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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8.16 14:33:26
  • 최종수정2015.08.16 14:33:26

지리산 천왕봉서 맞는 광복 70주년

2015년 8월15일 광복70주년을 지리산 천왕봉에서 맞았다. 이날 하루 종일 천왕봉은 국운융성의 기운을 발양하는 성소였다. 본보 취재팀도 이날 천왕봉에 올라 광복 70년을 되돌아보고 미래 70년의 비전을 구상했다. '선진한국 위한 통일국가' '지역 독자를 위한 지역제일 신문' 구현을 소망했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8월의 지리산에 들었다. 성삼재에서 중산리까지 도상거리 35km를 걸었다. 지리산 주능선을 걷는 '지리산종주산행'이었다. 당초 14일부터 16일까지 2박3일을 계획했다. 하지만 일정을 서둘러 하루를 줄였다. 그 덕에 1일 소화해야 하는 도상거리가 크게 늘었다.

충북일보는 대한민국 광복 70주년을 맞아 지리산종주 취재산행을 기획했다. 국운융성과 국가통일의 염원 발현, 지역신문의 일등 발전을 기원하고 소망했다. /편집자

8월의 지리산은 어머니 품속 같았다. 안개는 모든 것을 감싸 안으려는 듯 했다. 시원한 바람은 답답한 가슴까지 맑게 했다.

14일 새벽 3시30분 아직 사위가 깜깜하다. 시간이 좀 더 지난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헤드렌턴 불빛들이 하나 둘 튀어나온다. 저벅거리는 발걸음들이 어둠을 쓸어내고 있다. 성삼재가 다시 하루를 맞는다.

지리산 형제봉

ⓒ 함우석 주필
새벽 4시, 노고단으로 향한다. 노고단 고개를 지난다. 새벽 산길의 고즈넉함에 행복감을 느낀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맛이다. 한 시간가량을 그저 뚜벅뚜벅 걷는다. 몸은 어느새 가파른 산길과 하나가 된다. 배낭 무게에도 적응한다.

새벽녘의 고요가 한동안 지속된다. 어둠이 외부의 자극을 차단해 더욱 깊어진다. 마음은 점점 더 한 가지에 깊게 빠진다. 동쪽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온다. 이내 사위가 밝아진다. 천지창조의 풍경이다. 지리산의 아침이 기적을 만들어낸다. 일순간 마음이 동요한다. 벅차오름이 그칠 줄 모른다. 도대체 주체할 수가 없다. 임걸령의 하늘이 환하다.

지리산의 아침 정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찬란한 아침 선물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자연스럽게 지리산에 경배한다. 많은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부모님과 아내, 자식들의 건강을 발원한다. 우정을 나누는 친구들의 건강과 복 기원도 잊지 않는다. 회사 발전이 곧 내 발전이기에 발원하고 또 발원한다. 정성의 마음을 바치고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

아침햇살이 흔쾌히 웃는다. 내 감정에 기꺼이 동의하는 듯하다. 저 멀리 산등성이가 풍만하고 부드럽다. 지리산에서 맞는 첫 날 아침이 신비롭다. 얼마 지나지 않으니 노루목이다. 잠시 반야봉을 두고 고민한다. 오를까 말까. 하루 일정을 줄였으니 당연히 포기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삼도봉에 오른다. 초록도 선명한 융단 세계다. 지리산에서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광활한 풍경이다. 북쪽 남원, 서쪽 구례, 동남쪽 하동의 풍경이 각기 다르다. 한참을 서서 여유롭게 세 곳을 바라본다.

지리산은 설악산과 같은 골산에 비해 한결 여유롭다. 부드럽고 긴 능선은 안정감을 준다. 유장하게 이어진 연봉 풍경은 긴 행복을 선물한다. 지리산 종주를 하는 산객들에게만 허락된 행복누리기다.

