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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작가

지나치게 많은 양의 업무에 시달리며 살던 딸아이가 첫 임신을 했다. 입덧을 하느라 고생이 심하여 휴직하고 요즘 집에 와있다. 일에 치여 결혼 전날까지 돌아치다 보니, 딸아이와 한가한 시간 한번 제대로 갖지 못하고 시집을 보내 서운하던 참이라 아이의 친향은 행복하다. 그런데 엄마 곁이 편안해서 좋다고는 하면서 쉰지 한 달도 못되어 아이는 쉬는 것을 힘들어 한다. 일에 치였어도 일할 때가 행복했다는 걸 느낀다고, 일 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제법 철학적인 말을 한다.

지인 중 꽃가게에서 일하는 두 사람이 있다. 둘 다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 꽃이 필요하면 교대로 들러서 팔아준다. 한번은 꽃향기를 실컷 맡으니 좋겠다고 인사를 건네며 A가게에 들어섰다. 당신은 잠깐이니 향기지만 종일 맡으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화분 관리 하랴 꽃을 다듬으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당연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다음에 B가게에 들어서며, 종일 꽃향기 맡으면 머리 아플 건데, 화분 관리하랴 꽃 포장하려면 가시에 찔리기도 하여 얼마나 힘드냐고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악취를 맡으며 종일 근무하는 사람도 허다하다며, 자신이 꽂은 꽃바구니가 어느 단상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자신이 포장한 꽃다발을 받아들고 행복해 하는 누군가를 상상하며 일하면 덩달아 흐뭇해진다고 대답했다. 전자가 꽃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이라면 후자는 직접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걸 쉽게 눈치로 알 수 있을 거다. 성실하고 즐겁게 일하는 점원도 많지만, 일하는 마음가짐이 사뭇 달랐었다.

낯모르는 옷가게에 들렀을 때 점원과 종업원의 차이를 쉽게 구별하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주인이 아닌 종업원이 일하는 옷가게를 선호한다. 주인에게 걸려들면 만족하지 않은 옷임에도 어하다가 사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다. 실제로 주인의 친절과 그럴듯한 설명에 말려들어 계산한 적이 종종 있다. 마음이 약해 취소하지 못하고 집에 와서 입어보곤 두어 번 드나들며 다른 옷으로 교환해 입은 경험도 있다.

조기 퇴직권유대상A씨 실제일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회사는 고급인력의 그를 밀어내고자 점차적으로 보직을 한 단계씩 낮춰 발령을 냈다. 그러나 여전히 즐겁게 일을 하자 책상을 치워버렸다. 그래도 한 모퉁이에 앉아 잡일을 하자 나중엔 창고정리로 발령 낸다. 이번엔 창고가 반짝거리게 일을 하자 민망한 회사는 정말 내쫓을 목적으로 주차안내로 내몰지만 그는 스마일 주차요원으로 정년을 채웠다.

노동은 질병의 약이라는 말이 있다. 편히 쉴 땐 하루에도 수차례 구토를 하던 딸아이가 아기배냇저고리를 손으로 꿰매어 만들고 회화학원을 다니면서 입덧을 가라앉힌다. 일주일의 일할 분량을 즐겁게 능률적으로 해놓고 노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같은 분량의 일을 찡그리고 힘겹게 일주일 내내 하는 사람이 있다. 즐기면서하느냐 억지로 하느냐의 차이와 능률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다.

개인적으로 베짱이를 좋아한다. 이솝은 우화에서 베짱이를 일하지 않고 여름내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노래만 부르는 곤충으로 묘사했지만, 실제와 상당히 차이가 난다고 한다. 베짱이는 여름이 가지전에 더 많은 자손을 퍼뜨려야 해서 여러 암컷들에게 잘 보이려고 열심히 노래하는 것이란다. 베짱이가 소리를 크게 낸다는 건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일이 되기도 하여, 포식동물들에게 노출되므로 상당히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생명을 내놓고 노래하는 베짱이'라는 제목의 현대판 우화를 써야 할까보다.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목청껏 노래 부르는 베짱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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