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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12.29 17:39:41
  • 최종수정2014.12.29 17:39:41
최근 종영한 모 케이블 채널 드라마 '미생'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직장인들의 현실과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냉혹한 회사 조직 생활이 소재였던 만큼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나와 내 아이들의 상황처럼 다가왔다.

***나만의 잣대와 안목 키워야

두 딸 아이가 1년여 차이를 두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미생'이란 드라마가 유독 더 가슴에 다가온 까닭도 이 때문이다. 드라마 속의 광경은 마치 현실 속 내 아이들의 상황으로 이입되곤 했다.

마음이 아팠다. 고약한 상사가 등장하는 장면이면 괜히 흥분하곤 했다. 내가 직장 상사라면 하는 생각도 해봤다. 혹시 나도 저런 상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했다. 아직 완전하지 못한 내 직장의 미생들을 끔찍하게 압살한 적은 없는지 되돌아 봤다.

휴~ 하고 한숨을 쉰다. 금요일 저녁 작은 딸아이가 들어온다. 아침에 나가 드라마 '미생'이 끝나갈 쯤 퇴근한다. 얼굴은 그리 밝지 않다. 묻지도 못한다. 그저 뭐 좀 먹었니 정도가 인사다. 말없이 긴 시간이 지난다. 그 사이 드라마도 끝난다.

드라마 '미생'은 가장 평범해 보이는 회사원의 일상을 그렸다. 그런데 그 일상이 숨 막히는 전투로 그려졌다. 부서 갈등이나 성차별·내부고발 문제 등도 깊숙이 짚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바둑에 빗대 말해주곤 했다.

드라마 '미생'은 초년생들이 어떻게 사회에 적응하고 편입해 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지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신입사원들의 고군분투와 성장기를 비교적 사실적으로 보여 줬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각자 길을 찾도록 했다.

드라마가 제시하는 해법은 정해져 있었다. '자신이 잘났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단 굽히고 끈기 있게 기다리면서 착실히 기본기를 쌓은 뒤 필요할 때 능력을 보여 주라'는 것이었다. 요즘 미생들 말로 '존버(존나게 버티기) 정신'이다. 어찌 보면 뻔하고 보수적인 처세술 이야기다.

그런데 감동을 준다. 그 까닭도 뻔하다. 미생의 이야기가 내 삶과 내 자식들의 삶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나와 우리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감이 부단히 확장되는 까닭도 비슷한 감정이입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아직 살아남지 못한 자'로서의 미생의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미생은 바둑에서 완전히 살지도 못했고 죽지도 않은 돌의 상태를 말한다. 결과를 기다려야하므로 지금은 결론을 확정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우리네 인생살이와 참 닮은 모습을 제대로 표현한 것 같다. 인생의 흐름에 이런 시기는 다 있다. 조금씩 다를 뿐이다.

누구든 간에 빠르든 늦든 이런 세월을 감당하고 넘어가야 살아남는다. 인생 경영이 마구 쉬운 게 아닌 까닭도 여기 있다. 그렇다고 인생에 유별난 전략도 없다. 그저 노력하며 열심히 사는 게 오히려 현실적 전략이다.

취업준비생, 직장인, 기업 경영자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고달팠던 한 해다.

새해 전망도 좋지 않다. 되레 더 나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돈다. 그러나 경기가 아무리 좋지 않아도 준비한 이에게는 기회가 온다. 남이 아닌 나의 잣대와 안목을 키웠으면 한다.

***미생 아닐까 걱정하지 말자

두 딸들에게 말한다. '나는 미생이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미생의 감정이입은 세대와 계층을 통틀어 공통적이다. 우리 사회가 '미생의 시대'인 탓이다.

궁극적으로 드라마 미생은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공감을 확장해줬다. 오차장(이성민 분)의 이야기가 지워지지 않는다. 오차장이 친구를 접대할 때 했던 말이다. '나는 내가 술을 먹고 싶을 때 마시지만 너는 남이 먹고 싶을 때 마시지 않냐'란 말이 아직도 가슴을 때린다.

오 차장의 그 말은 밤마다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셨던 우리들의 아버지들의 마음을 웅변하고 있다. 어릴 때는 그 모습이 마냥 달갑지 않았을 게다.

하지만 성년이 돼 직장생활을 할 때쯤이면 그때 아버지의 심정을 그려볼 수 있을 게다.

고령화시대다. 늦든 이르든 이모작은 이제 직장인 필수 과목이다. 새해에는 20대 취업준비생부터 50대 퇴직자까지 희망으로 충만했으면 한다. '미생'들이 어우러져 '완생'의 꿈을 꿀 수 있는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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