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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1.20 16:44:33
  • 최종수정2015.01.20 16:44:33

조혁연 대기자

≪쇄미록·王+肖尾錄≫의 저자 오희문(吳希文·1539~1613)은 서울 태생이나 그의 일기에는 우리고장 황간의 지명이 자주 등장한다. 그의 외가가 황간이기 때문으로, 그는 성장기를 황간에서 보냈다.

오희문은 1591년(선조 24) 11월 황간의 외가를 방문하고, 또 장흥·성주 등에 있는 노비의 신공도 받을 겸 두 명의 종을 데리고 서울을 떠나 남행길에 올랐다. 그러나 중도에 임진왜란을 당해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피난생활을 해야 했다.

그 과정을 10년 가까이 기록한 일기가 《쇄미록》으로, 1601년에야 귀가할 수 있었다. 연구논문을 보면 그의 일기에는 총 24명의 노비 이름이 등장한다.

이들은 상전의 수족(手足)이 되어 농삿일, 누에치기, 물품교역, 편지와 안부전달, 상전의 나들이길 수행, 밥짓기, 땔감나무 마련 등 집 안팎의 온갖 궂은 일을 다 해야 했다.

《성종실록》 16년 7월 24일자

이와 관련 오희문은 '막정'이라는 노비가 죽자 "살아서는 몸을 바치고 죽어서는 재산을 바치니 공이 있는 노비'라고《쇄미록》에 적었다. 이 문장은 조선시대 노비들도 재산을 모을 수 있었고, 노비가 죽으면 그 재산은 주인의 것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사료에는 외거노비들 중에서 재산을 축적하는 경우가 더러 발견되고 있다. 솔거노비가 주인집에서 신체를 속박당하며 노동을 하는 노비라면, 외거노비는 주가(主家)와 따로 떨어져 사는 종들을 일컫고 있다.

조선 성종대에 전국적으로 극심한 한발이 찾아왔다. 그러자 우리고장 진천에 거주하는 임복(林福)이라는 사노(私奴)가 무려 2천석의 곡식을 백성들 진휼용으로 써달라며 조건없는 기부의사를 나타냈다. 정황상 임복은 사노비이면서 외거노비로 추정된다.

'전교하기를, "진천(鎭川)에 사는 사노 임복(林福)이 이제 백성을 진휼하기 위하여 곡식 2천 석을 바쳤으니, 그 마음이 가상하다. 이제 기근을 당하여 지식이 있는 사람도 바치려 들지 않는데, 천한 종의 몸으로 이를 하였으니, 면천(免賤)하는 것으로 상을 줌이 어떠하겠는가" 하니….'-<성종실록 16년 7월 24일자·그림>

오늘날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에 해당하는 승정원이 임복을 불러서 원하는 바를 물으니 "네 아들을 면천하여 양민이 되게 해주소서"라고 말했다. 한명회, 이극배 등은 다음과 같은 말로 환영했다.

"임복이 곡식 2천 석을 바쳤으니, 1백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에 족합니다. 자원에 따라 그 아들을 양민(良民)으로 만들어 주고, 그 인원에 상당한 노비를 그 주인에게 보충하여 주소서."

그러나 심회(沈澮)·홍응(洪應) 등 상당수 대신들의 의견은 달랐다. "만약 곡식을 바쳐 종량(從良)하는 길을 열어 준다면 주인을 배반하는 자가 벌떼처럼 일어날 것이니, 진실로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험담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당시 대사헌 이경동 (李瓊仝)도 반대에 가세했다. 그러나 성종은 임복의 선의를 매우 높게 평가하며 철회의 뜻이 없음을 밝혔고, 따라서 조정의 분위기를 더욱 경직됐다. 그러자 임복은 1천석을 더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의 네 아들도 종살이를 면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흉년에 자기의 재물을 아끼지 아니하고 1천 석을 더 바치니, 그 정상이 가상하다. 그 4인을 아울러 종량하라."-<성종실록 16년 8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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