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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볕 좋은 봄날 남편과 할아버지 산소를 돌보러 오르는 산길, 훈풍이 지나며 감성을 터치한다. 길섶에선 도랑물이 촐촐거리며 겨우내 침잠하던 숲을 깨운다. 산속의 봄은, 산길 따라 물길 따라 달려오는 바람처럼 요란하게 오지 않는다. 어느 날 문득 와있는 사랑처럼, 가지마다 가만히 꽃눈을 밀어 올리듯이 슬며시 와있었다. 거름을 내러가는 경운기를 따라 낭창낭창 걷는 시골아낙의 모자위로 봄볕이 쏟아진다.

멀리서 보는 숲은 평화로워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 갈수록 역동적인 숲의 두 얼굴을 만난다. 봉분주변으로 빙 둘러 심겨진 주목들이 뾰족뾰족 날선 창을 든 것처럼 일제히 일어서서 한낮의 평화를 뒤흔드는 침입자들에게 달려들 태도다. 주목을 주시하던 남편은 전지가위를 가지고 다가갔다. 그리곤 세찬 바람 견디고 살뜰하게 키워온 싹들을, 식물도 정이 있을 것이거늘, 인정사정없이 싹둑싹둑 잘라버렸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싹들을 보노라니 다정도 병 인 냥 가슴이 싸했다. 하늘을 향하여 맘껏 자라는 것이 제 할일이거늘, 새순 나오기가 무섭게 잘려 앉은뱅이로 살아가야하니 짠하다. 이번엔 남편이 산소 위쪽 구상나무들 뒤에 있는 소나무 숲으로 낫과 톱을 들고 성큼성큼 들어갔다. 그 모습이 하도 위풍당당하여 따라 들어갔다.

세상에! 숲속엔 생존전쟁이 한창이다. 칡넝쿨과 소나무의 한판싸움에 참패한 소나무가 고사 되 가고 있다. 엄지손가락 굵기의 칡넝쿨이 소나무 몸통을 칭칭 감고 올라가선 나무를 덮어 광합성 작용이 일어나지 못해 윗부분만 남고 황토색으로 말라버렸다. 누가 저 소나무에게 구원을 베풀랴. 칡넝쿨을 끊어줄 능력자가 필요하다. 먹고 먹히는 다툼은 인간이나 동물만이 아닌 식물의 세계에도 다를 것이 없구나.

남편은 약자의 편에 섰다. 알루미늄A자 사다리에 올라서서 중세의 기사처럼 이리저리 낫질을 하며 하늘을 가리고 있는 칡넝쿨들을 걷어내어 옥죄인 소나무 숨통을 열었다. 죽은 가지들은 잘라내고 칡넝쿨을 걷어내면 건강할 거라고 말하는 남편과는 달리, 이번엔 날벼락을 맞아버린 칡넝쿨에게 마음이 쓰인다. 작은 풀 하나하나 나무이파리 한 잎 한 잎마다 천개의 풍경과 천개의 이야기를 저마다 가지고 있거늘. 나무를 감고 올라가며 열심히 산 칡넝쿨에겐 이 무슨 못쓸 짓이란 말인가. 사는 것이 남을 죽이는 일이고 죽어야만 남이 사니 이런 기가 찰 노릇이 어디 있나.내가 죽어야 남이 산다는 말을 웅얼거려 보았다. 어찌 남을 살리기 위해 죽는 단 말인가. 그런데, 나를 살리려고 죽으신 분이 있으니 그 이름 예수그리스도요. 하나님의 독생자이다. 의인 열사람이 없는 소돔과고모라 성처럼 타락한 인류, 칡넝쿨이 하늘을 가려 태양을 차단한 것처럼 죄가 세상을 덮어 하나님과 단절되어 소망 없는 인류를 어찌하리. 소경이 소경을 인도 못하고 죄인이 죄인을 살릴 수 없으니 죄 없으신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희생시키신 하나님사랑이 놀랍다. 고난주간을 지나며 갈보리 언덕을 그려본다. 초인적인 사건이 있었던 약 이천년 전 그날,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쓰러지고 또 쓰러지며 묵묵히 걸어가신 주님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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