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며칠 전 하지가 지났다. 하지를 전후해 골목길을 누비는 행상들이 계절 농산물을 파느라 목청이 드높다. 하지감자, 마늘, 참외, 오이, 토마토, 수박 등이 주를 이룬다. 하지 바로 전 열무와 단배추를 합해 무려 20단이나 구입해 하루 종일토록 김치를 담갔다. 구입량이 많다보니 판매원이 의아해 하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온 집안이 마치 겨울김장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세 아이들에게 모두 주말에 가져가라고 이미 전언해뒀단다.

이른 아침부터 아내 혼자 일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하는 수없이 조수로 팔 걷고 나섰다. 주부들이 하는 일이 만만찮다. 오후 늦은 시간에 겨우 일이 끝났다. 조수 노릇에 초저녁부터 파김치가 돼 단잠에 빠졌었다.

하지가 지나자마자 하루는 느닷없이 마늘이 수북하다. 마늘장사도 요즈음 열 접이나 사는 댁은 만나기 어렵다고 한다.

마늘손질이 여간 힘들지 않다. 우선 마늘 대를 일일이 제거해야 한다. 다시 통마늘을 쪼개서 물에 담근 후 하나씩 까야 한다. 아직 덜 건조돼 그런지 통마늘을 쪼개기가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물론 어떤 일이든지 똑 같은 손질을 반복하는 일을 인간은 참아내기 어렵게 느끼는가보다. 우선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이다보니 온 몸이 뒤틀린다. 장갑을 끼고 일했으나 마늘 즙이 어찌나 독한지 장갑을 뚫고 손가락을 자극해 손가락 끝이 얼얼해진다. 뿐만이 아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파온다.

마늘 까기가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아내는 몇 년째 이어온 일인데 나로서는 모처럼 돕겠다고 나섰으나 무슨 핑계를 대고라도 집을 빠져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내가 아침부터 서두르니 눈으로 보고는 도저히 피할 수도 없다. 차라리 선심을 쓰자는 마음에서 그늘을 찾아 아예 작업준비를 서둘렀다. 그리고는 내가 먼저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후 아내가 안 보인다. 이웃에 다녀오겠지 하며 내심 자랑이라도 해보고 싶어서 부지런을 떨고 있는데 아내가 마늘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이유인즉슨 이웃 분들이 모여 도와준다고 한다며 거의 4/5 분량을 가지고 나간다. 이제는 일이 만만해졌다.

아내는 연신 들락거린다. 도와주는 분들 점심대접을 위해 삼계탕을 끓인단다. 당연히 대접해야 될 일이다. 사실 마늘 까기만이 아니다. 도시 같지 않게 우리 동네 이웃들은 김장때를 비롯해 자주 협력하는 모습을 목격해왔다. 우리 전통적으로 이어온 두렛일이 이렇게 친화를 빚는구나 싶었다.

세월 따라 갈무리 방법도 변천하나보다. 과거에는 마늘을 엮은 채 음지쪽 처마 밑에 매달아 두고 수시로 이용했는데 그럴 경우 상하는 마늘이 많단다. 해서 아예 구입하자마자 까서 믹서 기로 갈아 이용하기 알맞은 크기로 비닐 팩 포장 후 냉동을 시켜 두고 필요할 때 수시로 꺼내 먹는단다. 결국 아이들 몫까지 모두 냉동 저장하자니 냉장고가 여럿일 수밖에 없다.

손자 손녀들이 전화로 제 할미에게 할머니가 보내주신 김치가 맛있다며 고맙단다. 제 할미 왈 녀석들이 맛있게 먹는 걸보면 또 해주고 싶단다.

우리 부부는 부업을 하는 셈이다. '주머닛돈이 쌈지 돈'이라고 아이들 돈 절약할뿐더러 불량식품이 만연하는데 녀석들이 안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이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닌가· 사실 절약보다 부모자식 간 끈끈한 사랑이 자랑스럽게 눈에 띈다.

할미로서 녀석들이 사랑스럽지 않다면 돈을 준대도 그렇게 힘든 일을 할까 싶다. 반면 아무리 자식일지라도 부모의 따뜻한 사랑에 정을 더 느끼기에 다가온다고 생각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정(情)! 오직 사랑으로만이 가꿀 수 있잖은가?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