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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구제역 '살처분' 마을 가보니

"자식같던 가축 울음소리 괴로워"…트라우마 호소
음성 삼성면 소·돼지 9만여마리 매몰
주민 "무분별한 살처분 없어야" 개선 촉구

  • 웹출고시간2014.02.16 19:12:05
  • 최종수정2014.02.16 19:12:12

지난 2011년 구제역 파동 이후 방치돼 있는 음성군 삼성면의 한 오리축사. 오리 울음소리 대신 적막으로 가득 찬 축사 바닥에는 소독용 생석회가 간혹 바람 따라 흩날렸다.

ⓒ 이주현기자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갈가리 찢어졌을까. 정부의 '묻지마식 살처분' 정책을 놓고 축산 농가들의 공분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지난 14~15일 만난 음성군 삼성면 주민들은 3년 전 구제역 파동 당시 '살처분' 현장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 기간 음성군에서만 9만여 마리의 가축들이 땅속에 묻혔다. 60건의 구제역 발병으로 한우 1천245마리, 육우 75마리, 젖소 39마리, 돼지 8만9천945마리, 염소 20마리 등이 살처분 매몰됐다.

두 달여 남짓 기승을 부린 구제역이 이 만큼의 피해를 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의 말을 빌리자면 당시 상황은 총성만 없었을 뿐,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하얀 방제복으로 무장한 낯선 사람들, 그리고 소와 돼지를 살처분할 것을 허락해달라며 자정이 넘도록 축사 앞에 서 있던 공무원들이 주민들의 눈에는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몇몇 주민은 현실을 외면하며 끝까지 버텼다.

하지만 '양성판정 시 인근 3㎞ 이내에 있는 돼지, 500m 내에 있는 소는 모두 살처분된다'는 공무원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주민들은 확인 도장을 찍었고 살처분 현장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가지 않았다. 자식 같던 소와 돼지가 죽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며칠 동안 가축들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울렸고, 조용했던 농촌 마을은 칠흑같은 어둠으로 뒤덮였다. 주민들은 철저하게 통제된 채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의 공포(트라우마)'에 시달려야만 했다.

선정1리 마을 회관에서 만난 김모(84) 할머니는 정부의 맹목적인 가축 살처분 정책에 대해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우리 새끼(소)는 구제역이 뭔지도 몰러. 근대 왜 죽였냔 말이여. 또 티비에서는 익혀 먹으면 문제가 없다면서 왜 자꾸 죽여야 된다는거여."

바닥을 닦고 있던 박모(72) 할머니도 김 할머니의 말을 거들었다.

"내가 웬만하면 참으려 했는디, 감염되지 않은 가축을 예방 차원에서 죽여 묻는 게 상식적으로 맞다고 보는가? 나랏일 하는 분들 편하게 일할려고 그러는거 아니여. 내 말이 틀려?"

박 할머니의 한 마디로 회관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주민들은 "더이상 무분별한 살상은 안된다"며 살처분 대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생한 H5N8형 AI 바이러스의 경우 백신 접종으로는 예방에 한계가 있어 살처분 외에 방법이 없었다"며 "구제역의 경우 얼마 전까지 모조리 살처분했지만 지금은 백신 접종으로 전환했다. AI도 다른 대안을 고민해 볼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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