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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로마의 정치가며 법률가, 학자로 알려진 키케로는 약 2100년 전 그 시절에 '절약은 가장 큰 생산이다'란 말을 남겼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반드시 되뇌어볼만 한 고언 중 고언이라고 생각한다.

왜인들의 착취에 의한 가난에 뒤이어 동족상잔의 6·25 사변을 당해 폐허의 땅에 살던 우리는 세계 최빈국의 국민으로 살았다. 정녕 끼니만 챙길 수 있어도 부러울 게 없었고 자칭 부자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심지어 여러 남매들 속에 태어났던 그 시절, 형이 입던 옷을 물려 입기만 해도 무척 자랑으로 여겼다. 교모나 교복은 응당 대물림 하는 것으로 알고 살았고 유엔군들이 먹고 난 빈 깡통은 갖가지 재활용 생필품으로 변모 되어 생필품이 됐었다.

외국인들은 우리민족을 지칭해 손재주가 뛰어난 민족이라 했었는데 빈정댄 건지 진정으로 칭송한 말인지는 아리송할 따름이다. 그만큼 우리국민들에게는 생활필수품으로 활용하던 낡은 가구나 어떤 재료일지라도 함부로 버리는 건 있을 수 없었고 반드시 재활용하는 뛰어난 재주와 자세를 보였었다.

그렇게 알뜰살뜰했던 우리가 보릿고개를 없애버린 80년대 초부터 급격히 변했다. 도시 주변 생활쓰레기장에는 버려서는 안 될 만 한 멀쩡한 생필품들이 수북이 버려졌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저렇게 버리다가 죄 받는다'라거나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가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지하에서 나무라실 거다'란 말로 주저 없이 지적하기도 했었다.

근간 우리사회에는 오래된 건축물이나 고도(古都)다운 옛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툭하면 헐어버리고 새로 만들고 짓기 일쑤다. 그게 어떤 부의 표출인양 겉멋에 취한 사람들은 없을까 의구심이 자못 크다. 때로는 지역이기주의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관이나 마을을 과시하기 위한 양, 경쟁적으로 부수고 짓는다. 혹여 그런 망동 속에는 사업을 떠버려야 동전 한 닢이라도 취할 꼼수는 전혀 없을지 심히 의구심만 팽배해 질 때도 적잖다.

선거 때마다 선심공세 또한 난무한다. 특히 새로 만들고 짓는데 혈안이다. 당장 물적 존재들은 가시성이란 장점을 지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보존이나 자연훼손방지를 위한 세심한 배려나 멀리 내다보는 안목은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공인으로서 코앞의 표만 얻기 위해 약속만 쉽게 하지 지난 뒤에는 그만이라는 안이한 자세는 이제 지양돼야 한다. 그 사례 중에는 충주시내 70년 전 강당을 낡았다고 무조건 헐자는 제안과 의미를 위해 보존하자는 견해에 후 안을 선 듯 약속한 후 무려 9년을 지나도록 방치한 사실이 있다. 이제 우루를 수수방관해놓고 위험하니 철거하잔다. 이러기가 이미 3~4차례에 달한다. 약속 후 방치한 양심을 묻고 싶다.

80년대 초 퇴근해 집에 들어서니 아내가 느닷없이 아기들 옷 두 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우리 자녀들이 다 학생들인데 의아해 물으니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입던 옷을 이웃집 아기엄마에게 주려는데 혹여 언짢게 생각할까 싶어 새 옷 두 벌을 샀단다. 결국 헌옷을 건네기 위해 새 옷을 샀다는 말이다. 내심 참 흐뭇해했다. 그 후 우리 집은 친척들이나 이웃들의 헌옷가지 교환소 같은 역할을 했다. 지금도 그와 유사한 일이 줄곧 이어지고 있다.

부를 과시하는 기쁨보다 아끼고 절약해 모을 수 있었던 재산에서 맛보는 뿌듯한 마음은 늘 자기 마음을 흔쾌하게 해준다. 또한 오래 사용한 물건이나 옷가지들은 나름 정감도 많고 주변인들에게 자랑감이 된다. 그 사례로 근간 낡아 뵈는 의상들이 유행하는 건 혹여 그런 의미를 지니는 것 아닐까?

도둑질보다 더 나쁜 일이 헗어버리거나 태워버려서 지구상에서 아예 없애버리는 행위다. 차라리 도둑이 가져간 건 지구상에 남아있다.

'절약은 가장 큰 생산이다' 기원 전 이런 고귀한 말을 남긴 법학자 키케로의 고언은 아무리 되뇌어 봐도 모자라기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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