)'이 포함된 지명이 각지에 널리 산재해 있음을 보게 된다.

청주시 가덕면 상야리(上野里)는 본래 청주군 남일상면(南一上面)의 지역으로서 큰 논이 있으므로 '한배미' 또는 '대야'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상적리(上赤里), 봉동, 상검리, 하검리, 병암리의 각 일부와 산내이하면(山內二下面)의 안인동과 원동 일부를 병합하여 상야리라 해서 가덕면에 편입되었다. 한배미에서 '한'은 크다는 뜻이므로 논의 덩어리가 인근의 논보다 큰 땅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한자로 표기할 때 '한'은 크다는 뜻이므로 '大'로 표기하고, 배미의 의미는 잘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소리만을 표기하다 보니 '夜(밤 야)'로 표기하여 '대야(大夜)'라는 이름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후 1914년 일제에 의하여, 각 지명에서 한 자씩 따서 이름짓는 방식으로 행정구역을 폐합하면서 '상적리'의 '상(上)', 대야리의 '야(夜)'를 따서 '상야리'로 만들면서, 지명에 '야(夜)'를 쓰는 것이 어색하므로 '야(野)'로 고쳐 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배미는 음의 유사성으로 인하여 '뱀'의 의미로 변화된 지명도 많이 보인다. 단양군 대강면 장림리의 '배미재', 단양군 단성면 북상리의 '뱅골, 뱀재', 괴산군 도안면 노암리의 '뱀티, 백암(白岩)', 음성군 맹동면 쌍정리의 '배미, 율리(栗里), 배미들' 등이 그 예이며, 경기도 오산시 수청동의 '방곡(芳谷)'은 '뱀골, 뱅골'이라고도 불리는데 옛날 이곳에 뱀이 많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며 한자로는 발음이 비슷한 '방곡(芳谷)'이라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양군 대강면 '방곡'처럼 자연지명으로부터 표기된 곳은 '배미골→뱀골'에서 연유된 것으로 추측해볼 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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