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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4.28 14:08:07
  • 최종수정2014.04.28 20:19:24
봄비가 내리고 있다.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비로 돌아와 울고 있다. 슬픔과 분노의 메타포처럼 내린다. 내 눈물도 비에 실어 팽목항으로 보낸다. 참 슬픈 봄날이다.

**어처구니없는 우리의 자화상

1993년 10월16일 나는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 있었다. 진도 팽목항 인근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한지 꼭 19년 6개월 전이다.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를 취재 중이었다. 사고 발생 후 일주일 정도 그 곳에 있었다.

서해 페리호는 1993년 10월10일 전북 부안군 위도 인근에서 침몰했다. 292명의 사망자를 냈다.

바다낚시에 나섰던 충북지역 사람들의 희생도 컸다. 그 때 그곳도 지금의 팽목항처럼 통곡의 바다였다. 시체가 무리지어 발견되는 등 인명 피해가 심했다. 당시 신문에 죽음의 신이 여객선을 유혹하는 장면의 풍자만화가 실릴 정도였다.

서해 페리호 사고는 흔히 말하는 후진국형 참사였다. 이 사고 역시 기본 상식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무리한 승선 인원이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다.

정원 220명쯤인 배에 360명을 넘게 태웠다. 높은 파도 속에 출항한 것도 그랬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다를 줄 알았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여전히 후진국형을 면치 못했다. 세월호는 국내에서 운항 중인 최대 규모 여객선이다. 그런데 구조자 수와 탑승자 수부터 혼선이 거듭됐다. 사고 이후 속속 드러나는 정부의 대응능력도 다를 게 없다. 기본과 상식을 거론하기 부끄러운 대목이 너무 많다.

사고 발생 14일째다, 300명이 넘는 실종자 중 지금껏 단 한 명도 구조되지 않았다. 무능한 대응과 무대책에 무력감을 느낄 정도다. 안전관리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구조다.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슬픔은 자괴감으로 번지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여러 유형의 참사를 겪었다. 이미 너무 많은 희생과 비용도 치렀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들뜬 마음으로 수학 여행길에 올랐던 아이들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오고 있다. 아직도 차디 찬 물속에 잠겨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뭘 해야 하는 건가. 소망마저 슬픔이 되고 눈물이 된다. 분노마저 눈물이 되고 있다. 참담한 비극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인식까지 바꿔놓고 있다. 제대로 된 나라, 기본이 바로선 사회가 너무 절실하다. 어이없는 대형 참사로 사회를 등지는 이들이 속출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지도자도 국민도 함께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나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숱한 사고를 경험했다. 2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충북지역에서도 대형사고가 잦았다. 우암상가아파트 붕괴사고를 필두로 충주호 유람선 화재사고 등이 해마다 터졌다. 그 때마다 유족들은 절규했다. 안전시스템 부재를 원망했다. 지금도 선연하게 기억한다.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와 관련기관들은 숱하게 백서를 만들고 매뉴얼을 다듬었다.

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세월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 무엇 하겠는가. 근본이 바뀌지 않으면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MT와 수학여행을 없앤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안전문제의 기본은 시스템이다.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물론 시스템이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 세월호 구조변경과 부실한 감독체계, 과적 등은 시스템 상 이미 점검되고 시정됐어야 할 사안들이다. 그 게 무시됐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

**마음까지 침몰하지는 말자

우리의 안전은 관행과 탐욕 앞에서 내동댕이쳐졌다. 기본 원칙의 가치가 무시돼 화를 불렀다. 그래서 끝내 굴러간 곳이 대형 참사현장이다. 오늘의 세월호였다. 위기상황 대응 능력 부족이 세월호 사고를 대형 참사로 비화시켰다.

진도 팽목항 앞바다 사고해역엔 지금도 비가 내리고 있다. 모두가 운다. 가족도 울고, 지켜보는 이들도 운다. 현장의 기자와 경찰까지 운다. 많은 이들이 계속 가라앉는 마음에 뉴스를 멀리하려 한다. 하지만 소용없다. 교복 차림 아이들만 봐도 울컥한다.

때론 슬픔도 힘이 된다. 그러나 과거처럼 한껏 슬퍼하고 한숨으로만 끝나면 별 수 없다. 세월호를 다시 세월의 망각 속에 묻히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기본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이제는 마음의 침몰에서 벗어날 때라고 다잡아본다. 하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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