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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스타 열전 - 안진상 예술나눔 이사장

고향을 사랑하는 배우, 무대에 철학을 담다
작품에 지역 문화예술 담아 객석과 공유
'청주아리랑' 배경 작품 전국연극제 은상
충청도 최초로 연극 사회적 기업 설립
"후배 배우 길 터주는 것도 내 역할"

  • 웹출고시간2014.04.17 17:38:46
  • 최종수정2014.04.17 17:38:46

아마 '사춘기'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 나도 참 방황을 많이 했다. 집안문제, 진로문제…. 어느 것 하나 확신이 서지 않았다.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느 날 길을 걷다 포스터를 봤다. 극단 상당극회에서 1기 공개 오디션을 본다는 내용이었다. 그 때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연극 인기가 꽤 괜찮았다. 일상생활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사춘기 심리로 오디션을 봤다. 신기하게도 합격. 타고난 소질보단 운이 좋았던 것 같았다.

3개월 동안 교육을 받고 워크숍 공연을 했다. 프로로서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첫 공연이었다. '생일잔치'라는 신혼부부의 삶을 그린 연극이었는데, 남편 역할을 맡았다. 지금은 없어진 흥업문화센터(흥업백화점 뒤편 소극장)가 나의 첫 무대였다.

◇우연하게, 또 엉뚱하게 배우의 길을 걷다

까까머리 배우였던 그는 어느덧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인이 됐다. 때론 웃기도, 때론 울기도 하면서 25년이란 적지 않은 세월을 연극인으로 살아왔다.

이제는 전환점이 된 것 같다. 따뜻한 보이차 한 잔을 마시면서 생각에 잠긴다. 배우로서, 또 연출가로서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삶을 그려본다.

사단법인 예술나눔 안진상(43) 이사장.

그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어릴 적 연극배우를 꿈꿨던 것도 아니고,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전혀 동떨어진 법학을 배웠다. 40대에 접어들어선 교육학 석사가 됐다. 이력서만 놓고 보면 과연 연극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다.

그의 회고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정말 '우연하게' 데뷔했다. 사춘기 시절 일탈심리에서 도전해본 연극에서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을 연극영화과로 진학하진 못했다.

"그 때까진 평생 연극배우로서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 것 같아요. 지역에서 연극영화과 진학을 노리기도 쉽지 않았고. 법학과 입학이요? 사실 별 생각 없이 간 것 같아요(웃음). 왜 예전엔 그랬잖아요? 선생님이 권유하는 대로, 써주는 대로 원서를 내고. 저도 그랬었죠."

삶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었을 때, 누군가 찾아왔다. 고등학교 시절 인연을 맺은 극단 대표였다. "너에게 딱 맞은 역할이 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해보자."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작품 연습에 매진했다. 3월 초 공연을 치르느라 대학 입학식도 가지 못했다. 그 후 세 작품이 잇따라 잡혔다. 대학 초기에 많이 하는 미팅도 거의 못했다. 우리 나이로 갓 스무살이 된 그는 법대 진학과 동시에 엉뚱한(?) 연극의 길로 제대로 빠졌다.

◇고향 사랑, 작품에 철학을 담다



그렇게 25년이 흘렀다. 이제는 콧수염과 중절모가 제법 어울리는 40대 중견배우가 됐다. 좌절도 많았다. 무대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그를 잡은 건 마음 속 굳건한 '신념'이었다.

"저는 제 고향을 참 사랑해요. 내가 태어나 자란 곳. 얼마나 정겨워요. 전 고향을 항상 작품에 담으려고 했죠. 우리 지역에는 우리들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가 참 많은데 정작 우리들을 잘 몰라요. 관심도 적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우리 연극에 우리 지역 문화를 담자고. 적어도 나만이라도."

지역 신문을 보고, 향토사에 관련 된 책과 연구서를 읽었다. 청주 중앙공원 압각수, 청주아리랑, 충주 신립장군 같은 소재를 발굴해 무대에 올렸다. 관객들의 반응은 좋았다. 무엇보다 무대를 통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그는 지금도 확신한다. 제 아무리 유명한 작품일지라도 관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지 못한다면 의미 없다는 것을. 가령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이 보인다' 같은 유명한 작품도 '수동에 서면 무심천이 보인다'는 식으로 공략해야 지역에서 사랑 받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는 지난 2009년 '회연 - 잊혀진 귀향의 소리'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중국 연길에 남아 있는 '청주아리랑'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 지역 정암촌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청주아리랑에 담긴 일제강점기 이주역사를 그려냈다. 이 작품은 그해 열린 전국연극제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어려워진 연극계, 돌파구를 찾다

열정 하나만으로 살아온 배우 인생은 2000년대 들어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영상매체의 발달로 연극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면서다. '연일 매진'이란 단어는 이제 옛말이 됐다.

현재 청주지역에는 5개 정도의 소극장(100~250석)이 있는데, 객석이 절반도 차지 않을 때가 많다. 8천원가량 하는 영화 관람비에 비해 1만5천원에서 2만5천원 정도 하는 연극 관람비를 비싸게 느끼는 관객들도 많다고 한다.

"시대적 흐름이 그런 걸 어쩌겠어요. 연극계가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야죠. 아무래도 정극 분야가 침체기다보니 시각과 청각 요소를 강화한 음악극이나 마당놀이 같은 장르를 집중 공략하고 있어요."

안 이사장은 5년 전 또 하나의 모험을 건다. 충청지역 최초로 문화예술분야 사회적 기업을 설립한 것이다. 지자체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아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후배 배우들을 무대에 설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올해부턴 인건비 지원이 끊긴다. 사회적 기업 취지에 맞게 자립을 해야 한다. 두려움도 있지만 자신감이 앞선다.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 철학을 바탕으로 제2의 도약을 할 준비를 마쳤다.

유난히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한 남자. 그는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나를 위해, 연극 후배들을 위해, 지역 연극 발전을 위해 무대에 오른다. 언제나 그랬듯, 가득찬 객석을 소망하며.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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