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봉표 전무의 인도차이나 반도 여행기

무너지는 유산…잊고 싶은 잔혹사

  • 웹출고시간2015.01.16 10:47:27
  • 최종수정2015.01.16 11:33:18
근현대사에서 아픈 상흔을 치유하며 재기의 몸부림을 치는 지역 중 하나로 인도차이나 반도를 꼽는다. 물고 물리는 정치적 이해관계 만큼 국가간 정서와 매력도 다르다. 그런 매력에 끌려 지난해 라오스에 이어 5년여만에 다시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찾아 두 나라의 역사와 풍광을 몸과 마음으로 스케치했다.

톤레샾 호수의 수위 표지판.

캄보디아 하면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앙코르와트(Angkor Wat)'와 '킬링필드(The Killing Fields)'다. 앙코르와트는 일반인에게 불가사의의 대명사지만 킬링필드는 지우고 싶은 인류역사의 한 단면이다.

◇앙코르와트

이 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수도 프놈펜보다 더 유명한 곳이 씨엡립(Siem Reap)이다. 바다 만큼이나 너른 톤레샾(Tonle Sap) 호수를 끼고 있는 씨엡립은 비옥한 주변 농토를 차지하기 위한 이웃 나라들과의 전쟁이 끊이질 않은 곳이다.

이중 태국과의 인연은 으뜸이다. 오죽하면 지역명을 '태국을 물리치자'는 뜻의 씨엡립으로 정했을까.

앙코르와트의 부실 복원공사 사례

캄보디아에는 약 1천여개의 크고 작은 사원들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대다수 사원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

몇몇 선진국들이 발굴과 복원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그것도 순수한 마음보다는 정치적 계산을 염두에 둔 부실공사여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현지 가이드들은 캄보디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앙코르와트, 바이욘(Bayon), 타프롬(Ta Prohm)(이상 건축 연대순) 등 3개 사원 만큼은 반드시 둘러볼 것을 권한다. 규모도 규모지만 이들 사원들의 태어난 배경과 건축양식 등이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이중 앙코르와트는 하루 종일 이 곳만 둘러봐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신비로움과 의문투성이로 가득한 불가사의 건축물이다.

특히 사원을 둘러 싸고 있는 정방형의 해자(垓字), 건축재로 사용된 그 많은 돌의 출처, 그리고 불과 36년이라는 짧은 공사기간을 앙코르와트의 3대 풀지 못할 숙제로 꼽는다.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돌마다 새겨져 있는 섬세하기 그지없는 조각기술하며 머리카락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맞춰진 석축기술은 또 어떻게 설명할텐가.

태국이 캄보디아를 멸망시킨 다음 씨엠립 사람들을 노예로 모두 끌고가는 바람에 밀림 속에 방치됐던 앙코르와트가 이 정도라도 온전하게 보전된 걸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주요 고통수단이 돼버린 '툭툭이'. 이 나라 주요 수입원 중 하나다.

잠시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는데 가이드의 설명이 이내 화를 돋군다. 앙코르와트의 복원을 일본이 맡았는데 문화재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의 눈으로 봐도 분명히 '부실공사'요 '짝뚱 복원'이다. 우리나라도 인근 사원에 대한 복원사업을 진행중이라니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성의껏 '진품복원'을 하기를 기대한다.

수리아바르만(Suryavarman) 2세가 형을 죽이고 쿠데타를 일으켜 왕권을 틀어쥔 다음 왜 이런 대규모 사원을 지었는지는 인터넷 검색으로 대신하기로 하자.

앙코르와트에서의 진한 감동을 뒤로 하고 바이욘 사원으로 이동했다. 5년전 왔을 땐 버스로 이동했으나 지금은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일명 '특툭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2인이 한 조가 돼 먼지를 풀풀대며 비포장길을 달리는 풍경이 타임머신을 타고 간 우리의 60년대 풍경을 닮았다.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108개의 대형 얼굴 조각상.

씨엠립에서 앙코르와트가 힌두교 건축양식을 대표한다면 자이야바르만(Jajavarman)7세가 지은 바이욘 사원은 불교 건축양식을 대표한다. 이 사원의 압권은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108개의 대형 얼굴 조각상이다. 4개면에 서로 다른 미소로 관광객을 맞고 있는 조각상들은 영락없는 부처님의 미소다.

