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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무기가 전시실마다 보여주는 생생한 전쟁의 모습

전문성에선 최고이지만 그 영향은 매우 위험한 군사박물관
유슈칸은 일본 最古의 군사박물관이 동시에 세계 수준 전시
군사박물관 전시방향은 시대 역행의 극우세력 양성이 목표

  • 웹출고시간2013.07.09 18:10:0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37. 야스쿠니신사 같이 위험한 유슈칸(游就館)

1882년에 건축된 초기의 이탈리아 고성식 유슈칸 건물.

■ 야스쿠니신사 옆의 군사박물관 유슈칸(游就館)

야스쿠니신사 옆에 유슈칸(游就館)이라는 이름의 군사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의 전시관 구성은 전문성에선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에겐 설립 목적과 영향력에서 보면 최악의 박물관이다. 일본제국의 팽창과 몰락을 압축해놓은 전시물은 침략을 받은 이웃나라 국민이 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 박물관은 육군경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가 발의해서 메이지정부를 위해 죽은 정부군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다. 1882년에 이탈리아 고성 양식의 당당한 건물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성격이 달라졌다. 일본제국 군대의 무기를 자랑하고 전쟁에서 확보한 노획물을 보여줄 장소가 필요하자 군사박물관 용도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유슈칸 도록들.

관동대지진 이후 다시 건축한 유슈칸의 전시자료는 갈수록 많아졌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이후 중국 대륙에서 약탈하거나 연합군과 전투에서 탈취한 노획물이 대거 늘어났다. 패전 후 폐지되어 야스쿠니회관에 작은 규모의 '보물유품관'으로 명맥을 잇던 유슈칸은 일본경제가 커지고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분위기가 일어나자 시설을 개수해서 1985년에 재개관하였다. 지금의 유슈칸은 2002년에는 신관을 증축해서 대폭 확대한 것이다.

야스쿠니신사가 피로 얼룩진 일본 근현대사의 상징인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제국의 전쟁 독려와 군국주의 강화의 배경무대가 야스쿠니신사였고, 천황과 군대와 황국신민을 잇는 연결선이 야스쿠니신사였다. 오늘날 극우정치가의 선동정치에서 배경무대로 이용되는 것이 또 야스쿠니신사이다. 그러한 망령의 산실 역할을 신사에서 한다면, 치밀한 논리로 세뇌시키고 이를 키우는 온실 역할을 하는 곳이 유슈칸이다.

■ 각 전시실에 나오는 갖가지 무기

일본에는 세계수준의 박물관이 많이 있다. 군사 또는 전쟁박물관으로서 최고는 단연 유슈칸이다. 일본군이 사용했던 제로 센(零戰) 전투기를 비롯한 각종 무기가 실물 그대로 나오고 있고, 치열한 전투를 치룬 병사의 모습이 역동적인 조각으로 전시되고 있다.

오키나와전투에서 사용했던 89식 15센티미터대포.

1층 현관 로비에는 오키나와전투에서 사용했던 89식 15센티미터대포가 포신을 세운 상태로 있고, 태국과 미얀마를 오가던 군용 증기기관차가 넓은 공간을 차지한다. 현대 전쟁은 교통수단까지 포함한 총력전이란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본래 그림과 더불어 도검 그리고 총포류를 다양하게 수집해서 미술관 기능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 유슈칸이었다. 그래서 군사박물관으로서는 다양한 미술품을 가지고 있다. 예리하기로 정평이 있는 일본도와 중세 무사의 갑옷을 전시하는가 하면 메이지유신과 관련한 여러 사실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러 침략전쟁의 갖가지 장면을 표현한 그림은 전시실을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다. 전쟁그림은 당시 대본영에서 국민에게 전투의지를 고무시키는 대내 홍보수단으로 사용한 방법이었는데 유슈칸에서도 그 기능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제국의 육군과 해군이 제식무기로 사용한 기본화기는 물론 기관총과 대포들을 곳곳에 배치해놓았다. 일본군의 무기는 개량을 거듭하여 당시 최고의 무기가 적지 않았다. 그런 무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전시실의 전문성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실의 규모와 성격상 전투작전도는 상세히 보여줄 수는 없다. 그런데도 여러 작전도가 산뜻한 형태로 나오고 있다. 러일전쟁의 여순전투와 봉천회전 그리고 동해해전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

