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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청주 성화초 교장·소설가

월요일. 가벼운 등산복 차림으로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섭니다. 그동안 직장생활 때문에 평일 나들이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퇴직을 하고 나니 번잡하지 않은 시각에 번잡하지 않은 도로를 여유를 가지고 드라이브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우리 부부에게는 진작부터 주말을 이용하여 가까운 산천을 찾아 한 시간 가량을 걷는 것이 익숙한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의도적으로 번잡한 주말을 피해 평일 나들이를 즐기곤 합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은 황량하게 변해 있습니다. 황금빛으로 빛나던 것이 어제 같은데 어느새 겨울 채비에 바쁩니다. 대신 뒹구는 낙엽이 황량함을 메웁니다.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눈을 드니 울창한 삼림이 눈앞 가득합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는 걸음을 떼기 시작합니다. 바쁠 것 없는 걸음이기에 시적시적 걷습니다. 그렇게 여유를 가지고 걷자니 지난저녁에 읽은 어느 남편의 독백이 떠오릅니다.

<저는 이제 결혼한 지 15년차입니다. 3년 전 쯤 이혼의 위기를 겪었지요. 주로 아내에게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자꾸 나오더군요. 저도 회사 일과 집안일로 지쳐 있었던 터라 맞받아쳤고, 결국 우리는 각 방을 쓰게 되었죠.

아이들도 이런 분위기를 알았는지 언제부터인가 말수가 줄었고 시무룩한 성격으로 바뀌더군요. 매일이 싸움의 연속이었죠. 저는 집이 싫어 가끔 외박도 했답니다. 나중에는 외박하고 들어가도 아내가 신경조차 쓰지 않더군요.

그러기를 몇 달. 하루는 퇴근길에 귤을 사서 집으로 들어갔어요. 주방 탁자에 귤을 올려놓고는 샤워를 하고 나와 보니, 아내가 제가 사온 귤을 먹고 있더군요. 몇 개를 까먹더니 "귤이 참 맛있네"하면서 방으로 들어가더군요.

순간 제 머리를 쾅 치듯이 떠오른 기억. 아내는 결혼 전부터 귤을 아주 좋아했었는데…. 결혼한 뒤 10년이 넘도록 제 손으로 귤 한 봉지 사가지고 들어간 일이 없다는 걸 깨달았죠. 연애할 때 길에서 귤을 사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던 기억이 떠올라 한참동안을 울었습니다.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을 되찾은 기분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사이가 나빠진 다음부터는 아침을 해 준 적이 없었는데…. 식탁에 앉아 첫술을 뜨는데, 목이 메어 밥이 넘어가지 않더군요. 아내가 이토록 작은 일에 감동을 받아 제게 돌아올 수 있다는 걸 몰랐던 저는 정말 바보 중의 바보였습니다. 냉정하게 아내를 대했던 못난 제 자신이 후회스러웠습니다.

그 후, 우리 부부의 위기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잘 해결되었답니다.>

문득 젊은 남편의 독백이 떠올라 아내에게 말을 건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보은읍을 들러 황토사과 좀 사갈까·"

유난히도 사과를 좋아하는 아내의 얼굴에 미소부터 떠오릅니다.

"웬일이래? 짠돌이가."

필자는 그저 허허 웃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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