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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누들' 면(麵) 탐미 - 문의 '춘천막국수'

문의에서 다시 만난 10년 전 추억의 그 맛
'메밀 특유의 풍미가 바람처럼 입 안에 감돈다'

  • 웹출고시간2015.08.06 14:10:13
  • 최종수정2015.08.06 14:10:13

문의 '춘천막국수' 간판

[충북일보] 맛있는 막국수 집을 찾다 소개받은 곳이 문의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춘천막국수'다. 주차장은 빈 틈 없이 차량으로 가득 차, 멀찌감치 차를 세워두고 걸어왔다. 작열하는 태양이 뜨거워도 탁 트인 시골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땀방울을 식혀주니, 오랜만에 자연의 시원함을 만끽하는 산책이 되었다.

매장 입구에는 몇몇 손님이 빈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이들은 느긋하고 포만한 얼굴로 나온다. 기다리던 손님은 자신의 차례가 반가운지 서둘러 들어간다. 길게 정렬된 식당 내부에 손님들로 꽉 들어찼다. 겨우 주문을 하고 나니, 뜨거운 메밀육수를 주전자에 담아낸다. 더위의 절정에 뜨거운 육수라니. 한 모금 후루룩 마시니, 구수한 메밀향이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뜨거운 국물이 몸의 뜨거운 열기를 몰아내니 묘한 이치다. 메밀에 사골을 삶아 넣었는지 은근한 육수 맛도 그만이다. 맛 끝에 매달려온, 커피에서 느낄 수 있는 산미(酸味)까지 육수에 우러나 있어 혀를 간질였다.

기다리던 막국수가 눈앞에 놓였다. 붉은 초장과 초록 오이의 단장이 요염하다. 노란 계란 반쪽, 연한 갈색 빛이 감도는 메밀 면(麵)은 반쯤 물에 잠겨 은근히 유혹한다. 초장을 잘 섞어 젓가락에 돌돌 말아 한입 넣어 보니, 메밀 특유의 풍미가 바람처럼 입안에 감돈다. 맛인지, 향인지 도통 구별이 안 간다. 분명한 것은 입안에 맛이 쩍쩍 붙었다. 친한 벗과 갑작스럽게 조우한 듯 오랜만에 만난 춘천막국수의 맛이었다.

"어? 그런데 어디서 먹던 맛인데…"

익숙한 막국수 맛이었고, 잊지 못할 백김치 맛이었다. 춘천막국수 맛의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내 의식 속에 분명하게 자리 잡은 '춘천막국수'의 맛은 철저하게 메밀함량에 의해 좌우됐다. 10년 전, 강원도 여행 도중 강원도와 충북의 경계를 넘자마자 눈에 띈 허름한 음식점 간판이 '춘천막국수'였다. 허리 꾸부정한 할머니가 내어 준 막국수의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할 만큼 별미였다. 그때 먹은 '춘천막국수'의 맛이 그대로 원조로 각인되어 버렸다. 그 뒤 수없이 '막국수'와 '메밀국수'를 먹어봤지만, 그 맛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제대로 된 막국수 집을 발견했다. 용암동 농협사거리 부근 먹자골목에서였다. 그 집은 메밀 함량이 50% 이상인, 제대로 된 춘천막국수였다. 흔히 막국수 마니아들도 "100% 막국수라고 해서 반드시 맛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막국수는 메밀함량 70% 정도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 맛의 기준이 다분히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과거 강원도 할머니가 만들어 준 '춘천막국수'가 기준이 된 이후, 처음으로 그에 근접한 메밀 맛을 내는 막국수 집이었다. 당시는 알려지지 않은 탓이었는지 장사가 썩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막국수를 손님에게 말아준 뒤, 문밖에서 하던 혼잣말이 잊혀지지 않았다.

'춘천막국수' 메뉴 - 비빔막국수와 백김치

"이상해. 진짜 춘천막국수인데…여기서는 잘 안 먹혀."

그 말에서 어쩐지 깊은 신뢰가 쌓였고, 장인정신마저도 느껴졌었다. 문의 '춘천막국수'를 먹는 내내, 용암동에서 '춘천막국수'를 하던 그 주인이 생각났다. 막국수를 먹다말고, 슬쩍 주방 쪽으로 가보았다. 그때보다 흰머리가 부쩍 늘었지만, 바로 그 용암동 '춘천막국수' 집 주인이었다. 단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그의 손맛을 통해 정겹고 친근한 수담을 나눈 듯 반가웠다. 점심시간이 지나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 그는 커다란 비닐 앞치마를 두른 채 혼자 중얼거릴 것만 같았다.

"아이참, 이제야 내 막국수가 먹히네."

문의 '춘천막국수'의 메뉴는 단출하다. 비빔막국수, 냉(冷)막국수, 온(溫)막국수 모두 8천원이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문의 '춘천막국수' ☎ 043-293-9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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