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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소설가·전 단양교육장

경상도 어느 마을에 지혜롭고 현명하다고 소문난 하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주인은 하인을 시험하기 위해 불렀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구해 오너라."

하인은 곧 돌아왔습니다.

"아니, 그것은 짐승의 혓바닥이 아니냐?"

사람들은 하인을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하인은 개의치 않고 답했습니다.

"예로부터 세상의 모든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은 사람의 혀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나라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나 집안을 흥하게 하는 것 등 모든 것이 이 세 치 밖에 안 되는 혀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말이 옳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가장 천한 것을 사 오도록 하여라."

다시 하인은 밖으로 나갔고 잠시 후에 돌아왔습니다. 모두 다 깜짝 놀랐습니다. 다시 또 혓바닥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주인은 하인을 몰아세우며 야단을 쳤습니다.

"아니, 이것도 혀가 아니냐·"

"주인님, 예로부터 혀를 잘못 놀려 일생을 망친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래서 혀가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기도 하고 가장 천하기도 한 것이지요."

요즈음 세 치 혀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사람을 종종 봅니다. 사회 저명인사 가운데 그런 사람들이 자주 나타납니다. 혹자는 거짓 놀려서 망신을 당하고 혹자는 잘못 놀려서 망신을 당합니다.

세간에 '땅콩 회항'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과 회사 측의 갈팡질팡했던 변명이 여기에 속할 것이고, 토크콘서트로 인해 '종북 논란'을 불러온 황선 씨와 신은미 씨의 구차한 변명도 여기에 속할 것이며, '언론 외압'이라는 쓸데없는 논란을 불러온 이완구 총리 지명자의 치기어린 현학(衒學) 또한 여기에 속할 것입니다.

작은 개천이나 도랑물 흐르는 소리는 사람들의 밤잠을 깨우기도 하지만 한강처럼 큰 강물이 흐르는 소리에 잠을 깨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만큼 작은 것은 소리를 내지만 큰 것은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때문에 예로부터 군자는 군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혀로써 말썽을 일으키는 자는 지혜가 부족하여 속이 허한 소인배인 것입니다.

'말 많은 이웃들은 피곤을 동반한다. 그런 이웃은 헐벗은 자기 꼴을 입술로 덮으려는 것이다. 그런 말은 소음에서 나와 소음으로 사라져 간다. 그러나 말수가 적은 사람들의 말은 무게를 가지고 우리 영혼 안에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오래오래 울린다. 인간의 말은 침묵에서 나와야 한다. 태초에 말씀이 있기 이전에 깊은 침묵이 있었을 것이다.'

법정 스님의 말씀입니다.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음표와 음표 사이의 거리감, 쉼표 때문이다. 말이 아름다운 이유는 말과 말 사이에 적당한 쉼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쉼 없이 달려온 건 아닌지, 내가 쉼 없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때때로 돌아봐야 한다.'

혜민 스님의 말씀입니다.

차제에, 쓸데없는 말을 주섬주섬 늘어놓아, 세 치 혀를 가볍게 놀려,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유명인들이 우리의 주변에서 깨끗하게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데, 그것은 아무래도 망상(妄想)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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