벽소령을 지나 세석 대피소로 향한다. 벽소령에서 세석은 그다지 멀지 않다. 그러나 거리에 비해 고통의 정도는 세다. 이 때쯤이면 배낭의 무게감이 허벅지와 발목을 고통스럽게 한다. 가쁜 호흡과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의도적으로 선택한 고행임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킨다. 결국 마음가짐이다. 마음 저 밑에 있는 본래의 나를 찾기 시작한다. 정말 지금의 내 모습이 '나대로의 나'인가. 정말로 본래면목인가. 산행도 힘들고 본래의 나를 찾기도 힘들다.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포기한다.

지리산이 점차 어둠 속으로 녹아든다. 저 멀리 반야봉이 노을 속에 떠 있다. 선계와 속계의 경계 같다. 합장으로 경의를 표한다. 고달픔을 감수하고 이토록 먼 길을 걸어준 내 몸에도 감사한다. 소주 한 잔과 함께 깊은 잠에 빠진다.

ⓒ 함우석 주필
8월15일 아침이 밝는다. 광복70주년의 남다른 의미를 세석에서 다진다. 아침이 상쾌하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무려 23km를 걸어온 느낌이 아니다. 전날 저녁과 사뭇 다르다. 씻지도 못하고 새우잠을 잤는데도 불편함이 없다. 하룻밤 사이에 ​몸이 거뜬해졌다. 지리산의 영험한 기운 덕이다.

새벽 4시 일순간에 대피소가 수선스럽다. 해드랜턴 불빛이 사이키 조명 같다. 누구하나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다. 피곤한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일출은 천왕봉 가는 길에서 할 요량이다. 하산은 중산리 쪽이다.

하루 일정을 줄였으니 마음이 급하다. 그래도 느긋하게 아침을 즐긴다. 넓게 펼쳐진 세석평전이 아름답다. 새벽 5시 길을 나선다. 평전 길을 따라 한참을 걷는다. 촛대봉에도 오른다. 세석평전과 세석대피소가 한 눈에 들어온다. 다시 봐도 정말 아름답다.

천왕봉에 오른 함우석 주필

ⓒ 함우석 주필
모처럼 산꾼의 멋을 부려본다. 장터목 가기 전 마지막 풍경들을 감상한다. 군데군데 소나무와 어우러진 암봉들이 예쁘다. 너무 예뻐 뭇 사내들이 반할 정도다. 고사목이 주는 풍경은 그리움이 된다. 연화봉 삼거리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장터목대피소에 당도한다. 남한 백두대간 최고봉인 천왕봉이 1.4km다. 거리와 시간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발걸음을 재게 움직인다. 고원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제석봉이다. 고목이 많게 된 사연을 떠올린다. 아주 고약한 현대사의 일면이다.

'하늘과 통한다'는 통천문을 지난다. 천왕봉에 이르는 문이다. 천왕봉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사람들이 많다. 우리처럼 광복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종주하는 이들도 있다.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54km를 뛰는 산악마라토너들도 눈에 띈다.

헉헉거리며 얼마를 오른다. 드디어 천왕봉이다. 표지석 주변엔 온통 사람물결이다. 태극기를 손에 든 사람도 있다. 준비해간 태극기를 펼쳤다. 천왕봉을 찾은 산객들과 만세삼창을 했다. 울컥했다. 이번 종주가 주는 특별한 의미 때문인 것 같다.

그곳에 서서 대한민국의 번영과 통일을 기원했다. 지리산도 국운의 '세계만통'에 응답하는 듯했다. 일망천리의 산정에 사방으로 조망이 터졌다. 일망무제로 열려 끝이 없다. 대한민국 성산으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세상의 모든 산들이 지리산으로 향하는 듯했다.

지리산 정상 표지석 뒤편의 '韓國人(한국인)의 氣像(기상) 여기서 發源(발원)되다'라는 문구를 다시 읽는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한다. 언론인으로서 가져야할 두 가지 의기(意氣·義氣)를 가슴 속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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