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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6.24 16:52:29
  • 최종수정2015.06.24 16:52:29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나는 아주 가끔 내 전공을 돌이켜 볼 기회를 갖는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을 하면서 산다는 건 어떻게 사는 것일까· 어려운 질문이다. 가끔이긴 하지만 꽤 오랫동안 머리에 맴도는 질문이지만 아직 뾰족한 답은 없는 것 같다. 대학원 시절 후배와 이 주제에 대해 한찬을 이야기해본 적이 있다. 그 후배는 철학자나 종교가로 산다는 건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려서 사는 거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당시 난 내 주장을 설파하느라 그 이야기를 그저 흘려들었다.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그 후배의 이야기가 가끔 뇌리에 떠오른다.

사람들은 불철주야 정말 바쁘게들 산다. 눈을 뜨면 자기의 삶을 위해, 가족을 위해 분골쇄신하면서 산다. 모두가 정말 달리는 기차처럼 분주히 살아간다. 사실 기차를 타고 있을 때는 기차가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른다. 생존과 생활이라는 목표아래 어디론지 모르지만 열심히 달리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다. 일을 해도 미친 듯이 하고 놀아도 미친 듯이 논다.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를 탄 것처럼 무조건 분주히 어디론가 달리고 있다.

가끔 고개를 처박고 땅 위를 보면 개미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거기에는 왜 움직이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 없이 개미들이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인다. 그러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가 저 개미와 다른 게 뭐 있을까? 나도 끊임없이 뭔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 개미와 다를 게 뭐 있을까? 분명 나는 일을 하든 놀든 무언가를 아무튼 열심히 하고 있다. 삶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서 그저 떨어지지 않으려고 등에 매달려 무조건 달린다는 점에서 개미의 삶과 나의 삶은 무척이나 닮아 있다.

왜 그렇게들 달릴까? 떨어지면 죽을 거 같으니까? 안 떨어져야만 살 수 있으니까? 철학자나 종교가의 삶이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린 삶이라는 말은 이와 같은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다. 기차에서 뛰어내린 철학자나 종교가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 등 위에서 무조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달리는 삶은 아니지만 그래도 죽은 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살아 있는 건 분명하다.

호랑이 등 위나 기차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달리는 사람들의 삶과 다른 점이 있다. 먼저 기차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기차를 탄 사람처럼 빨리 달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차를 타고 달리는 사람에 비해서 잘 먹고 잘 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곧 기차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기차를 타고 달리는 사람에 비해 현실적으로 유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기차를 타고 달리는 사람은 기차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지만 뛰어내린 사람은 기차가 어느 방향으로 달리는지를 볼 수 있다. 기차가 달리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종착점이 어디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다. 뛰어내린 사람이 보면, 인생을 무조건 열심히 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가끔씩은 내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지를 생각해본다는 점에서 맹목적으로 삶에 충실하지는 않다.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밥을 벌어먹고 살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기차에서 완전히 뛰어내린 건 아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생계와 생활을 위해 현실적인 삶을 팽개칠 수는 없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열심히 놀고 일을 하면서 달리고 있다.

다만 나는 철학 전공자입네 하고 가끔 세상을 비켜나서 볼 때가 있다. 이런 점에서 나는 기차를 타고 맹목적으로 달리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삶의 현장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가끔은 '삶이 무엇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한다. 다시 말해 삶의 현장에서 약간은 비켜나보는 호사를 즐긴다. 그리고 이런 삶이 나에게 아주 나쁘지는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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