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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수동 할머니의 여름나기

"벌써부터 추운 겨울이 걱정이여"
작은방에 선풍기 한대로 무더위 견뎌
수입 월 30만원…"삼계탕 사먹기 부담"

  • 웹출고시간2014.07.17 19:45:43
  • 최종수정2014.07.17 19:45:43

청주시 상당구 수동의 한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71) 할머니.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정중히 제안했으나 김 할머니는 이를 사양했다.

ⓒ 박태성기자
초복을 하루 앞둔 17일 청주시 상당구 수동.

수동의 한 언덕길에 들어서자 허름한 집들로 빼곡했다. 길을 따라 늘어선 집 사이사이에 넝쿨로 뒤덮인 빈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담벼락이 반쯤 부서져 집 내부가 훤히 보이는 곳도 있었다. 언덕길 주택의 모습이 이곳의 어려운 환경을 대변했다.

김(71) 할머니는 이 언덕 중간께 살고 있다.

"누구신가?"

검은색 철제문을 두드리자 김 할머니가 집 밖으로 나왔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김 할머니는 집안으로 안내했다.

음지에 지어진 집인데다 안방의 전등도 고장 나 부엌과 안방으로 나뉜 집안은 어두컴컴했다.

곳곳 도배가 벗겨진 작은 방에는 선풍기 한 대가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다. 허름해 보이는 이곳에서 김 할머니는 20년을 살았다. 함께 살던 자식들이 떠나가고 이 집에 혼자 산지 어느덧 15년째다.

"명절이나 생일 때나 얼굴 보지. 자식들한테 짐이 될까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여."

먹고사는 게 바빠서일까. 자식들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다.

이런 김 할머니가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혈압약'을 먹는 일이다. 10여년 전 큰 병을 얻어 말을 제대로 할 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그나마 나아져 활동하고 있지만 언제 또 아플지 몰라 마음이 편치 않다는 김 할머니. 다시 아프면 자식들에게 손을 벌려야 하다는 게 부담스러운 기색이다.

김 할머니의 생활비는 한 달에 30만원 남짓. 일주일 중 3일 시니어클럽에 나가 하루 3시간씩 화단을 정리하거나 잡초 뽑는 일을 한다. 이렇게 번 돈으로 식사와 약값을 해결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힘겨운 생활이지만 처지가 비슷한 마을 사람들과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위안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이들과 한 달에 1~2번 복지회관을 찾아 2천원짜리 밥을 먹는 것도 김 할머니에겐 즐거운 일이다.

"내일 초복인데 삼계탕 드시러 가세요?"

"글쎄 어디 먹겠어? 한 달에 30만원으로 사는데 영 부담스러워서…. 그게 문제가 아니여."

김 할머니에게 초복 삼계탕을 먹느냐는 문제꺼리가 아니다. 벌써 겨울이 걱정이다. 30도를 넘는 날씨에 무슨 겨울 걱정이냐 하겠지만 김 할머니는 온통 겨울나기에 고심하고 있다. 지금 사는 집은 난방이 되지 않아서다.

"다른 것보다 추운 겨울이 제일 걱정이지. 난방이 안 되니까.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지내야하는데 올해는 또 얼마나 추울는지…."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 화려한 도심 한쪽 달동네에서 어려운 이들의 근심은 깊어져만 간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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