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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9.14 13:51:41
  • 최종수정2015.09.14 13:51:49

임미옥

작가

흐드러지게 핀 매화가 흩날리는 봄밤의 데이트를 경험하신 적 있으신가· 꽃잎파리가 눈처럼 날리던 밤, 종사관 황보윤이 사랑하는 여인 채옥을 치료해 주면서 "아프냐? 나도 아프다." 라는 드라마 다모(茶母)의 대사가 시청자들 가슴에 화살처럼 꽂히며, 이 말이 연인들 간에 유행어가 된 적 있었다. 그런가 하면 아침드라마를 보며 '말도 안 되는 저런 스토리를….' 하고 혀를 차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몰입하기도 한다.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많지만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재미있는 일이 있으랴. 소설을 읽고 드라마를 보는 것도 남의 인생을 구경하는 일이다. 있을 법한 진실과는 거리가 상당한 시청자 자극을 목적하기라도 한 듯한, 엽기적인 스토리에 사람들이 빠지는 것은 대리만족을 느껴서이다. 그런 매체들을 통해 자신이 도달하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꿈을 꾸며 주인공이 되는 환상을 갖고, 카타르시즘을 경험하기도 한다.

신비가 몰려오고 감동이 동동 떠다니던 시절, 성탄절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설레었다. 산타는 번번이 오지 않았지만, 선물을 가져오는 산타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산타의 실체를 알게 되고, 초등을 지나 중고등 청년시절의 성탄 이브엔 교회에서 선물교환을 했다. 교환하는 방법은 이성간에 반드시 주고받되, 내 선물이 누구에게로 가는지는 알지만 받은 선물이 누구로부터 온 것인지는 모르게 진행했었다.

그해 겨울, 선물교환 할 때 가지고 가려고 몇 날 동안 정성껏 목도리를 짰다. 뜨개질하는 동안 이 목도리가 마음에 둔 그에게로 가길 바라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내가 준비한 선물은 그를 비켜 후배 청년에게 갔다. 그런데, 후배가 그 목도리 누가 짠 건지 누나가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는 거다. "요즘 00이와 00이가 뜨개질 배우는 건 알지만 누구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고 하얀 거짓말을 했었다. 그는 베이지색 목도리를 한동안 행복한 표정으로 두르고 다녔다. 맘에 둔 여학생의 작품일거라고 상상이라도 했는가 보다. 그를 바라보는 것은 남의 행복을 몰래보는 흥미로운 일이었다.

최근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주일날 교회에서 점심식사 후, 오후예배시간까지 여유가 있는지라 쉬고 싶었다. 하여, 승용차에서 운전석 의자를 젖히고 하늘에 점점이 떠다니는 구름을 실눈으로 바라보며 눈을 붙이고자 했다. 그러나 차를 세운 곳이 화장실 옆이라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다녀 잠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의도하지 않은 몰래 보기 경험을 할 줄이야…. 차의 썬팅이 짙어 내가 차안에 있는 줄 밖에선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의 존재를 알리기도 전 연이어 사람이 교체 되는 바람에 남의 언행을 몰래 보게 된 거다. 담배를 피우곤 꽁초를 발로 밟더니 캭! 헙! 퇴! 하고 침을 뱉곤 유유히 사라지는 이를 보았고, 그걸 주워 쓰레기통에 넣곤 흙으로 가래침을 덮고 가는 이를 보았다. 그런가하면 두 사람이 민망한 말로 남을 험담하는 소리도 들었다. 더 이상 몰래 보고 듣는 것이 죄스러워 곧 일어나고 말았다.

타인의 생활이나 행동을 몰래 보고 싶은 심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자연스런 인간의 심리를 넘어 남의 은밀하고 특정한 신체만 스마트폰으로 몰래 찍다 잡힌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 문제가 되고 있다. 지하철 계단부터 지적 수준의 탑이라는 의사를 지나 해외 원정까지 가서 나라 망신을 시킨다. 이제는 몰카라는 말보다는 몰카 범죄, 몰카 성범죄 등 강한 말로 바꾸어 통용해야 한다고 개탄한다. 장비를 동원하여 몰래 남의 사생활이나 신체를 촬영했다면 지탄받아 마땅한 범죄다. 문제는 현대엔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도구가 남녀노소 전 국민 손에 들려져 있다는 거다. 그리고 범죄표적에서 제외된 사람이 누구도 없는 문명의 아이러니한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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