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11.21 15:46:5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승환

충북대교수

주재선 청주산단 전무께서, 얼마 전에 열린 대한적십자 충북지사 대의원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정성을 가지고 충북도청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좋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적십자 충북지회는 충청북도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대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어 몇 대의원들께서 적십자는 정치적인 단체가 아니고 중립적 봉사단체라는 것과, 그러자면 지방정부와 협력해야 하며, 충북적십자는 충북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충청북도와 적십자간의 어색한 관계를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이 주문은 적십자와 충북 행정부처 사이의 소원한 관계로 인하여 충북도민들이 무척 불안하고 아주 불편하기 때문에 생긴 발화다.

그날 성영용 충북적십자 회장, 더 정확하게 말하면 대한적십자 충북지사 회장께서는 그간의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충북적십자는 결코 충청북도와 대립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충청북도와의 관계개선이 중요하지만 시기가 상조하다고 변론했다. 그러니까 당신의 충북적십자 회장 취임과정에서 생긴 논란으로 인하여 언론과 여론에 회자(膾炙)되는 상황에서, 이시종 지사와의 면담이나 회동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에 때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충분히 개연성이 있고 그 관점에서 보자면 당연성도 있다. 또한 적십자가 충청북도의 산하기관이 아니며 재정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므로 충북적십자는 독자성을 가지고 독자적 행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세계적십자의 국가협의체로 대한적십자가 있고 대한적십자의 지역조직으로 충북적십자가 있다. 그러므로 충북적십자는 충북에 위치하면서 충북인들이 주체적으로 구성하여 충북인들에 의하여 주로 충북지역에서 적십자활동을 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충북적십자는 대한적십자의 부분인 동시에 충북적십자의 전체이고 또 충북인들을 위한, 충북인에 의한, 충북인의 적십자다. 이렇게 볼 때 충북적십자의 존립 근거는 충북이라는 지역과 충북인이라는 실체를 전제로 한다. 이것은 충북체육회와 같은 수많은 단체와 조직이 유사한 원리를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 모든 조직은 그 조직의 원리에 충실하면서 전국조직으로서의 가치와 충북조직으로서의 의미를 동시에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삼척동자라도 알겠거니와 충북적십자가, 충청북도 그리고 청주시부터 영동군과 단양군에 이르는 행정부와 협력하지 않고서 적십자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지난(至難)한 일이다.

따라서 충북적십자는 전국조직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충북조직으로서의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 왜냐하면 충북은 고대로부터 면면히 이어온 운명공동체(運命共同體)이고, 역사의 경험을 축적한 실재의 공동체(real community)인 동시에 같은 충북인이라고 상상하는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y)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충북은 독자적 사상과 정신을 가진 소지역국가(Statelet)다. 그러므로 영동에 사는 김씨는 단양에 사는 박씨를 모르더라도, 경상도의 이씨와 경기도의 황씨가 충북을 비난하면 같이 화를 내는 상상의 공동체다. 또한 충북은 한국이라는 국민국가(nation state)의 하위 생존단위이면서 공동의 사상과 정신을 가진 독자적인 생활단위다. 그러므로 충북인들은 충북이라는 상징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면서 현재의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고 미래의 운명을 함께 개척해야 한다. 충북의 각 단체와 조직이 충북을 버리고 전국을 선택하면 충북은 경직된 수목구조가 될 것이고, 충북에 살면서 마음은 서울에 가 있다면 160만 충북은 16만 충북으로 형해화(形骸化)할 것이다. 따라서 그 어떤 단체나 조직도 충북을 우선하면서 충북정신(忠北精神)과 소지역국가 충북의 국민이라는 지역의식을 가져야 한다.

성영용 회장의 공언(公言) 그대로 충북적십자는 '도민의 속에서, 도민의 손을 잡고, 도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진정한 도민의 적십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대표 도민인 이시종 지사와의 협력을 구축해야 한다. 이 상징적인 일을 하지 못한다면 '적십자를 위한 적십자'는 될 수 있겠지만 '도민의 적십자'가 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충북적십자는 충북의 정체성과 충북의 주체성과 충북의 가능성을 가지고 충청북도와 협력의 길을 열어야 한다. 만약 충북적십자가 충북을 도외시하고 전국을 우선한다면 그 순간 충북적십자의 존립근거는 사라지고 충북을 타자화하는 우를 범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정관에 의해서 투표를 했으므로 충북적십자가 잘못한 일은 없다'로 시작하는 낭만적 변론(辯論)보다는 진심으로, 그리고 진정성 있게 충청북도 및 각 행정기관 그리고 충북인들에게 다가가서 충북이 일체가 되는 감동을 연출해야 한다. 그것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 순간부터 충북적십자는 충북에 없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