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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4.09 15:48:2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새 학기가 시작된지 한 달이 훌쩍 넘어섰다. 이때쯤이면 이번 학년도 학사 일정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갈 때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새 학기를 맞으면 동분서주 분망하기 이를 데 없었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인간사 동전의 안팎이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뭔가 새해에는 새로운 일을 해보고자 다짐을 하기 마련이나 지난해에는 이렇게 했는데, 먼저는 이리 안 했는데 하는 말들이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온고지신이란 교훈을 자연 되뇌게 되는구나.

개중에는 새 시각을 필요로 하는 예가 다반사다. 이를테면 새로 부임한 교직원들의 시각으로 구태의연한 점을 지적해 달라고 터놓고 당부할 때도 있었다. 물론 새로 부임해 전 부임지의 좋은 점을 접목시키려는 건 누구나 다 지닌 점이라 생각할 때, 필시 사람이란 새로움에 도전하고 발전을 도모하려는 의도적 사고를 지닌 편이며, 이는 어떤 인간의 본능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고정관인지도 모르겠다.

학교장으로 부임하면서 함께하는 교직원들에게 나 자신으로 하여금 어떤 획기적이고 신선함을 줄 수 있을 묘책이라도 도입해 보려고 안간힘을 다했던 적도 있었다. 그 중에 학교장으로서 어떤 일보다도 앞세워 내세웠던 '결재 우선'이란 점을 실천했던 건 잊을 수 없다.

교장도 교사시절을 보냈다. 그러므로 교사로서의 애환도 역력히 기억하고 있다. 필자가 교사시절은 중등학교 교사에게 일주일에 무려 39시간을 소화해야 하는 수업시수를 맡았었다. 더군다나 토요일은 오전 수업으로 끝나다보니 매일 6시간의 수업을 실행해야했다. 공문수발 역시 업무에 적잖게 영향을 했다. 틈틈이 공문 작성을 마치고 결재를 받으러 주임교사, 교감을 거쳐 최종 교장결재를 받으러 가면 교장님이 부재중이거나 내빈과 담소 중일 때가 태반이다. 문전에서 기웃거리다가 되돌아서기 일쑤였다. 더러는 서무과(현 행정 실) 협조를 받아야 할 때도 많았던 게 공문이다.

사정이 그러했으니 되돌아서 교무실로 돌아와서는 서류를 내팽개치며 볼멘소리를 안 할 재간이 없었다. 그 당시 필자는 마음속으로 단단히 아주 많이 다짐 또 다짐했던 기억으로 전 교직원들 앞에서 아예 선언에 가까운 다짐을 했고 퇴임할 때까지 그 약속은 지켰다.

"여러분! 교장실에 내빈들이 수시로 오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교장의 주 업무 중 결재는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라도 개념 치 말고 결재를 받으려할 때는 서슴없이 교장실에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혹여 피치 못할 사안이 발생했을 땐 제가 그에 걸맞을 당부를 드릴 겁니다. 혹시 손님이 내방 중이라 해서 되돌아가는 경우는 없기 바랍니다. 만에 하나 되돌아가는 분을 제가 알게 될 때엔 교무실 또는 행정 실로 그 분을 찾아가겠습니다. 강조하건데 결재 우선을 약속드립니다."

한두 번 쯤 내방 중인 손님을 목도하고 눈치 빠르게 되돌아간 분이 있었다. 그 즉시 교무실까지 가서 결재서류에 날인을 했던 기억도 있다.

반론도 없지 않았다. 개중에 어느 분은 내교 자에 대한 예의상 딱히 탐탁할 일도 아니란 지적이다. 하지만 어느 분이라도 교장이 직무를 위해 자신의 소임을 잘 하려는 걸 두고 비난이나 불평을 할 리 만무한 것이라 확신한다. 하찮은 일이 적잖은 영향으로 촉진제가 됐었다고 본다. 그 요점으로 꼭 업무가 많고 적은 걸 차치하고 사람은 누구나 목적한 바가 있어 갔다가 허탕을 치고 되돌아가기란 정신적으로 편할 리 만무다.

어찌 보면 하찮은 지엽말단적인 작은 일로 치부할 수도 없지 않겠으나 필자의 경험을 되돌아볼 때 그 일은 결코 돈이 드는 일도 아니오, 달리 딴 힘이 드는 것 또한 아니다. 그런데 교장과 교직원 간 큰 문제없이 잘 지냈다고 자평해보며 작은 일이지만 역시 '결재우선'이 역할을 했었다고 짐짓 믿긴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게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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