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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도서관, 피어라 꿈' - 내 집 마루에서 시작된 '초롱이네도서관'

오혜자 관장, 딸 초롱이 위해 마루에 서재… 소문나면서 형태 갖춰
외국인 어머니가 영어그림책 읽어주고 어르신들은 전통놀이 교육
지연사회 문제에 주체적으로 접근 해결

  • 웹출고시간2015.09.30 17:39:32
  • 최종수정2015.09.30 17:39:32
[충북일보]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우리나라 어린이도서관들을 둘러본 소회(所懷)는 두 가지로 상충된다. 우리나라 어린이도서관도 참신한 상상력으로 한껏 뻗어나가고 있다는 점과 한편으로는 유럽처럼 오랜 도서관의 전통을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의 거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유럽의 복지수준과 도서관 이용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인식은 우리네와 아직 상당한 격차가 벌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초롱이네도서관 입구

ⓒ 윤기윤기자
이런 점에서 청주시 용암동 원봉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초롱이네도서관'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한 가정의 보금자리에서 태동한 마을의 '작은도서관'은 곧 우리나라 모든 가정이 하나의 작은 사설 도서관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한 가정의 책장이 방향을 살짝 틀어 이웃에게로 활짝 열리면 그것이 그대로 '작은도서관'이 되는 것이다.

◇ 초롱이네도서관의 다채로움

초롱이네도서관의 특징은 자연의 선물처럼 자발적으로 생겨났다는 것이다. 처음 시작은 오혜자 관장의 아파트 거실에서 시작됐다. 1999년 겨울이었다.

"딸 초롱이를 위해 마루에 서재를 만들었다. 그러다 이웃의 아이들과도 책을 함께 돌려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낮에 집을 개방했다. 소문이 나면서 아이들과 부모가 사랑방처럼 방문했다. 그렇게 이웃들이 찾아들어 작은 도서관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갖추어진 도서관'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모이다보니 도서관이 된 것이다. 이웃과 '책'이라는 공동의 세상을 나누기 위한 진정성으로 출발했다. 한 사람의 남다른 생각과 실천적 의지는 곧 지역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개인의 집을 개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람이 모이고, 기증도서도 늘어나 책이 쌓이다보니 아파트로는 도서관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고심 끝에 오 관장은 2000년,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 보금자리를 잡았다. 3층 목조건물에 층별 면적은 30평 규모의 멋진 도서관이었다. 남편 친구의 집을 은행융자를 얻어 장기 임대형식으로 들어간 것이다.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파트를 정리해 3층을 집으로 꾸미고, 1층은 어린이열람실, 2층은 학부모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책은 약 1만권 정도다. 등록회원은 1천여 명을 웃돈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기증해 오는 책은 공부방이나 복지관에 일부 기증하기도 한다."

목조로 구성된 초롱이네도서관 내부

ⓒ 윤기윤기자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오면 1층에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다. 부모는 2층 공간에서 '모둠 활동'을 통해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책을 재미있게 보며 공부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초롱이네 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내 집처럼 편안하다는 점이다. 프랑스 곳곳에 만들어진 작은 도서관의 특징과 유사했다. 거기에 우리네 전통식 온돌의 특징을 더해 친구의 집에 놀러온 듯 마음껏 뒹굴며 책을 즐길 수 있다. 동화 속 풍경처럼 굵은 통나무로 만들어진 집에서 오밀조밀 재미있는 공간들의 배치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러 가지 인형들, 동화 속 다양한 캐릭터들이 시선 닿는 곳마다 놓여있어 아이들의 정서를 세심히 배려하고 있다.

계단이 정겨운 초롱이네도서관

ⓒ 윤기윤기자
초롱이네도서관의 프로그램은 책읽기 외에도 대내외적으로 다양하다. 영상극 그림자극을 공연하는 작은극장, 청주가을동화잔치, 해피아이마을 축제 등 지역문화 만들기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현재 '초롱이네도서관친구들'이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매월 정기운영위원회에서 영역별로 자원활동가를 뽑아 프로그램이나 축제를 진행하는 등 어린이책문화를 함께 즐기는 공동체 활동에 열심이다. 또한 독서소외계층을 찾아가는 이야기선생님 활동, 하룻밤 독서캠프나 책축제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학교도서관이나 복지관에서 '도서관의 하룻밤'을 신청해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작은 도서관의 사람들, 나눔, 행복의 네트워크

초롱이네 도서관 오혜자 관장

ⓒ 윤기윤기자
도서관은 가장 이상적인 독서교육의 장이며 자율적 학습능력을 기르는 배움터이기도 하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놀이터로써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경험하는 상호작용의 터이다.

현재 교육의 가장 큰 병폐는 '나만 앞서려는 경쟁'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모두가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린이도서관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성을 길러 모두가 안정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인격을 형성해야 한다. 도서관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또래 문화, 건전한 토론문화를 접하며 반듯한 가치관을 가진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초롱이네도서관에서는 이주여성센터의 외국인 어머니가 영어그림책을 읽어주고, 자신이 읽을 한글 그림책을 빌려간다. 노인복지관의 어르신들은 도서관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전통놀이를 가르쳐 준다. 도서관자원봉사자들은 지역아동센터나 복지관공부방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 이러한 도서관과 지역사회의 활발한 교류활동은 취약계층어린이는 물론 노인, 다문화, 장애 등 지역사회에서 보듬어 안아야 할 문제에 주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풀벌레 우는 가을밤, 등잔불빛 따스한 사랑방 같은 곳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초롱이네도서관이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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