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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4.22 14:46:01
  • 최종수정2015.04.22 14:46:01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피반령은 많은 사람들이 피발령으로 부르면서 그 독특한 어감 때문에 청주와 보은 지역의 주민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에서 보은군 회인면으로 넘어가는 해발 360m의 험준한 고개로, 보은군과 청주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깎아지른 산과 절벽이 아주 험하고 양옆으로 굴곡이 매우 심하여 일명 일흔두고개로도 불리고 있다.

피반령이라는 지명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신증동국여지승람'(회인)에 "피반대령(皮盤大嶺)은 고을 북쪽 15리에 있다. 고갯길이 아홉 번 꺾이어 가장 높고 위험한 곳이다."라고 수록되어 있다. 조선 후기의 '해동지도'와 '대동여지도', 그리고 '조선지지자료'에도 '피반령(皮盤嶺)'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피반령이라는 지명에 대한 일화는 비교적 많이 전해온다.

조선 중기의 문신 이원익(李元翼)이 경주 목사로 부임하면서 생긴 일화를 보자. 당시 이원익은 4인교(四人轎)를 타고 고개를 넘고 있었는데, 가마꾼들이 고개가 너무 험하여 가마를 들 수 없으니 걸어서 넘자고 청하였다. 그러자 이원익은 가마꾼들에게 "내가 걸어가는데 너희들이 어찌 같이 걸어가느냐· 기어서 오라"고 명령하였다. 이에 가마꾼들이 손발에서 피가 터진 채로 고개를 넘어 '피발령'이라 불리다가 피반령(皮盤嶺)이라는 한자 명칭이 붙여지게 되었다고 전해온다.

피반령이라는 지명이 오랫동안 '피발령'으로 불려 오면서도 굳이 '피반령'이라고 기록된 데는 우리 민족의 생활상과 역사가 고스란히 숨어있다.

일찍이 벼농사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 조상들의 주식이었던 '조'라는 곡식을 예전에는 '피'라고 했는데 벼농사를 짓기 시작한 후 논의 잡초인 "피'와 발음이 같아 그 의미를 잃게 됐다.

정약용의 '아언각비(雅言覺非)'에 의하면

"옛날 수전(水田, 논농사)이 아직 성하지 않을 때에 백성들은 '피'(稷-기장이라는 곡식)를 먹으며 이를 항상 먹는 식량으로 삼았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잘못 전하여짐이 심하여 '돌피(·稗)'를 '피(稷-粟)'로 생각하였고 이것이 굳어져서 부술 수가 없다. 대저 '돌피(·稗-돌피제, 피패)'는 모양이 벼와 같으면서도 달라서 오곡의 열에 들어가지 않는다. 방언으로 이를 '피'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피(禾皮)' 와 '패(稗)'가 옮겨진 것이다" 라고 하여 논에 있는 '피'와 우리 선조들이 주곡으로 먹던 '피'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아 '피(稷)'가 주곡이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할 것이다.

피가 주곡이었던 만큼 마을 주변에는 피밭이 많이 있을 수밖에 없고 '피밭'이라는 지명이 많이 남게 된 것이다. 이에 관련된 지명이 충북에만도 '핏골'(稷洞, 옛날 이곳 주민들이 피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전함 - 영동 심천), '피밭자리'(稷田, 피밭이 있었음 - 영동 상촌), '핏들'(稷坪 - 영동 상촌, 영동 매곡), '피티, 핏재'(稷峙 - 단양 대강), '피재'(稷峙 - 제천 봉양, 제천시 모산동), '피밭골'(단양 가곡), '피박골'(단양 대강) 들이 있으며 한결같이 '피'의 어원이 한자표기인 '직(稷)'으로 남아 있고 '피밭골'이라는 원형이 남아있는 것도 볼 수 있어서 '피밭'과의 연관성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리고 '피밭골'이 'ㅂ탈락'이라는 언어 변이 현상을 거치면서 '피아골'로 불리다 보니 난리를 많이 겪은 우리 민족으로서는 '피난 가는 골짜기', '피로 물든 골짜기' 로 지명의 의미를 부여한 곳도 많으며 아예 '피난골'로 불리는 지명이 충북 지역에도 음성 금왕, 음성 원남, 청원 문의, 청원 오창 등에 남아 있다.

따라서 '피밭령(피밭이 있는 고개)'이기 때문에 '피발령'으로 기록되지 않고 '피반령'이라는 표기가 불가피하게 지켜져 온 역사적 의미를 이제는 바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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