벽면에 새겨진 압살라(Apsara) 무희들의 미소띤 얼굴과 그들의 속살까지 비칠 것 같은 실크옷 차림 부조(浮彫)도 일품이다. 역시 일본 자본에 의해 복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앙코르와트와 다를게 없어 보인다.

'툭툭이'로 약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타프롬 사원 역시 자이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비는 마음으로 12세기말부터 건축했다고 한다. 캄보디아의 수십명에 이르는 왕 중 2명이 3대 건축물을 후대에 남겼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쿠데타로 집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원을 들어가다 보면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악단을 마주치게 되는데 관광객들의 국적을 족집게처럼 알고 해당 국가의 전통민요를 연주한다. 우리 역시 아리랑 연주를 들으며 입장했다. 물론 팁을 주는게 관례다.

바이욘 양식으로 지어진 타프롬 사원은 규모가 가로 600, 세로 1,000m의 초대형 사원이다.

나무뿌리가 세계문화유산 타프롬 사원 담장을 무서운 기세로 삼켜가고 있다.

나무뿌리가 마치 모든 걸 집어 삼킬 기세로 사원을 덮치고 있어 일명 '밀림사원'으로도 불린다.

커다란 나무뿌리에 침식당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엔 신비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여간 안타까운게 아니다. 뿌리를 잘라내도 무너지고 그냥 둬도 무너진다니 그냥 놔두는 수 밖에.

◇톤레샾 호수

캄보디아는 톤레샾 호수 때문에 나라 전체가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이 호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건기에는 서울의 4배, 우기엔 무려 서울의 16배 크기나 될 만큼 거대하다. 그래서 붙여진 명칭이 '가짜바다'라는 의미의 톤레샾이다.

메콩강을 끼고 살아가는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들이 모두 그렇듯 캄보디아 역시 이 호수를 중심으로 주변 농경지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에 의.식.주를 크게 의지한다.

우기에 메콩강이 범람하면서 퇴적물로 만들어지는 비옥한 땅과 흘러 들어온 물고기가 생존의 자원이다.

수상가옥촌 풍경.

30여명을 태울 수 있는 배를 빌려 호수에서 생활하는 수상가옥촌을 둘러봤다. 무려 1만5천여명이 물 위에 집들 짓고 산다고 하니 웬만한 우리의 소도시만한 셈이다. 대부분 캄보디아의 가난한 사람들이거나 베트남이 통일되면서 탈출한 사람들이다.

배 안에 미리 올라타서는 굳이 싫다고 해도 1달러 팁을 받기 위해 집요하게 달라붙어 어깨 마사지를 해대는 꼬마들을 제외하면 그런대로 선상 유람이 신선하다.

◇킬링필드

캄보디아 여행에서 외면하고 싶어도 필연적으로 마주쳐야 하는 장면이 '킬링필드'로 알려진 대학살 비극의 역사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캄보디아에 입성한 극단적 공산주의 크메르 루즈 정권이 3년 7개월간 인구 610만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만명 가까이를 학살한게 킬링필드의 기억하기 싫은 역사적 진실이다.

'킬링필드'로 알려진 대학살 비극의 역사의 잔재물.

희생자들은 대부분 기업인을 비롯해 유학생, 과거 정권 관계자 등 지식인들이었고 심지어 같은 크메르 루즈 내의 친 월남파까지도 반동분자로 몰아 처형했다.

지식인을 색출하는 방법도 가관이다. 손바닥을 만져봐서 보들보들한 사람, 배가 나온 사람, 안경 낀 사람 들이 대상이었다.

처형 방식도 엽기적이다. 총탄이 아깝다며 단단한 야자나무 껍질을 벗겨 찔러 죽였다는 가이드의 설명은 차라리 안 듣느니만 못했다.

그런 끔찍한 일을 직접 실행한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쇠뇌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이었다고 하니 질곡(桎梏)의 역사치고는 너무 고통스런 대가를 치른 셈이다.

지도자를 잘못 만나면 한 국가와 백성이 어떤 불행을 당하는 지를 웅변해준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캄보디아 국민들은 이런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당시 희생자들의 해골을 포함한 유골을 모아 자국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까지 전시하고 있다. 우리가 목격한 유골탑도 그런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곳에서 희생된 영혼들은 관광객들에게 절규하고 있었다. 제발 이 통곡의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달라고...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