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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맛집을 찾아서 - 산남동 '황소곱창'

불판에 핀 하얀 들꽃, 노릇노릇 익어가는 곱창

  • 웹출고시간2012.12.02 17:35:0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불판에 하얀 들꽃이 피었다. 들꽃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노릇한 색깔로 변하더니 맛있는 향기마저 피워낸다. 어둠이 도시에 내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고소한 향(香)에 이끌려 곱창 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지글지글, 노릇노릇'

불판에서 노랗게 익어가는 곱창은 애주가들이 즐겨 찾는 안주다. 술맛을 돋우는데 그만한 풍경이 있을까.

"곱창안의 곱이 어느 정도 익을 때까지는 잘라내면 안 된다. 몸통이 골고루 익어야 곱창을 잘라도 곱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오랜 경험을 통해 곱창을 자르는 시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황소곱창에서는 손님들이 가위를 들 일이 없다. 주인이 직접 손님자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곱창을 자르고 손질해 준다. 손님들은 그저 주인이 권할 때, 집어 먹으면 그만이다. 곱창이 익어가는 동안 제공해주는 소의 지라는 이 집의 또 다른 명물. 식당에서 흔히 간과 천엽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지만, 연분홍빛이 은은히 감도는 소의 지라를 제공하는 집은 드물다.


황소곱창은 산남동 번화가에서 조금은 떨어져 있지만 단골들은 본능처럼 그 집을 잘도 찾아온다. 분평동에 사는 이용수(45)씨는 "이 집 곱창의 매력은 무엇보다 황소처럼 우람하고 싱싱한 곱창이다. 그만큼 먹을 것이 있어 술안주로 최고"라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들이 즐겨먹는 곱창은 대략 한국전쟁 이후에 등장했다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시작된 '호르몬구이'가 한국 곱창의 원조라고도 한다. 일본에서 곱창을 '호르몬'이라 부르는 것은 일본말 '스테루몬-버려지는 것'이란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보통 소를 도축하고 나면 고기는 취하고 내장은 버리는 음식이었다. 그만큼 가치가 없는 식재료였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끝난 후, 먹거리가 부족한 시절에 소의 내장은 서민들에게 결코 그냥 버릴 수 없는 최고의 음식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한국에서 곱창이 제대로 된 음식으로 대접받고 대중의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불과 약 30년 정도라고 추론한다. 그리하여 대부분 오래되었다고 하는 곱창집도 20~30년을 넘긴 집이 드문 것이다.

곱창요리의 최고는 단연 '구이'다. 곱창구이가 대중에게 인기를 끈 이유는 손질하는 기술이 점차 발달했기 때문. 곱창에 붙어 있는 불필요한 기름을 제거하고 곱창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는 손이 많이 가면서 자기 나름의 비법이 필요하다. 곱창을 손질하는 차이가 곱창 맛을 좌우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황소곱창 손시열 대표는 "원래 곱창은 거세하지 않는 황소를 최고로 치지만, 구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지금은 거세한 황소를 사용한다"며 "곱창 맛의 핵심은 역시 '곱'이다. 신선하면서도 양이 많아야 제대로 된 곱창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금방 도축한 황소에서 질 좋은 곱창을 얻는다. 암소의 곱창은 작아 아무래도 식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한우 황소곱창만을 가공해서 손님들에게 내어 놓는다"라고 말한다.

관자와 막창

황소곱창의 대표메뉴는 황소모듬구이다. 모듬구이를 주문하면 제일 먼저 막창이 등장한다. 막창의 기름기가 어느 정도 빠지면 양구이를 올려놓고 굽는다. 이때 서비스로 키조개 관자를 주는데 씹히는 맛이 양구이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마침내 둥글게 만 곱창이 올려지면 황소모듬구이의 성찬이 모두 끝난다. 무언가 아쉬울 즈음, 주인장이 내어주는 차돌박이를 살짝 구워 소스에 발라 먹으면 어느새 포만감이 밀려온다.

황소모듬구이(大, 55,000원)면 2~3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한우생곱창구이 12000원, 한우생막창구이 13000원, 한우 양구이 24000원, 한우 차돌박이 12000원이다. 황소모듬구이(소) 45000원, (대)55000원이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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