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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2.10 14:29:11
  • 최종수정2014.02.10 14:29:11
"나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한범덕 청주시장이 최근 털어놓은 자신의 속마음이다. 물론 취중에 나온 깜짝 발언이다. 자신과 관련된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한 회한처럼 들린다. 지방선거를 불과 몇 달 앞두고 태초의 혼돈을 깨친 듯한 일언처럼도 들린다.

**나만 잘해 잘 되는 일 없다

취중진담이라고 했던가.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을 생각하게 한다. 나만 잘해서 잘 되는 세상일은 없다. 내가 세상이고 세상이 나이기 때문이다. 하나가 전체고 전체가 하나인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한 시장의 취중 발언은 철학을 생각하게 한다.

정신과 물질을 둘로 나누는 이원론은 서구의 근대적 합리주의적 세계관이다. 데카르트에서 시작됐다. 이원론에서 주체와 객체는 분명하게 구분된다. 하지만 세상은 꼭 이렇게 자로잰 듯 명확하게 교직되는 게 아니다.

주체가 객체가 되고 객체가 또 주체가 된다. 부분이 전체가 되고 전체가 부분이 된다. 하나가 여럿이 되고 여럿이 하나에 의존하게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일즉다 다즉일'이다. 곧 모두는 하나다. 세상을 보는 눈의 차이다. 부분이 전체를 함유하고 있는 세상에선 다른 이와 나는 항상 상관 있는 존재다. 그물처럼 연결된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객체가 아니다. 나와 연결된 일부분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한 시장 관련 괴소문은 꼬리를 물었다. 해명은 곧이곧대로 전파되지 않았다. 옛 청주 연초제조장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공무원 뇌물수수 사건이 특히 그랬다. 그러는 사이 한 시장의 마음고생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최근 선거를 앞두고 악재를 털어냈다. 항소심에서도 한 시장과 무관함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한 시장의 "나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발언은 이런 일련의 사태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홀가분한 마음속에 불어온 일종의 허탈감도 묻어나온다. 좀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 같다. 나만 잘 한다고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깨달음 같다.

물론 좀 늦었다. 하지만 한 시장은 앞으로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겠다고 했다. 자신과 다른 생각도 가감 없이 듣고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진작 그랬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시장은 사실 취임초기부터 역대 시장들과 좀 달랐다. 인문학적 정치를 표방했다. 문화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시민들도 보다 다양한 문화 향유를 기대했다. 하지만 쏠림 현상이 생기면서 긍정과 부정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옛 연초제조창의 변화 역시 한 시장에게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안겨줬다. 자신을 가장 궁지로 몰았던 연초제조창이 동시에 가장 큰 업적이 됐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곧 긍정이 부정이고 부정이 긍정이 된 셈이다.

'불 꺼진' 연초제조창은 '불 켜진' 연초제조창으로 변모했다. 공장은 화랑이 됐고 패션쇼의 장이 됐다. 황폐했던 공장 사무실은 패션 디자이너나 공예작가의 활기찬 작업실이 됐다. 담배를 찍어내며 기계음을 내던 곳은 훌륭한 문화공간이 됐다. 공장 옆 바깥 공간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탈바꿈했다.

불 켜진 연초제조창은 지금 작업실과 예술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은 청주의 예술중심만이 아니다. 청주와 충북, 충북과 전국, 전국과 세계를 잇는 가교로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일즉다 다즉일'의 철학이 이 곳에도 있는 셈이다.

**청주시민 전체와 연기해야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존재를 위해 필요한 게 많다. 흙과 물, 바람과 햇빛은 절대 조건이다.

그런 다음 생명을 잉태한 봄과 성숙한 여름, 결실의 가을, 인내의 겨울이 서로 연기(緣起)돼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올바로 존재할 수 있다. 청주시장 역시 청주시민들과 연기하지 않곤 존재할 수 없다. 두 존재는 무한 시간과 공간으로 연결돼 있다.

핵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나가 곧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이 곧 하나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지배와 복종' '권력과 자유' '나와 너' '주체와 객체' 같은 이분법적 패러다임으론 해결하기 어렵다. 한 시장이 이런 철학적 구조를 깨달았으면 한다. 그러면 찬란한 희망이 있다. 그 반대면 지금처럼 찰나의 티끌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 궁극의 진리와 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시장은 불 꺼진 연초제조창을 불 켜진 연초제조창으로 만들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한 시장의 깨달음이 청주시민 전체에게 공명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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