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놀이터…갈 곳 잃은 어린이들

청주시내 공동주택 놀이터 13.9% 사라져
아파트 관리사무소, 시에서 보조금 지원해주지만 어려워

11일 오후 1시께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아파트에는 이용 금지된 놀이터 주위에 안전제일 띠가 둘려져 주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 김동수기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없어요."

11일 오후 1시께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유일하게 하나 있는 놀이터에는 어린이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놀이터가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이용금지를 시켰기 때문이다.

미끄럼틀은 물론 그네까지 안전제일 띠를 둘러놔 이용할 수 없었다.

이 놀이터는 지난 1995년에 설치된 오래된 놀이터다.

11일 오후 1시께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아파트에는 이용 금지된 놀이터 주위에 안전제일 띠가 둘려져 주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 김동수기자

인근에 위치한 다른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도 사정은 같았다.

단지 내 2곳의 놀이터가 있지만 입구부터 안전제일 띠를 둘러놔 주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아파트에 위치한 놀이터가 사라지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져 갔다.

주민 A(44)씨는 "지난 1월부터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며 "주말마다 3천원의 요금을 내고 아이들과 실내 놀이터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놀이터의 이용금지는 서민 밀집지역 아파트와 주택단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청주시에 따르면 공동주택에 설치된 놀이터는 모두 689개소.

이 중 영구폐쇄·임시폐쇄·이용금지된 놀이터는 모두 96개로 13.9%에 달했다.

지난 2008년 시행된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의 유예기간이 지난 1월26일 종료돼 설치검사에서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고 놀이터를 방치할 경우 아파트관리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서 이용금지를 시킨 것이다.

청주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보조금을 지원했다.

지난 2012년 2억, 2013년 4억7천531만원, 지난해 7억2천300만원을 공동주택 보조금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어린이 놀이시설의 정기검사 수수료도 50개소에 모두 892만2천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이러한 보조금을 받는다고 해도 안전검사에 통과할 수준의 놀이터를 만들기 어려웠다.

B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지난 1월 놀이터 개·보수 견적을 받아보니 8천만원이나 나왔다"며 "시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주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사정이 같다"며 "결국 관리비를 인상해 놀이터를 설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김동수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