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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7.08 13:28:33
  • 최종수정2015.07.08 13:28:33

이두희

공군사관학교 교수

얼마 전 88세의 노(老) 조종사가 국산전투기로 비행하는 모습이 언론매체의 1면을 장식했다. 6·25전쟁 65주년을 맞이하여 공군에서 기획한 이벤트의 일환이었지만 그 모습을 본 후배조종사들의 가슴은 뭉클했다. 그분은 6·25전쟁에서 많은 전공을 세웠고 공군의 초창기 기틀을 다진 분이다. 그러한 분이 아직도 전투기를 탈 수 있을 만큼 체력과 열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전투기를 탑승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혈압과 심전도 같은 기초적인 신체기능검사를 거쳐, 전투기의 급선회 기동에서 얼마만큼 지탱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G-테스트, 고고도 환경을 경험하는 저기압실 훈련 등을 통과해야 한다. 젊은 사람도 힘겨워하는 과정을 미수(米壽)의 나이에 무사히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존경받을 만하다.

흔히 조종사들은 특별한 신체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조건을 갖춘 사람만이 조종훈련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나 스스로 특별하다거나 타고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단지 신체 어느 한 부분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든가 운동능력이 보통사람에 비해 처지지 않는 수준일 뿐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비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훈련을 통해 조금씩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조종사는 각종 교육과 훈련, 자기관리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지 처음부터 특수한 조건을 갖추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생도시절 우리에게 꿈을 심어주었던 영웅은 단연코 '찰스 린드버그'였다. 그는 단발비행기로 미국뉴욕에서 프랑스파리까지 5천815㎞의 거리를 논스톱으로 날아 대서양 횡단 대기록을 수립했다. 1927년 당시의 비행기 성능과 항법기술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지만 그는 목숨을 걸고 결행하였다. 비행 중 가장 어려웠던 난관은 33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잠을 자지 않고 조종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초인적인 정신력의 결과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기록이다. 조종사는 응당 그러한 신념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배웠지만 막상 조종사가 되고 보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조종사였던 '사카이 사부로'는 낮에도 별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레이더가 없던 그 시절엔 적기를 먼저 발견하는 편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그는 해질녘 잔디밭에 누워 별을 찾는 연습을 끊임없이 한 결과, 마침내 한낮에도 별을 볼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시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탁월한 시력과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현란한 비행기술로 64대의 적기를 격추시킨 에이스가 되었다. 또한 머리에 관통상을 입어 한쪽 눈이 실명되었지만 종전 직전까지 전장을 누볐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노(老) 조종사 김두만 장군도 우리의 영웅임이 틀림없다. 그는 6·25전쟁에서 공군최초 100회 출격의 전공을 세웠다. 전쟁 발발당시 우리에겐 구식 훈련기 몇 대가 전부였다. 그 훈련기에 박격포탄 수준의 폭탄을 싣고 적진으로 출격하기 시작했다. 그 후 미국으로부터 F-51무스탕 전투기가 도입되었으나 겨우 몇 번의 기본훈련만 마친 채 전장으로 출격해야 했다. 그리고 미공군도 해내지 못했던 승호리철교 폭파작전에 참가하여 역사적 전공을 남긴 것도 그의 100회 출격기록 중의 하나이다.

역사가들은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다. 난세엔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또한 영웅이 영웅을 낳는다고도 한다. 영웅은 또 다른 영웅이 태어나고 자라날 토양을 만들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도 최종 결승전을 한 번이라도 치러본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사이에는 실력차이보다 훨씬 더 큰 '실전경험'이란 실력이 작용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시대에 살아있는 영웅이 필요한 이유이다.

노 조종사의 전투기탑승은 분명 영웅의 귀환이었다. 미수의 나이임에도 꿋꿋한 모습으로 빨간마후라의 기개를 본보기로 보여 주었다. 그 분 앞에서 나 스스로 부끄러운 후배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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