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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역사분쟁! 그 뿌리를 찾아가다

1. 일본 우경화를 확산시킨 역사소설가 시바료타로
일본의 침략전쟁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미화한 소설가

  • 웹출고시간2012.09.25 19:49:1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신영우 교수

오늘부터 충북대 사학과 신영우 교수의 '한중일 역사분쟁! 그 뿌리를 찾아가다'를 연재합니다. 동북아의 영토분쟁과 역사분쟁 그리고 일본의 우경화. 이들 셋은 별개인 것 같지만 그 뿌리는 일본의 우경화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신교수가 일본 우경화의 이론화 과정과 숨은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동북아 역사에 미친 파장을 역으로 추적, 매주 1회씩 현장의 목소리로 들려주게 됩니다.
1. 일본 우경화를 확산시킨 역사소설가 시바료타로

일본인의 한국관을 지배하는 것이 시바료타로(司馬遼太郞)의 역사소설 '언덕 위의 구름'이다. NHK는 이 소설을 드라마로 만들어 2009년 11월부터 3년에 걸쳐 열광 속에 방영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승리를 자랑스럽게 표현한 이 드라마로 일본사회엔 극우파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 소설 제목에서 따온 박물관 이름

박물관 '언덕 위의 구름(坂の上の雲)' 전경

에히메현 마쓰야마시 중심가에 잘 설계된 박물관이 하나 있다. 설계자는 '빛의 교회' '물의 교회' '히메지문학관' 등을 설계한 뛰어난 건축가 안도 다다오. 제주도 섭지코지에도 그가 설계한 글라스하우스와 지니어스하우스가 있다.

박물관의 이름은 시바료타로의 소설 '언덕 위의 구름(坂の上の雲)'. 이 박물관에 들어서면서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설계자는 미래의 인류 문화유산이 될 여러 건축물을 남겨준 세계적인 건축가이고, 박물관에 전시된 인물은 일제 침략을 미화해서 아시아인이 경멸하게 된 인물이다. 어떻게 이 두 사람이 짝이 될 수 있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박물관 전시실로 올라가는 벽면 모습. 시바료타로의 신문 연재소설 '언덕 위의 구름'을 영인해서 가득 붙여놓았다.

시바료타로(1923~1996, 본명 후쿠다 테이이치)는 소설가로만 보면 대단한 사람이다. 문예춘추사에서 나온 전집이 68권, 단편전집이 12권이나 된다. 주요 소설은 '올빼미의 성' '료마가 간다' '성채' '세키하가라전투' '하코네의 언덕' 등이다.

소설 제목만 보면 어떤 내용인지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주인공을 말하면 그 성격이 잘 드러난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미야모토 무사시, 요시다 쇼인, 후쿠자와 유키치,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타카모리, 노기 마레스케 등. 모두 일본 중세와 근현대사에서 영웅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에 비해 '언덕 위의 구름'의 주인공인 아키야마 요시후루(秋山好古), 아키야마 사네유키(秋山眞之),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는 명성이 한참 떨어진다. 실제로 아키야마 형제는 부풀려진 인물이다. 노일전쟁 당시 기병대 지휘관으로 러시아기병대와 맞선 요시후루나 도고 헤이하치로가 탄 연합함대의 기함 미카사호의 참모인 사네유키는 지나치게 역할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 소설이 준 영향은 막대하다. 박물관 이름을 소설 제목에서 딴 발상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왜 그런가· 그것은 메이지란 연호를 쓴 시기를 밝게 표현한 때문이다. 부국강병을 이루려는 모든 수단은 이 소설에서 찬양대상이 되었다.

패전 이후 기세가 꺾였던 일본인은 70년대 초 경제 발전으로 자신감을 회복하였다. 이때 시바료타로가 과거사를 '밝은 메이지'와 '어두운 쇼와(昭和)'로 재평가하였다. 쇼와시대를 어둡게 본 것이 군국주의인지 패전 자체인지 모르나 메이지 사회를 긍정 일변도로 보고 일본의 자부심을 회복시킨 것이 이 소설이었다.

■ 소탐대실의 원인이 된 소설

박물관 관람객이 달아맨 쪽지. 일본제국주의가 중흥의 희망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밝은 메이지'는 한국과 중국에게 고통의 문을 열었다. 일본 개화기의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는 탈아입구(脫亞入歐)를 강조했다. 아시아의 후진세계에서 벗어나 유럽 열강처럼 되자는 것이다. 그것이 문명국이라고 했다. 유럽 열강처럼 군대를 기른 일본은 조선과 중국에 침략을 감행하였다.

