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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8.29 16:15:2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칭찬은 곧 인정(認定)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귀에 달콤하기만 한 칭찬은 때로 듣는 이로 하여금 자칫 빈정거림으로 들릴 수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인정은 확실한 근거를 두고 공감한다거나 바람직하다고 시인해 주는 말이니 추호라도 의구심을 갖는 경우가 있을 수 없겠다. 또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는 걸 가장 좋아한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겠다.

70년대 중반 어느 중학교에 근무할 때의 사례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는 첫 인상을 중시하는 경향을 공감하는 게 보편적이겠다. 어느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첫 눈에 확 들어오는 한 학생이 있었다. 비교적 몸집도 큰 편이고 수업에 주목하는 자세까지도 남다른 점이 보였다. 해서 관심을 갖고 그 학생의 전반적인 사항을 알아보기로 했다.

가장 충격적인 점으로 교과 성적이 바닥이었다. 2학년 380명 중에서 345위란 석차다. 하지만 아무리 관찰해보아도 험 잡을 일이 없었다. 교원으로서 그 학생에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가정이 무척 어렵다는 것뿐이었다. 단간 방 사글세 집에 부친은 와병 중이었고 형은 군에 입대했으며 몸도 나약한 모친이 노동으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 외에는 나무랄 데 없는 모범생이었다. 해서 아무도 모르게 접근해갔다.

우선 2주일 간 특별실로 불러서 정리정돈을 시켜보았다. 다시 2주일 간 책읽기를 권장했었다. 아주 순종적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어느 일요일에 등교를 종용한 다음 풍경화 사생을 시켜보았다. 남다른 집착력을 지닌 터라 하루 종일 끈질기게 첫 작품을 완성해냈다. 지도교사로서 더 이상 기우할 이유가 없었다. 내심 미술특기생으로 지도해볼 것을 작정하고 여가가 날 때마다 약 3개월 간 줄곧 실행에 옮겼다.

충주에서 해마다 거행되는 우륵문화제 사생분야에서 입상했다. 동료들로부터 인기를 받기 시작했다. 곧 인정(認定)을 받게 된 것이다.

그 학생의 미술활동은 나날이 불붙기 시작했다. 심지어 연료부족으로 난로도 피워주지 못했는데 동계휴가 중에도 미술활동은 이어졌다. 드디어 이듬해 초부터 각 대회마다 수상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학업성적이 괄목상대할 만큼 급 변화를 보였다. 결국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원서작성 때는 전교 76위란 석차를 받았다.

굳이 이 사례를 말하는 이유라면 사람들에게 인정(認定)보다 큰 힘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일 뿐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자아정체성에 따른 불안감은 누구에게나 있다. 더군다나 어린사람들에게는 세상사 모든 게 생소하기에 자신감은커녕 불안감에 마음 졸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럴 때 상을 받는 일은 더없을 인정(認定)이 된다. 따라서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남다른 의욕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즉, 한 가지를 잘 하면 여러 가지 다 잘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지 싶다. 초중학교 어린아이들에게서 흔히 발견된다.

'한 가지만 잘 하면 된다.'는 어정쩡한 말을 했다가 학생들 학력을 낙후시켰다고 심지어 '이 아무개 세대'란 말까지 나왔었는데 최소한 고등학교까지는 교과를 가리지 말고 고루 잘 하려는 마음을 한시도 저버려서는 안 된다. 다만 한 가지를 잘 함으로서 자아정체성을 찾게 된다는 건 어린학생들의 의욕적 자세는 물론 선의의 경쟁력까지 지니게 한다는 말로 새겨들어야 한다.

잘 하는 사람에게 딱히 할 말은 없고, 못 하는 사람에게 다그치는 일을 비롯해 자연 잔소리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사실상 속이 가장 타는 사람은 학생 본인이다. 꾸중이나 잔소리는 결국 불난 집에 부채질 격이 될 뿐이다. 그러므로 어린아이들은 소침해지고 의욕저하만 부르게 된다. 매사에 소극적인 것은 바로 주위로부터 인정(認定)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학생의 미래를 위해 인정(認定)에 의한 자아정체성 함양에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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