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셉테드 선진도시 부산을 가다 - 下

부산광역시, 범죄예방 시책추진·예산확보 등 조례 제정
지난해와 올해 8억2천만원 들여 시범지역 7곳에 적용
관련 포럼·워크숍 개최…분위기 조성·시민 참여 유도

  • 웹출고시간2014.12.15 19:47:10
  • 최종수정2014.12.15 19:47:10

15일 청주시 청원구의 한 주택가 골목길에 그려진 벽화. 한 셉테드 전문가는 사람이 심리적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골목길 벽에 사람을 그려 놓으면 오히려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주변 환경에 대한 세심한 분석을 토대로 한 적합한 셉테드가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박태성기자
범죄예방환경설계(셉테드·CPTED)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범죄는 예방 가능한 사회문제이냐 아니면 불가항력의 사회현상이냐는 의문이다.

이에 대한 답은 미지수지만 최근 전자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범죄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안전 환경을 조성하자는 전국적 관심이 이를 방증한다.

부산광역시는 셉테드 선진도시로 꼽힌다.

부산시가 셉테드의 성공사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요인 중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업무 추진이 돋보인다.

부산시는 지난해 10월께 범죄예방 도시디자인과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눈여겨볼 점은 제4조(책무)에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는 '(부산)시는 범죄예방 도시디자인 추진을 위해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고 이를 위한 시책 추진 및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조례 제정으로 지역 셉테드 적용을 위한 예산 확보 등 추진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에 힘입어 부산시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8억2천만원의 예산을 투입, 시범지역 7곳에 셉테드를 적용했다. 내년에도 범죄예방 도시디자인을 위한 예산 8억5천만원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셉테드 관련 포럼과 워크숍 등을 개최해 사업 추진을 위한 지역사회 분위기와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부산지방경찰청·부산지방검찰청·부산지방교육청 등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제도뿐 아니라 지역사회, 특히 적용 대상에 대한 확실한 진단과 깊이 있는 이해도가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범화 된 한 골목길에 셉테드를 적용한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지역 경찰 등의 협조로 범죄 발생 다발지역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이후 남녀 성비와 연령층 등 '인적 구성'과 골목길의 보도 폭, 담장의 높이와 색상, 창문 개수 등 '환경적 요인'까지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진다. 여기에 주민 등이 불안감을 느끼는 심리적 요인까지도 분석된다. 이를 종합해 진단이 내려지면 상황에 맞는 처방, 즉 '셉테드'가 적용된다.

각종 통계 등 구체적 정보를 토대로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청주를 포함한 충북도는 범죄예방환경조성에 불모지나 다름없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자세나 노력, 지역사회의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 민간에서 독자적으로 셉테드를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자체가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를 입증하고 셉테드가 확산하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배기범 부산디자인센터 디자인지원팀장은 "셉테드의 성공 여부는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사회 구성원의 고민과 노력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의 안전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자세에 주민의 노력이 더해질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 박태성·김동수기자

◇셉테드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건축설계기법을 지칭. 건축물 등 도시시설을 설계 단계부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하는 기법 및 제도 등을 통칭함.

"셉테드, 어두운 곳에 불을 켜는 것"


배기범 부산디자인센터 디자인지원팀장

배기범 부산디자인센터 디자인지원팀장은 디자인을 전공하고 인간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디자인 전문가로 '부산 셉테드'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배 팀장은 경찰이나 지자체뿐 아니라 주민 등 공동의 노력이 이루어질 때 안전한 환경 조성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셉테드란 무엇인가.

"셉테드는 범죄에 취약한 도시환경에 감시·접근통제 기능을 접목해 범죄발생의 기회적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환경설계 디자인을 말한다. 셉테드의 기본 원리는 5가지로 나뉘는데 출입구·보행로·조경시설 등을 설치할 때 가시성을 극대화 해 범죄인에 대한 자연스러운 상호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자연적 감시', 범죄자나 외부인의 침입을 막는 '접근통제', 조형물 설치 등 사적 영역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영역성', 공원·놀이터 등 공공장소에 시민들의 이동을 높여 범죄를 예방하는 '활용성 증대', 시설물이나 공공장소가 황폐화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유지관리'다. 이렇게 5가지 원리를 토대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셉테드 선진도시로 꼽히는 부산 셉테드의 강점은.

"부산형 셉테드의 가장 큰 특징은 막연한 추측이 아닌 데이터에 근간한 분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각종 주민 설문조사 등의 정성적 해석뿐만 아니라 사회인구학적·물리적 현황조사 등의 정량적 해석을 통해 대상지를 이해하고 활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시범사업 지역을 바둑판처럼 잘라 번호를 매긴 후 공간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해석하려 노력한 것이다. 창문의 개수, 보도의 폭, 담장의 높이와 색상, 가로등·CCTV 개수는 물론 주민이나 보행자가 어느 지점에서 불안감을 느끼는지 심리적인 요소까지 데이터로 만들어 정보화한다. 이를 통해 공간 또는 환경에 숨겨진 보이지 않은 규칙을 논리로 발견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여기에 디자인적 창의성을 통해 솔루션을 제시한 것이 바로 부산형 셉테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가 범죄예방환경조성을 위해 나아갈 방향은.

"셉테드가 이슈화가 되고 있는 것은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시민의 안전한 환경은 경찰이나 지자체뿐만 아니라 주민과 함께 하는 공동의 노력이 이루어질 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범죄예방 환경 디자인 전문가와 경찰, 범죄로부터 안전을 챙기려는 시민, 셉테드 관련 행정업무를 추진하는 행정기관 모두가 빠짐없이 최선의 조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셉테드는 인간에게 어떤 편익을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하나의 방법론 일뿐 결국 시민들이 어떠한 불편을 가지고 있는지를 범죄와 환경적 측면에서 고민하는 것이다. 지역구성원들의 관심이 셉테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셉테드가 도입단계인 만큼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지역사회에서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다함께 노력한다면 좀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 박태성·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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