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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딴, 딴, 따따따…♬" "아빠! 엉덩이를 실룩이며 어깨와 팔을 돌리면서 하세요!"

딸아이의 잔소리와 구령에 맞추어 남편이 어색한 몸놀림을 한다.

몸통과 팔다리가 따로따로 움직이는 엉거주춤한 폼이라니, 관중이 혼자인 것이 아깝다.

학교에서 학예발표회 때 반 어린이들에게 가르칠 안무를 딸아이가 구상했는데, 남편을 지목하여 이미지스테이지 연습중이다.

스텝을 완전히 익혀야 가르칠 수 있다고 밤마다 제 아빠 손을 잡고 춤을 춘다.

"영민이 앞줄로! 윤아는 뒤로 빠지고, 하나, 둘, 하나, 둘!"하다 음악을 놓칠까봐 급해지면 인형 다루듯 남편을 당기었다 밀었다 한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내 아버지가 생각났다.

부녀지간촌수는 같은데 정서적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생각해보니 나는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이 없다. 막내임에도 응석을 부린 기억도 없다.

아버지가 자상한 눈빛으로 나를 보시며 꿈을 키워주는 말을 해주신 적도, 노을이나 별, 곤충에 대해 설명해 주신 적도 없다. 아버지가 전사적 위용偉容을 풍기거나 성격이 거친 분은 아니셨다.

희랍신화의 아버지 신神들처럼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면 자식까지 잔인하게 처단하고, 심지어 잡아먹기까지 하는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분은 더욱 아니셨다.

오히려 사람들을 대함에 관대함을 구유具有한 분이라고 동네사람들이 칭송했었음에도, 내가 늦둥이이다 보니 다른 친구들의 할아버지처럼 늙으신지라 늘 거리감을 느꼈었다.

나는 애교한번 부려보지 못한 채 결혼하여 집을 떠났고, 기반을 잡기도 전에 아버지와 영원히 이별했다.

아버진, 천국은 마음속에 있는 거라시며 교회에 다니는 나를 마땅찮아 하셨다. 천하의 이치는 하나이고 화복禍福은 행한 대로 오는 것이며 믿을 건 있지도 않은 신神이 아니라 오직 자신뿐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나의 권유로 말년에 교회에 출석하시더니, "나는 늙고 무능해서 해준 것이 없지만 하나님이 네게 복을 주실 거다." 라고 하셨다.

아버지가 교회에 다니셨다니, 지금 생각해 보니 아버지의 무신론적 정신 세계관을 포기하셨던 것은 나를 향하신 아버지의 사랑법이고 애정표현이었다.

거실에서 춤추는 부녀를 보며 생각한다.

이대로 잠시 시간이 멈추어도 좋겠다고. 아버진 내 곁을 일찍 떠나셨지만, 팔순을 넘긴 후에 하나님을 인정하신 기도임에도 아버지기도처럼 하나님이 주신 복福을 족하게 누리며 산다.

몇 개월 후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딸아이도 결혼하여 집을 떠날 것이니, 남편이 날마다 안수기도해주는 특권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언젠가는 우리부부도 천국에서의 재회를 소망하며 아이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겠지.

내 아이들이 소중하지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곁에서 도와주는 것도 한시적인지라 전능하신 영의아버지께 아이들 장래를 부탁하는 기도를 새벽마다 드린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주 강조한다.

너희를 사랑하고 도와주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을 동안이지만, 영원히 너희 곁에 계시는 분은 하나님아버지라고.

겸손히 그분을 믿고 신뢰하기만 하면, 신실하신 사랑으로 결코 너희를 떠나지도 않으시며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고 지키시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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