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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도서관, 피어라 꿈' - 서울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

별동·정원, 우리나라 전통 한옥의 특징 재현… 서가마다 민속품 배치로 옛 향취 고스란히
세시풍속·전래놀이 등 눌이문화 체험 프로그램 인기

  • 웹출고시간2015.08.05 19:30:20
  • 최종수정2015.08.30 15:26:11

글마루 한옥도서관 입구

ⓒ 기획취재팀
[충북일보] 지난 주, 34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도심을 강타할 때 아이들은 그윽한 정취로 시원한 바람을 감추고 있는 한 기와집으로 모여들었다. 폭염의 여름 한낮 사람들이 마을 한복판 깊고 안온한 그늘을 드리운 느티나무 아래로 모여드는 것처럼……. 이층 기와집으로 단장된 건물은 서울 구로구 개봉동 105-24번지에 소재한'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이다. 에어컨을 가동하기도 했지만, 오랜 나무의 숨결은 깊고 시원한 바람을 뱉어냈다. 서늘한 대청마루에서는 아이들이 누워 책을 보다 잠들기도 했다. 너른 마당과 장독대가 있는 뒤뜰에서 아이들은 소곤거리며 책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무 계단으로 만든 이층을 올라가면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꿈 다락방'이 오밀조밀 꾸며져 있다. 기둥과 바닥이 온통 친환경소재인 나무로 만들어졌다. 바닥은 푹신하고 둥근 쿠션이 깔려있어 편안한 자세로 뒹굴 거리며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조그만 격자무늬 창(窓)은 안온하고 비밀스런 자기들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 과열 사교육의 해결책은 '어린이도서관'

"이곳은 시골 할아버지댁 같아요. 어른들이 잘 오지 않는 우리들만의 비밀모임 장소 같은 생각도 들어요.(웃음) 그래서 동네아이들과 자주 놀러 와요. 이곳은 책이 가득하잖아요."

개봉동에 사는 김종유(10) 어린이는 티 없이 맑은 웃음과 함께 행복한 공간을 자랑했다. 아이의 손에는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가 들려있었다. 동화책이라지만, 사실 내용은 어른 동화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어린왕자'를 이해할 통찰력이 생기면, 그 시절 도서관에서 읽었던 기억들과 당시의 분위기는 아이의 자양분으로 쌓여 있으리라.

영국과 프랑스의 어린이도서관을 탐방하면서 얻은 결론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학교와 연관된 도서관'의 역할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와 도서관은 서로 개별적으로 존재하며 협력적 유기적 관계는 형성되어 있지 않다. 학교는 정규수업에 충실하고, 나머지 부족분은 사교육(학원, 과외 등)의 몫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정규학교와 사교육이 공존하는 형태다. 그러다보니 우리 아이들은 학교수업과는 무관하게 도서관을 찾는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현실은 우리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마음껏 책을 대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학교수업이 끝나는 동시에 최소한 3~4개의 학원을 순례하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의 도서관은 재미와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학교수업과 맞물려 보완하는 협력관계라는 인식이 있으니, 부모나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사교육에 눈 돌릴 이유가 없다.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을 다각도로 모색하면 사교육 문제의 해결 방법이 나올지 않을까 생각한다.

◇ 디지털시대, 전통의 옷을 입다

글마루 한옥도서관에는 의자가 없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뒹굴수 있는 마루와 뜰이 의자역할을 한다.

ⓒ 기획취재팀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의 역사는 길지 않다. 2011년 4월 개관했으니, 채 5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간 곳곳과 프로그램에 우리나라 고유의 500년 전통을 입혔다. 이곳은 주동인 향서관, 별동인 성학당 두 채의 건물로 나뉘어져 있다. 향서관은 기존의 어린이도서관 형태를 유지했고, 별동과 정원은 우리나라 전통 한옥의 특징을 그대로 재현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조선시대 서당 같은 정취가 저절로 느껴진다. 한옥 여백의 미를 강조하기 위해 서가를 최소화하면서 책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공간을 규모에 맞게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서가마다 하회탈이나 전통 민속품과 같은 소품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옛 것의 향취가 온몸에 배어들게 만들었다.

글마루 한옥도서관에서 여름철 피서를 보내고 있는 부모와 아이들. 함께 어울려 독서에 빠져있다.

ⓒ 기획취재팀
자녀와 함께 방문한 정윤지(36· 개봉동)씨는 "아이들이 대청과 방, 마루, 뒤뜰 등 자유롭게 다니며 한옥의 공간구성에 녹아든다" 며 "굴렁쇠 굴리기, 투호, 제기, 딱지치기 등 전통놀이대회도 열고 짚공예, 세시풍속 달력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아이들 정서에 도움이 된다. 도심의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조상들의 생활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라 좋은 것 같다."라고 말한다.

디지털 스마트기기의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는 시대에 고즈넉한 아날로그적 책의 향기를 품고 있는 한옥도서관에는 갈수록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다. 개관 한 달 만에 하루 평균 방문객수가 2백여 명, 회원은 1천여 명에 이르렀다. 한자 수업, 어린이영화상영, 열두 달 세시풍속 체험교육, 전래놀이 체험 등 한옥도서관 특유의 장점을 살린 프로그램이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 이야기는 소곤소곤, 발걸음은 사뿐사뿐

글마루 한옥도서관 이층에 있는 '꿈다락방'에서 내려가는 어린이

ⓒ 기획취재팀
신태희 관장은 "한옥의 장점은 자연과의 친화적이다. 특히 이곳은 한옥으로 만든 최초의 어린이도서관이다. 여름철에는 지붕이 높아 시원하고 겨울은 온돌이라 따뜻하다" 며 "건축도 옛날방식 그대로 적용했다. 못도 나무못만 사용했다. 소나무로 재료를 사용해 향도 좋다. 우리전통놀이를 이용한 프로그램 등을 장려해 선조들의 놀이문화를 마음과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곳은 경주의 한옥 호텔'라궁'의 설계자로 유명한'구가도시건축'조정구(50) 대표가 설계했다. 2010년 한옥건축사업으로 지정된'글마루 한옥 어린이 도서관'은 2011년 국토부에서 개최한 한옥공모전에서'올해의 한옥상'준공부문작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서는 그냥 바닥에 누워 책 읽다 잠들어도 좋다. 뜨락에서 불어오는 소슬바람은 에어컨 바람에서 느낄 수 없는 청량감으로 이마를 씻어준다. 코끝을 간질이는 나무 향기에 퍼뜩 졸음에서 깨어 책장을 다시 넘긴다.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떠들어도 공간이 넓고 개방되어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벽면에 붙어있는 글귀도 재미있다.

'이야기는 소곤소곤, 발걸음은 사뿐사뿐'

정기휴관일은 매주 화요일과 국경일, 정부가 특별히 지정한 공휴일이며 도서관 사정으로 임시휴관을 할 수도 있다.

/ 윤기윤 팀장, 김수미,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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