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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4.01 14:02:16
  • 최종수정2015.04.01 14:02:16

이상준

전 음성교육지원청 교육장·수필가

노루목이라는 지명은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미장리,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전남 광양군 옥룡면 동곡리,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장항리,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마장리,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우수리 등에 있으며 충북 지역에도 괴산군 청천면 후평리, 충주시 살미면 향산리, 음성군 감곡면 오갑리 등 전국적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다.

우리말 그대로 '노루목'으로 남아있는 곳도 많지만, 한자로 '노루 장(獐)' + '목 항(項)'을 사용하여 '장항(獐項)'이라 표기한 지명도, 제련소로 유명한 충남 서천의 '장항'을 비롯하여 경기도 일산, 부여 외산, 전북 순창, 경남 함양, 남원 산내 등지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설악산의 설악동 옛 지명도 '장항리'였다.

이러한 지명들에서는 한결같이 노루와 연관지어 '노루가 지나다니는 길목' 또는 '노루가 고개를 들고 있는 모양의 지형'이라 해석하고 있으나 노루가 그곳만 지나다닐 이유도 없고 노루가 고개를 든 모양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어느 학자는 우리말의 '칼(刀)'의 옛말 '갈(刀)'이 사물을 가르는 기능에서 조어된 어휘인 것처럼 '날'도 이와 같은 연유로 조어된 어휘로 추정하여 '나라∼느르∼노루∼누르>날∼늘' 등은 지명에서 '늘머리, 느르메, 누르메, 노리목' 등으로 불리면서 '노루목'이 생겨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산줄기가 칼의 날처럼 보일 수는 있겠으나 모든 '산' '봉우리' 등이 평지에서 솟아나온 것을 가리키고 있으며 주변 지형이 산줄기가 이어진 산지가 대부분이므로 날카롭게 솟아나온 의미를 가진 말이 지형을 구분하여 명명해야하는 지명에서는 그 유연성이 매우 적다고 할 것이다.

그보다는 '늘, 날, 널' 등은 땅의 모양으로 보아 '경사가 주변에 비해 늘어지거나 산줄기가 넓어진 곳'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지명 명명의 필요성이나 과정으로 보아 타당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느르목, 너르목, 나르목' 또는 '늘목, 널목, 날목' 들이 음의 유사성으로 노루를 연상하여 '노루목'으로 변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변화 과정의 지명이 다음과 같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느르목재'('늘목재'로도 불림) - 제천 송학 오미

'느릅재(楡峴)' - 제천 송학 시곡

'느릿재'('느릅재', '놋재'로도 불림) - 보은 내북 산성

'느리울' - 보은 내북 신궁

'느릅원(楡院)'('느르번'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며 인근에 '느르번고개'가 있음) - 제천 금성 대장리

위의 지명 예를 보면 '산의 경사가 늘어진 지형'을 가리키는 '늘목', '느르목', '느리목'이 지명의 명명과정에서 많이 쓰여 왔음을 알 수 있으며 느릅나무와 연관지은 '느릅재'도 같은 유형의 지명임을 알 수 있다.

전남 목포시 유달산(儒達山)에 '노적봉'이라는 봉우리가 있는데 임진왜란 때 이순신(李舜臣)이 이 노적봉을 짚과 섶으로 둘러 군량미가 산더미같이 쌓인 것처럼 보이도록 위장하여 적을 물리치는데 이용하였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그와 같이 이용하였을 수도 있으나 '노적봉'이라는 지명은 '느릿재, 놋재'와 같이 '산의 경사가 늘어진 고개'를 의미하며 '재'의 다른 표기인 '잣'으로 표기되어 '느리잣, 노잣'이 '느리작, 노작'으로 변이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보은군 내북면 연둔리의 '노적봉'이 '놋작골'로도 불리는 것은 이러한 변이 과정을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다.

단양군 단성면에 있는 구단양읍터에서 북하리로 넘어가는 '놋재'라는 고개도 예전에 늙은 호랑이가 출몰한다고 하여 '노호재(老虎재)'라 불렸다는 유래가 전해오고 있지만 이것은 유사한 음을 가지고 유추하여 만들어낸 말에 불과한 것이며 실제로 북하리 방향으로 경사가 느리게 늘어져 있는 것을 볼 때 '느릿재'가 '놋재'로 변이된 것으로 그 어원을 찾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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