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5.10.01 17:59:58
  • 최종수정2015.10.01 17:59:58
[충북일보] 50여년 인생을 돌이켜보면 중요한 순간마다 '시험'이란 것을 치렀던 것 같다.

경부선을 기준으로 대전과 대구의 중간쯤에 있는 추풍령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면내 중학교에 진학할 때에도 국어와 산수 같은 필기시험을 치렀다. 고등학교는 큰 고모님이 사시는 대구의 K고교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1974년 서울과 부산에 이어 기자가 고교에 입학하던 이듬해에는 대구,인천,광주로 고교 평준화가 확대됐다.

당연히 시골 소년이 꿈에 그리던 '대구 유학'은 봉쇄됐다. 결국 고교입시를 거쳐, 평준화가 되지 않은 마지막 대도시인 대전의 C고교에 진학했다.

서울의 S대에 진학할 때에도 국,영,수 본고사를 치렀다. 군대도 필기 시험을 보고 갔다. 대학을 2학기 남겨두고 이른바 '카시(카투사 시험)'에서 국어,영어,상식 문제를 풀어야 했다.

기자가 치른 마지막 중요한 시험은 85년 10월에 본 '언론고시'였다. 당시 메이저 중앙언론사(특히 신문) 기자 되기는 워낙 어려워 대학가에선 그렇게 불렸다.

이 세상에 시험 보기를 노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물어봐도 '예스'란 대답을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의 삶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경쟁'이다. '파이'는 제한돼 있는 반면 개체수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들은 '약육강식'이란 살벌한 본능을 기반으로 파이를 놓고 다투지 않는가.

하지만 고등동물인 인간은 '시험'이란 합리적 제도를 만들었다. 시험을 통과하는 사람에겐 파이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 고교 평준화가 되지 않던 시절,공부를 잘 하는 중학생들은 경기고나 경북고,광주일고 등에 합격한 뒤 서울대에 진학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인생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한편 명문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분수에 맞게 실업계 고교 등을 거쳐 자신의 길을 찾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어린 학생들의 진로를 안내해 주는 '멘토'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박정희 전대통령 아들 지만 씨의 고교 진학에 맞춰 도입됐다는 구설수에 오른 '고교 평준화' 제도가 시행된 지 벌써 40년이 지났다.

그렇다면 과연 평준화 찬성론자들이 내세우는 것처럼 이 땅에서 사교육비와 고교 간 학력 격차가 줄고,중학생들의 인성은 좋아졌는가. 아니다. 사교육비는 갈수록 늘어나 학부모들의 허리를 옥죄고 있다. 전통 명문고 대신 특목고와 사립학교가 신흥 명문고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교조 출신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자신의 선거 공약이란 이유로 '고교 평준화'를 강행,신도시로 이사온 젊은 학부모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스마트 교육 메카'인 세종시에서 자녀를 훌륭하게 교육시키겠다는 야망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세종시교육청이 주입시키는 '상향식 평준화'는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최 교육감 취임 이후 각종 시험에서 '전국 꼴찌'인 세종시 학생들의 성적이 더욱 떨어질 개연성이 높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배제한 채, 공부 잘하는 학생과 놀기 잘하는 학생이 뒤섞여 있는 학교에서 어떻게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세종시 바로 옆에는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도시인 공주가 있다. 카이스트가 있는 교육과학도시인 대전 유성구도 코앞에 있다. 따라서 시 교육청 목표대로 2017년부터 평준화가 시행되면,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인근 도시로 빠져나갈 게 불보듯 뻔하다.

자동화가 진전되고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젊은이들이 취업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가 간 '엘리트 전쟁'도 더욱 치열해진다.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을 고교 평준화에서 찾은 일본을 본보기로 삼자.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