■ 최고이며 동시에 최악인 박물관

근현대사 박물관은 유물보다 전시대의 패널 구성이 중요하다. 사진, 그림, 지도, 표 등을 통해 전시물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하며, 간단히 정리한 문장으로 그 내용을 잘 전달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유슈칸의 전시는 전문성이란 점에서 매우 뛰어나다. 메이지유신 이전부터 패전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의 일본 역사를 군사와 전쟁이란 주제로 잘 집약해 놓았다.

하지만 전시방향과 목적은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더구나 일본제국의 침략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한국과 중국 사람들에겐 최악의 박물관이 아닐 수 없다. 메이지정권의 침략자들과 쇼와정부의 전범들을 미화하는 내용으로 일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슈칸에 전시한 역대 만주 지배국과 만주국 표시.

유슈칸의 전시실을 보면 일본은 반성을 모르는 나라이다. 이와 같은 경우 흔히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고 있는데 독일은 일본사람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은 아닐 터이다. 침략과 모략전쟁, 무단지배와 대량학살을 모르는 체하는 것은 양심과 관련한 일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맹목적인 극우파들을 정신적으로 양성하는 기구가 곧 유슈칸이다. 일본은 청일전쟁에 나간 군대가 "세계에서 통용되는 군대를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그런데 지금 일본정부는 세계인과 통용되는 시대 양심을 갖고 있다고 볼 수가 없다. 우파 정치인들이 과거사에 대해 말하면 세계가 분노로 들끓는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사실은 유슈칸 전시에서 핵심을 이룬다. "아시아의 강국에서 세계의 대국으로" 부상했다고 자랑이 이만저만 아니다. 히로세 중좌와 스기노 병조장의 사진과 동상을 만들어 군신으로 받들었던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유슈칸의 일본군조각상.

만주사변을 일으켜서 만주를 차지하고 식민지 만주국을 세운 것이 전시실에서 절정의 하나였다. 역사 전 시대에 걸쳐 만주를 차지한 여러 민족과 일본제국이 차지한 만주국을 나란히 표시하고 있다.

단지 내용만 보면 그럴 듯하다. 일본제국의 침략에 학문이 포함된 것처럼 유슈칸의 전시실에 학문이 뒷받침되고 있다. 문헌 자료와 사진, 통계와 도표 등 짜임새가 있다. 그러나 다시 조선을 지배하고, 만주를 빼앗으며, 중국을 침범하고, 태평양 각국을 군대로 점령하는 것을 꿈꾸지 않았다면 일본제국의 군대로 나가 전사한 군인들의 사진을 그처럼 마지막에 덕지덕지 붙여놓지 않았을 것이다.

■ 극우파를 길러내는 군사박물관

일본의 양심적인 인사들은 야스쿠니신사와 유슈칸을 부끄러워한다. 외국사람들이 와서 보고 일본을 미워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파인사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일본제국의 침략 상징 깃발인 욱일승천기를 흔들면서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유슈칸 입구.

유슈칸은 단순한 군사박물관이 아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제국의 침략전쟁을 담아놓은 창고이다. 이 창고는 수장고 역할뿐 아니라 전쟁과 침략을 자랑하는 선전판의 기능을 하고 있다. 일본제국에게 처절히 당한 나라의 국민에겐 그 사실이 잘 드러난다.

"아시아의 나쁜 친구들과 헤어져서, 서양의 사악한 행태를 배워온 다음, 아시아에 여러 나라에 거대하고 악랄하게 침략했던 과거"를 미화하는 곳이 유슈칸이다. 여기에서 젊은 세대가 배울 내용을 생각하면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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