조선에 군대를 보내 경복궁을 점령해서 고종을 인질로 잡고, 궁궐 내에서 왕비를 시해하며, 동학농민군과 의병을 학살하고 식민지로 전락시켜 노예로 만든 것이 이른바 문명국 일본의 '밝은 메이지'였다. 청에 선전포고를 해서 침략전쟁을 자행하고 여순 요새를 점령한 뒤 대규모 민간인을 학살했으며 타이완을 빼앗은 것도 '밝은 메이지'였다.

일본사는 러일전쟁의 승리를 가장 자랑스러운 사건으로 기술한다. 이 전쟁은 한국과 중국을 더 참혹하게 만들었다. 러일전쟁의 전승 찬가는 이웃나라의 무시를 넘어서 도발 행위와 다름없다. 더구나 두 전쟁 당시 빼앗은 섬들을 지금까지 욕심내는 것은 옛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보통 일본인은 겸손하고 사려 깊고 다른 사람에게 주는 피해에 민감해서 조심을 한다. 하지만 극우파는 근현대 침략행위와 역사왜곡에 지나치게 둔감하다. 자국만 아는 편협한 시각은 침략의 기억을 지울 수 없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자아낸다.

소탐대실이란 말이 있다. 경제대국 일본이 그깟 섬에 욕심을 부려서 엄청난 과거사로 반격을 당한다면 그것은 소탐대실이 아닐 수 없다. 독도는 작은 돌섬이 아니다. 일본군의 경복궁 침범, 왕비 시해, 주권 탈취, 무단정치, 대규모 학살, 민족말살책 등 이 모든 악행을 불러내서 분노를 폭발시키는 위력을 갖고 있다.

시바료타로의 '밝은 메이지'는 일본인들이 침략의 역사를 외면하게 만들었다. 슬금슬금 일본인의 자존심을 긁어내고, 패전의 원인을 잊게 하며, 맘껏 아시아인을 무시하도록 정신을 홀리게 하였다. 그것이 소설 「언덕 위의 구름」이 갖는 망령이다.

■ 드라마로 확산된 '밝은 메이지'의 망령

시바료타로의 소설로 60년대 초부터 찍은 영화가 12편이나 된다. 최근까지 드라마 사극으로 제작된 것은 20편이 넘는다.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주요 사극은 그의 소설이 원작이었고, 그 공으로 NHK방송문화상도 받았다. 반세기 간 신문 연재소설과 소설책,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로 일본인의 머리를 지배해왔다고 하면 그 영향력의 깊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메이지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시도는 성공하였다. 하지만 폐쇄된 국가에서 자기들끼리 전하는 얘기라면 모르되 한국과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와도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일본의 영광'만을 위해 치장한다면 말 그대로 화근이 된다.

소설 「언덕 위의 구름」의 역사 위조는 도가 넘었다. 우선 침략과 전쟁 도발을 애매하게 표현해서 당연한 일처럼 조작하고 있다. 또 이 소설은 구일본군이 국제법을 잘 지킨 이상적인 군대라는 환상을 갖게 한다. 더구나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지 않았으면 청과 러시아가 지배했을 것이라며 상상과 전제 속에 줄거리를 짜고 있다.

이런 역사 조작은 1894년부터 시작되었다. 동남아시아와 태평양까지 전쟁을 확대시킨 오산과 엄청난 인명 희생은 이 같은 역사 조작의 결과였다. 일본도 역시 참담한 종말을 맞았다.

■ 왜곡된 소설의 비극은 누구에게 나타날까?

박물관 입구에서 사진을 찍자 해군정복을 착용한 안내자가 슬그머니 뒤로 돌아섰다.

박물관 첫 전시실은 소설 줄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이 성장한 과정과 군인으로 승승장구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면서 '개인의 성장이 국가의 발전으로 나타난다'는 메이지 시대의 사회상이 갑자기 군사력 팽창을 옹호하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올해의 특별전시 주제는 포츠마스 강화회의였다. 국력을 기울여서 확대한 육군과 해군으로 강대국 러시아에게 승리하고 한국을 독식하는 권리를 인정받았다. 그 조약문을 보는 일본 젊은이들은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방학이라 그런지 줄기차게 부모들이 어린 자녀와 함께 들어온다. 전쟁의 참화는 어디에도 없는 이 전시실에서 구일본제국의 긍지가 우익의 역사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참으로 안쓰러운 광경이다. 시바료타로의 역사관을 현재진행형으로 만든다면 그 비극은 누구에게 나타날 것인가· 결국 소설 속이 아니라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나타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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