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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누들' 면(麵) 탐미 - 청주시 용정동 '할머니 손칼국수'

  • 웹출고시간2015.01.15 19:18:10
  • 최종수정2015.02.05 15:32:31

편집자

'맛집멋집'의 열풍은 이제 트렌드를 넘어 문화로 정착되었다. 수많은 매스미디어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찾아냈고, 미식가들은 몰려가 맛을 보았다. 처음의 열풍과 달리 상업적 목적이 가미되면서 점차 독자들은 언론의 추천 맛집을 믿지 못하게 됐다. 이제 본보는 면(麵)으로 대표하는 충북의 대표적인 음식점 탐방을 거쳐 숨어있는 맛집을 찾아내 도민들과 함께 면의 향연을 벌이려고 한다. 특히, 아쉬운 점은 있으나 주인과는 일체 소통을 하지 않고 철저하게 손님의 입장에서 맛을 보고 소개하기로 결정했다.

'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있다.'

김애란의 소설 '칼자국'은 이렇게 시작한다.

칼국수는 어떻게 끓여야 한다는 정석이 없다. 기호에 따른 식재료를 사용하여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 칼국수다.

그러나 쉬운 음식일수록 솜씨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 한끝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

일찍 서둘렀다. 12시에 임박하니 벌써부터 좌석은 꽉 들어찼다. 5분 상관으로 대기입석과 좌석이 결정된다.

기본으로 놓여 있는 것은 작은 항아리 두 개, 다진 풋고추 그리고 양념장 한 종지다.

항아리에서 깍두기와 겉절이를 꺼내 나란히 담아 놓자 창 넘어 온 햇살이 따스하게 비춰준다.
대개는 칼국수가 나오기 전, 먼저 한입 베어 물어 보는 깍두기 맛이 그 집의 음식 솜씨를 판가름해보는 중요한 기준이다.

깍두기나 겉절이가 맛이 있으면 십중팔구 그 집 메인 요리는 먹어볼 것도 없이 맛있다.

아삭한 깍두기의 상큼한 맛이 창의 햇살을 더 환하게 만들어 준다.

이윽고 참깨가 둥둥 뜬 양푼에 담긴 칼국수가 당도한다.

말간 국물 아래 숨죽인 칼국수가 뽀얀 김을 화관처럼 만들어 낸다. 구수한 냄새가 칼국수의 풍미를 더해 준다.

여러 가닥의 칼국수가 '후루룩' 소리를 내며 목안으로 빨려들면 가슴이 시원해진다.

뜨거워서 호호 불어가며 먹으니 오히려 시원해지는 묘한 대비다. 이집 칼국수의 매력은 담백함이다.

특별할 것이 없는 재료를 통해 밋밋해질 수 있는 평범한 맛이 단번에 특별한 맛으로 바뀐 비결은 바로 국물이다.

옆 좌석의 중년 한명이 국물을 훌훌 마시고 난 뒤, 동료에게 말한다.

"시원해. 먹고 나면. 예전에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이 살아있어."

'살아있다'는 말 이상의 극찬이 있을까.

면발이 매끄럽고 윤기가 졸졸 흐르는 칼국수의 몸을 보면, 사물이지만 생명이 있는 양 기운차다.

입술로 빨아들이면 매끄럽게 제 몸피를 재빨리 감추고 몸 안으로 들어와 후끈한 열기를 전해준다.

살아있다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순간이다.

손으로 민 덕분에 어떤 곳은 얇아서 하들하들하고, 어떤 부분은 두툼해 수제비처럼 씹는 맛이 근사하다.

먹고 나면 입안에 구수한 맛이 감돈다. 맛난 음식을 먹고 나면 어쩐지 향이 몸에 배어드는 느낌이다.

아삭한 깍두기나 마늘향이 알싸한 겉절이로 입가심하고 나면, 점심으로 이만큼 개운하기도 드물다.

애초에 주인과의 소통은 배제한다는 것이 이번 '누들누들 면(麵)여행'의 기본 취지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칼국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아쉬운 점도 있다. 부득불, 메뉴판에 적힌 칼국수에 대한 주인의 홍보 글을 옮겨본다.

용정동 할머니 칼국수집.

'손칼국수 5천원, 저온 숙성시킨 반죽을 홍두깨로 얇게 민 후, 육수와 함께 정성스레 끓여 어릴 적 맛보던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정통 칼국수'

분분 흩날리는 밀가루에 물을 한두 모금 부어가며 칼국수 반죽을 치대면서 담겨진 생각들은 무엇이었을까.

윤기 나는 면발을 입안에 넣으면 짧은 순간 만든 이의 체온이 내 마음을 따스히 위무해주는 느낌이다.

간을 한 듯 안한 듯, 조금은 심심하게 나오지만 은근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공들인 시간들이 쉬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뽀얗고 걸쭉한 국물 속에 여기저기 숨어 있는 황태와 감자로써 그 맛의 비의를 짐작할 뿐이다.

종업원이 손님상에 칼국수를 놓으면서 한마디 한다.

"오래 기다려 죄송합니다. 면발은 미리 삶지 않고 손님이 오면 그 때 삶아 올립니다. 그래서 면이 퍼지지 않고 가늘지만 쫀득함을 유지하지요."

'할머니 손칼국수' 집 메뉴는 딱 3가지다.

손칼국수, 수제비, 칼제비(칼국수와 수제비)다. 모두 5천원 균일이다.

공기밥은 1천원이다.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은 쉰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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