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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희

공군사관학교 교수

얼마 전 친구의 부음을 받았다. '소천(召天)'했단다. 갑자기 날아든 소식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부름을 받아 하늘나라로 갔다는 그 말이 잔잔한 파문으로 가슴에 와 닿았다. '소천'이란 말은 특정 종교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이지만 평소 착하게 살아온 그 친구에게 꼭 어울리는 말이었다.

죽음이후 사람의 영혼이 도달하게 되는 곳을 '하늘나라'라고 인식하는 것은 동서양의 구분이 없는 것 같다. 미 공군에서 순직조종사를 위한 추념비행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장례식 마지막 순서로 절친했던 동료조종사가 비행기를 몰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올라갔다. 마치 순직조종사의 영혼이 비행기를 따라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것 같은 장엄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이승에서의 미련을 내려놓고 영예롭게 하늘나라로 갔으리라 상상하며 슬픔을 위로하는 것 같았다.

나도 언젠가 비행기를 몰고 하늘나라에 잠깐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이 꼭 하늘나라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만약 하늘나라가 있다면 바로 그러한 곳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날은 어두컴컴한 먹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고 빗방울마저 간간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였다. 전방지역 초계비행 임무로 동료 조종사와 같이 기지를 이륙하였는데 곧바로 구름에 진입하였다. 한참 동안 깜깜한 구름 속을 비행하다가 약 3만 피트(10km)의 고도에 이르자 주변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앞이 뻥 뚫리었다. 엉겁결에 들어서게 된 그곳은 하얀 구름이 솜이불처럼 깔려있는 대 평원이었다. 눈과 얼굴을 감싸는 선바이저 없이는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강한 햇빛과 새하얀 구름만이 태곳적 고요함을 간직한 채 펼쳐져 있는 별천지! 그곳은 천상(天上)의 세계였다. 조종간을 잡고 있는 나의 오감과 의식은 꿈속처럼 아득해졌다.

"아니! 저건 또 무엇일까?"

아래로 내려다보니 구름 위에 자그마하고 동그란 무지개가 떠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무지개 가운데에 내가 탄 비행기의 그림자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또 다른 내가 구름 위를 달리고 있었다. 마치 나와 분리된 영혼이 아름다운 원형 무지개에 둘러싸여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깨어있다는 현실감은 더욱 멀어졌다. 주변 어딘가에 옥황상제가 살고 있는 궁전이 보일 것 같은 환상이 들기도 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편대비행 중이던 동료비행기를 발견하면서 현재 의식으로 되돌아 왔다.

사실 과학적 시각으로 보면 하늘나라란 없다. 내가 보았던 하얀 대평원은 그저 구름위의 한 장면이고, 동그란 무지개와 그 속의 그림자도 '브로켄현상'이라는 자연현상의 일부였을 뿐이다. 자연의 법칙엔 에누리가 없다.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여 조건만 갖추어지면 언제든지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자연현상은 알고 보면 신기할 것도 없고 크게 아름다울 수도 없다.

어쩌면 하늘나라는 문학과 예술적 상상이 만들어낸 산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하늘나라의 존재를 굳게 믿는다. 내가 본 그곳처럼 하늘의 어딘가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펼쳐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곳엔 먼저 가신 분들이 정답게 살고 계시고, 정이 많았던 내 친구가 서둘러 간 곳이기도 하다. 나도 선하게 살다보면 그곳에 가게 될 것이란 꿈을 꾼다. 그곳이 있기에 고달픈 삶도 한층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첨단과학의 총아인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간 사람들이 무심결에 내뱉는 말은 "오, 신이여!"라는 감탄사란다. 푸른빛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은 도저히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고 볼 수 없기에 외치게 되는 말이란다. 감성의 눈으로 바라보면 의미 없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거의 없다. 산책길에서 만난 조팝꽃이 나를 위해 활짝 피었다고 생각하면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작은 일에도 충분히 행복해 질 수 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황홀했던 그 순간도 나에게 하늘나라가 엄연함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된 특별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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