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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억울해하지 말고 편히 잠들거라"

故 홍석동씨 3년4개월만에 주검으로 고국 땅
아들 찾아 필리핀서 전단지 나눠주며 수소문
잔혹한 범죄에 홍씨 아버지 스스로 목숨 끊어

  • 웹출고시간2014.12.18 19:43:39
  • 최종수정2014.12.18 19:43:39

지난 17일 밤 9시께 故 홍석동씨의 빈소를 찾은 한 손님이 홍씨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 박태성기자
"아들아. 살아서 보면 좋으련만. 이제 엄마가 데리고 왔으니 억울한 것 다 풀어줄게. 억울해 하지 말고 잠들어라. 다음 세상엔 꼭 좋은 부모 만나 행복하게 살아다오."

시련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잔혹한 범죄는 단란했던 한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지난 2011년 9월 머나먼 이국땅에서 실종된 故 홍석동(당시 31)씨가 싸늘한 주검이 돼 지난 5일 고국 땅을 밟았다. 실종 3년4개월 만이다.

현지에 파견된 경찰의 도움과 제보자의 증언 등으로 지난해 홍씨가 묻혀 있는 곳을 알게 됐고 1년여만인 지난달 25일께 홍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지난 17일 밤 9시께 청주의 한 장례식장에는 홍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서 홍씨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홍씨의 어머니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성격도 소탈하고 모난데도 없었어요. 친구들도 좋아하고. 여기저기 다니는 걸 좋아하고 해서 호주도 다녀오고 뉴질랜드도 다녀오고…"

안양의 한 대학을 졸업한 홍씨는 여행을 좋아했다. 어머니가 기억하는 그는 생전 평생 속 한 번 썩이지 않던 착한 아들이었다.

비극은 홍씨가 지난 2011년 9월16일 필리핀으로 때늦은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시작됐다.

출국 3일 뒤인 2011년 9월19일 오전께 홍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홍씨는 가족들에게 "이곳에서 한 여자와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냈는데 문제가 생겼다"며 "합의금이 필요하니 천만원만 보내달라"고 말했다.

그날 밤 통화를 마지막으로 아들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이후 3~4차례 낯선 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의 뼈라도 찾아가고 싶으면 돈을 보내라는 협박 전화였다.

"아들 찾으려고 무슨 짓을 안했겠어요. 바로 경찰에 신고도 했어요. 하지만 여기(국내)가 아니라 힘들다고 하더라고. 돈 떨어지면 돌아올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당시 경찰이나 행정기관 등에 도움을 청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고 털어놨다.

가족들은 홍 씨를 찾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필리핀만 4번을 다녀왔다. 말조차 통하지 않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아들의 사진이 담긴 전단지를 돌리며 실종된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하기도 했다.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지. 아들도 못 찾았는데…."

이런 와중에 또 다른 비극이 찾아왔다. 지난해 1월1일 홍씨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 아들이 실종된 이후로 식사도 제대로 못하며 아들 소식을 찾아 도움 줄 곳을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던 아버지였다. 그는 '생사도 모르는 아들과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아들을 꼭 찾아달라'는 내용이 담긴 짧은 한 유서 한 장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12년 홍씨 납치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꼽힌 김종석(사망)·최세용 등이 필리핀과 태국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최씨 등 일당은 자신들이 홍씨의 죽음과 무관하다며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최씨는 지난해 2월 여권법 위반으로 태국 법원에서 징역 9년10개월을 선고받고 한국·태국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같은해 10월 국내로 송환됐다.

현재는 부산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부산경찰은 최씨의 공범으로부터 홍씨 등 2명을 살해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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