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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3.05 18:13:25
  • 최종수정2015.03.05 18:13:25

백록담이 게 있다기에 산과 바다를 날아서 설렘을 안고 찾아간다.

겨울한라산이 보고 싶었고 백록담을 가슴에 담고 싶었다. 쌓인 눈이 5월까지 녹지 않아 녹담만설(鹿潭晩雪)이라 하여 제주10경의 하나로 꼽는 한라산에 오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2월의 백록담은 어떤 풍경일까. 제주도에 수차례 갔었지만 멀리서 바라만 보아야 했었다.

제주도 한 가운데 우뚝 솟아 어느 방향에서든 보이는 한라산, 오래전부터 꼭 풀어야 할 숙제처럼 그리움으로 남겨 두고 돌아서곤 했던 곳이었다.

숙소에서 꼭두새벽에 나서서 비교적 원만하다는 코스인 성판악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쌓이고 쌓인 눈의 양이 두자는 족히 될 거다. 왕복10시간 가까이 끝없는 설빙 길을 걷고 걷는다.

등산코스가 험하거나 어렵진 않지만 그냥 길다. 그리움으로 오르는 산, 새로운 땅 미지의 세계에 있을 백록담을 그리며 구름 위를 걷는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간결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雪國)에서는 주인공이 기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 눈 나라로 가지만 우리는 왕복19,2km 거리의 눈길을 걸어서 갔다.

가깝기로 말하면 신칸센을 타고 터널을 통과하는 것보다 훨씬 소설의 분위기와 가깝다고 자부했다.

세상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바닷바람도 설국에 들어서니 잦아들고, 길은 하얀 카펫을 깔아 놓은 것처럼 예뻤다.

은은히 울리는 젓대소리와 퉁소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올 것 같은, 전해오는 말처럼 신선이 노닐 것 같은 하얀 눈 나라다.

한라산 백록담 전경.

드디어 정상에 올라섰다. 백록담이다! 아! 커다란 저 동공…. 선선의 눈인가.

수면 위 쌓인 눈(雪)이 반쯤 녹은 2월의 백록담표정이 신묘하다.

누군가를 그리는 애절한 시선 같기도 하고, 갓 따온 거대한 생굴 한 점을 접시에 가지런히 펼쳐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신선이 신령한 물을 마시는 못은 높은 정상에 있으니 자잘한 한로반과 같이 그 크기가 손바닥만 하여라' 라고 노래한 이원조(李源祚)의 시 한 구절처럼 동서길이가600m인 백록담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신비의 수정체 같은 표정으로 구경 온 사람들을 담담히 맞는, 오래전에 열기 식은 화구 백록담을 대하니 감동이다.

백록담이름은 옛날 선인들이 백록(흰사슴)으로 담근 술을 마셨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단다.

'바다로 둘러있는 제주지방 산에는 많은 사슴이 있는데, 사슴을 다 잡아도 이듬해가 되면 여전히 번식하니 바다의 물고기가 변해서 사슴이 되는 것이 아니고야 어찌 사슴이 이리도 많더냐·' 라고 이익이 '성호사설'에 기록한 것을 보면 제주도에 사슴이 많았고 백록담에는 더 많았다는데 지금은 그처럼 사람이 많다.

사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백록담을 둘러보아도 백록은 보이지 않는다.

흰 사슴을 탄 무사가 나타나 휘파람을 한번 불며 모든 사슴들을 모으더니 갑자기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요술이라도 부려 바다 속으로 몰아넣기라도 했단 말인가.


산이 높아 손을 들어 은하수를 잡아당길 것 같은 정상에서서 확 트인 사방을 둘러보았다.

운해가 계곡을 따라 흐르는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다. 향방조차 알 수없는 하늘 길 한쪽에선 거대한 구름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 순간만큼은 의연히 진세(塵世)세의 일을 잊어버리고 홍진(紅塵)에서 벗어나 보자. 해와 달을 옆에 끼고 비바람을 다스리는 신선이라도 된 듯 뿌듯하다.

한없는 아쉬움과 에돌아 흐르는 구름일랑 정상에 남기고 갈 사람은 가야지.

놀멍쉬멍 꼬닥꼬닥 백록담을 만나고 내려오는 길…. 어느 새 한라산밑바닥에는 저녁풍경이 흐르고 있다.

/ 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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