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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愛國)을 강요하지 마세요"

3·1절 앞두고 청주 성안길 가보니…
충북 지자체 26일 일제히 '태극기 달기 운동' 전개
"정부 불신 해소가 먼저"…주민들 반응은 싸늘

  • 웹출고시간2015.02.26 18:53:57
  • 최종수정2015.02.26 18:53:57

26일 청주시 성안길에서 열린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캠페인’ 행사장 옆으로 한 시민 가족이 태극기를 흔들며 지나가고 있다.

ⓒ 최범규기자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고취시키고자 정부와 지자체가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26일 오후 2시 청주의 최대 번화가로 손꼽히는 성안길에 도내 각 기관단체장들과 새마을·바르게살기·민족통일·자유총연맹·광복회 등 각종 단체 회원들이 운집했다.

행정자치부가 계획한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이들 200여명은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태극기 달기 운동에 160만 도민이 적극 참여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낭독했다. 그리고는 순국선열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애국정신을 드높이자는 취지에서 만세 삼창을 외쳤다.

청주시민 100여명은 주변에서 이들의 '의식(儀式)'을 잠시 구경하고는 이내 발길을 돌렸다.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은 극히 적었다. 상당수는 태극기 하나씩을 받아들고 제 갈 길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하기에 바빴다.

시민 고모(34·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고, 정부는 여전히 국민의 좌절감을 해소해 주지 못하고 있다"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태극기 달기 운동이라는 전시행정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날 캠페인에 참여한 기관단체장과 단체 회원들은 성안길 롯데시네마부터 철당간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모두 태극기를 게양합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동참을 호소했다.

연말 행자부가 시상하는 우수 지자체·기관 평가를 의식이라도 한 듯 열과 성을 다해 분주히 움직였다. 시민들에게 나눠준 태극기만 모두 800개에 달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한 단체 회원은 "3월1일 도내 곳곳의 모든 가정에 태극기 물결이 넘실대기를 바란다"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널리 퍼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6일 청주시 성안길에서 열린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캠페인’ 행사장. 흥을 돋우는 풍물동아리 주변 바닥에 태극기 달기 동참을 독려하는 홍보물이 떨어져 있다.

ⓒ 최범규기자
그러나 캠페인을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참석자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회원들이 나눠주는 태극기를 받아 들면서도 "오늘이 무슨 날이냐"는 대화를 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회사원 최모(29·상당구 금천동)는 "애국심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지 않냐"며 "우리가 왜 태극기를 달아야 하는지가 먼저 설명돼야하지 무작정 게양하라는 식의 이벤트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박모(47·상당구 영운동)씨는 "우리나라는 국기에 대해 지나치게 권위적인 인식이 팽배하다"고 전제한 뒤 "게양부터 처리 방법까지 일률적으로 규정돼 있는데다 활용도 제한돼 있다"며 "외국과 같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누구나 친근하게 국기를 대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캠페인을 뒤로하고 성안길은 다시 상업의 거리로 돌아왔다. 평상시의 모습 그대로였다. 바닥에 떨어진 태극기 달기 홍보물만이 각종 호객 전단지와 섞여 시민들 발에 치이고 있었다.

/ 최범규기자 calguk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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