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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금속활자, 이제는 냉정히 평가할 때다"

구텐베르크와 달리 정보 대중화 아닌 정보 독점
뜻글자인 한자로는 대량 인쇄 근본적으로 한계
日학자 'IT강국 원천된 한글 진실로 위대한 문자'
직지와 초정약수 한글은 가치충돌 "재정립해야"

  • 웹출고시간2015.02.09 19:25:51
  • 최종수정2015.02.09 19:25:51

경북대 남권희 교수가 공개한 고려시대 증도가 번각본(좌)과 증도가자 모습.

증도가자(證道歌字)가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라는 판정이 내려진 가운데, 이를 계기로 직지와 증도가자를 포함한 고려 금속활자 전반에 대한 보다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맞물려 뜻글자 체계인 직지와 소리글자인 한글을 서로 '최고의 가치'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만큼, 지자체와 학계의 입장 정리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과대홍보 존재

9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증도가자가 1239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판정, 곧 문화재 지정을 위한 관련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증도가자는 직지(1377년)보다 최소 1백38년 앞선 것이 되면서, "활자와 활자본(책)은 다르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직지의 위상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증도가자 판정을 계기로 "직지를 포함한 고려 금속활자가 중세 정보화 혁명을 이끌었다"는 식의 과대 홍보는 접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논리는 ①직지·구텐베르크 =금속활자 ②금속활자=중세 정보화혁명 기여 ③직지,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보다 78년 앞서 출현 ④따라서 직지가 중세 정보화 혁명을 촉발시켰다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직지는 뜻글자(표의문자·한문)의 금속활자이고, 구텐베르크는 소리글자(표음문자) 체계의 금속활자라는 설명이 의도했든 안 했든 생략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뒤늦게 출현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소리문자의 부호인 알파벳을 무수히 조합하면서 출판 대중화에 성공, 유럽의 중세 정보·종교혁명을 촉발시켰다.

◇상정고금예문 겨우 28권 찍어

반면 고려 금속활자는 뜻글자의 부호인 한문을 문자체계로 갖고 있다보니 활자를 만드는데 너무 많은 재료(銅), 인력·기술·자본을 소요, 대중화의 길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문헌상 가장 먼저 금속활자로 찍었다는 고려 인종 때의 《상정고금예문》은 전체 28권밖에 출판하지 않는 등 고려의 권력자나 지식인들은 정보 대중화보다 정보독점에 더 익숙해 있었다. 이는 '적은 부수로 귀한 책만 찍는다'는 지배층 의식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규보가 쓴 《상정고금예문》의 원문은 '遂用鑄字 印成二十八本 分付諸司藏之'으로, 해석하면 '주자(鑄字)를 사용 28본을 인출하여 제사(諸司)에 나누어 보내 간수하게 하니' 정도가 된다.

때문에 같은 금속활자로 찍은 《직지》도 정보 대중화가 아닌, 정보독점 차원에서 소량만 발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고려의 인쇄술을 계승한 조선은 중앙에서의 소량 정본(正本) 인쇄는 금속활자, 지방에서의 다량 출판·보급은 목판(木板)으로 하는 등 국가출판 체계를 이원적으로 운영했다.

이는 오·탈자가 생길 경우 목판인쇄는 목판 전체의 글자를 다시 새겨야 하나 금속활자는 활자톨 하나만은 교체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반면 목판인쇄는 제작 기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조선 조정은 △중앙에서 교정용 책을 금속활자로 소량 찍고 △이를 인쇄해 교정을 보았으며 △이후 모본(母本)인 금속활자본을 지방 감영으로 내려보내 목판으로 인쇄·보급케 했다.

이처럼 뜻글자 체계로 대량 인쇄를 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었다. 현재 한국은 세계 최고의 IT강국이고, 이의 토대가 된 것은 한글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세종대왕, 초정약수서 한글 다듬어

이와 관련 세종대왕은 1444년 초정약수 방문 중에도 한글을 다듬는 노력을 했고, 속리산 복천암 신미대사는 조선시대 최초로 한글 상소문을 올린 바 있다.

전자의 원문은 최만리 상소문으로 '若夫諺文, 非國家緩急不得已及期之事, 何獨於行在而汲汲爲之'(세종실록 26년 2월 20일자)으로, '언문같은 것은 국가의 급하고 부득이하게 기한에 마쳐야 할 일도 아니온데, 어찌 이것만은 행재(行在)에서 급급하게 하시어'로 해석된다. 이때의 '행재'는 초정약수를 지칭한다.

후자의 원문은 '僧信眉, 聞上欲試僧講金剛、法華經, 不能者竝還俗, 乃書諺文密啓曰'(예종실록 1년 6월 27일자)로, '중 신미(信眉)가, 임금이 중들에게 금강경과 법화경을 강(講)하여 시험해서 능하지 못한 자는 모두 환속시키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언문(諺文)으로 글을 써서 비밀히 아뢰기를' 정도로 해석된다.

청주·청원이 통합되기 전까지 청주시는 직지축제, 청원군은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를 연중 최고의 지자체 사업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위의 언급에서 보듯 직지와 한글이 지닌 역사적인 가치는 서로 충돌하면서 양립·병존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통합된 청주시는 이제 직지에 대한 전국 사학계, 한글학회, 청주지역 이외의 무관심을 직시, 고려 금속활자에 대한 보다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내국인도 아닌 일본학자 노마 히데키(野間秀樹)가 《한글의 탄생》 서문에 쓴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글의 구조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音이 文字가 되는 놀라운 시스템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한글을 본다는 일은 하나의 문자체계를 뛰어넘어 언어와 음과 문자를 둘러싼 보편적인 모습까지도 보는 일이 된다. (…) 한글의 탄생- 그것은 문자의 탄생이자 知를 구성하는 原字의 탄생이기도 하고 쓰는 것과 쓰여진 것의 혁명이기도 하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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